해남 해수욕장서 발굴된 배…“고려 곡물수송선 가능성”

지난 6~7월 해남서 발굴한 배 유물 분석결과
‘바닥재 크기 미뤄 한반도 출토 고선박 중 최대’

최근 발굴조사로 온전히 노출된 해남선의 모습. 저판의 크기로 미뤄 역대 한반도 해역에서 출토된 고선박들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확인됐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지난 6월 전남 해남군 송호해수욕장 해변에 선체 흔적이 드러나 관심을 모았던 미지의 옛 배(이하 해남선)가 한반도 해역에서 역대 조사된 고선박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지닌 큰 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배의 실체는 고려시대 곡물수송선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5월 현지 주민의 신고로 6~9월 해남선의 흔적이 노출된 지점에서 긴급발굴조사를 벌였던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19일 보도자료를 내어 이런 내용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자료를 보면, 배의 바닥면인 저판은 7열, 좌현은 2단, 우현은 3단의 외판이 남아있었다. 남은 규모는 최대 길이가 약 13.4m, 최대폭이 4.7m 크기였다. 저판의 규모를 미루어 보았을 때, 현재까지 조사되었던 한반도 제작 고선박들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파악됐다고 연구소는 밝혔다.

또, 배 안에서 거둔 유물들과 선체 부재들에 대한 방사성탄소연대를 분석해보니 11세기 초반~12세기 중반께로 연대 추정치가 나와 고려시대에 제작·운항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습된 유물들은 도기, 기와, 숫돌, 닻돌 등 15점인데, 도기 항아리 안에서 볍씨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씨앗류들이 나와 선박은 곡물 운반선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연구소 쪽은 설명했다.

해남선이 고선박으로 공식 확인되면서 국내에서 발굴된 고선박은 모두 15척으로 늘어나게 됐다. 연구소 쪽은 해남선의 잔여 부재에 대한 과학적 보존처리 작업과 함께 이 배가 해변에 좌초된 경위와 성격 등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노형석 기자 [e-mail]

해남선의 자취가 발견돼 조사가 진행된 전남 해남군 송호 해수욕장의 지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지난 5월 송호 해수욕장 해변에 선체 일부가 노출됐을 당시 모습.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해남선 내부에서 나온 도기 항아리. 안에서 곡물류 씨앗들이 나왔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도기호 내부에서 수습한 곡물 씨앗류의 모습. 해남선을 곡물수송선으로 보는 유력한 근거가 됐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