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 멤버들이 1995년 존 레넌의 데모곡을 이용해 작업하는 모습. 유튜브 영상 갈무리
세계 대중음악의 두 전설이 나란히 신보를 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밴드로 꼽히는 비틀스와 롤링스톤스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비틀스는 1970년 해체했다. 더군다나 멤버 존 레넌과 조지 해리슨은 이 세상에 없다. 그런데도 신곡 발표가 가능하단 말인가? 사연은 이렇다.
레넌이 1980년 괴한의 총격으로 숨지기 전인 1970년대에 데모곡 작업을 해둔 것이 있었다. 아내 오노 요코는 데모 테이프를 보관하다가 비틀스 멤버들에게 전달했다. 테이프에는 ‘포 폴 (매카트니)’이라고 적혀 있었다. 1994년 스튜디오에 모인 세 멤버는 테이프 속 레넌의 목소리에다 자신들의 소리를 더했다. 그렇게 해서 완성한 ‘프리 애즈 어 버드’와 ‘리얼 러브’는 각각 1995년 ‘앤솔로지 1’과 1996년 ‘앤솔로지 2’ 앨범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비틀스 멤버들이 과거 곡 작업을 하는 모습. 유튜브 영상 갈무리
문제는 또 하나의 곡 ‘나우 앤드 덴’이었다. 이 곡도 녹음해 ‘앤솔로지 3’에 실으려 했으나, 레넌의 목소리가 피아노 소리에 묻혀 제대로 들리지 않는 대목이 너무 많았다. 살려내기 어렵겠다고 판단한 멤버들은 발표를 포기했다. 그런데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레넌의 목소리를 피아노와 분리해 복원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여기에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의 연주를 더했고, 1995년 녹음했던 해리슨의 기타 연주까지 되살려 붙였다. 해리슨은 2001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비틀스의 신곡 ‘나우 앤드 덴’ 싱글 표지. 유니버설뮤직 제공
40여년 만에 완성된 비틀스 최후의 신곡 ‘나우 앤 덴’은 2일 밤 11시(한국시각) 전세계 동시 공개된다. 이번 신곡에 대해 매카트니는 “존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렸을 때 무척 감동적이었다. 다른 멤버들 연주까지 더해져 진정한 비틀스 노래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스타는 “실제로 우리가 같은 공간에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존이 마치 진짜 그곳에 있는 것 같았다. 엄청났다”고 작업 당시를 떠올렸다.
‘나우 앤 덴’ 제작기를 담은 짧은 다큐멘터리도 유튜브에 공개됐다. 오는 10일 비틀스 대표곡 모음 음반 ‘1962~1966(레드 앨범)’과 ‘1967~1970(블루 앨범)’이 2023년 에디션 패키지로 발매되는데, ‘나우 앤 덴’은 ‘블루 앨범’에 수록될 예정이다.
비틀스의 유일한 라이벌로 꼽히는 롤링스톤스는 앞서 지난달 20일 새 앨범 ‘해크니 다이아몬즈’를 발표했다. 영국에선 24번째, 미국에선 26번째 정규 앨범이다. 자신들의 오리지널 곡을 담은 앨범으로는 2005년 ‘어 비거 뱅’ 이후 18년 만이다.
이들이 오랜만에 신곡 작업을 하게 된 데는 2021년 드러머 찰리 와츠의 사망이 영향을 끼쳤다. 와츠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믹 재거, 키스 리처즈, 로니 우드 등 나머지 멤버들은 남은 삶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리처즈는 “와츠가 떠난 뒤에도 여전히 살아가야 하고 롤링스톤스로서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새 음악을 만드는 데 몰두했다”고 말했다.
롤링스톤스의 새 앨범 ‘해크니 다이아몬즈’ 표지. 유니버설뮤직 제공
앨범에는 공동 타이틀곡 ‘앵그리’와 ‘메스 잇 업’ 등 12곡을 담았다. 비틀스의 매카트니, 엘턴 존, 스티비 원더, 레이디 가가 등이 참여한 곡도 있다. 멤버들 평균 나이가 79살에 이르렀는데도 전성기를 떠올리게 하는 에너지와 열정이 꿈틀댄다. 그러면서도 듣기 편안하다. 청춘과 연륜이 공존하는 모양새다.
롤링스톤스는 올해로 데뷔 60주년을 맞았다. 2021년 전세계 투어 수익 1위를 차지했을 만큼 여전히 막강한 인기를 누린다. 하지만 한국에선 유독 인지도가 약해 아직 내한공연이 성사되지 않았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