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10대 마약상까지 등장…“드라마, 마약 긍정적 묘사하면 안 돼”

등록 2023-11-16 08:00수정 2023-11-16 09:04

‘하이쿠키’ ‘강남순’ 등 일상에 침투
경각심 주겠다지만 과한 설정 우려도
10대가 마약을 제조하고 유통하는 이야기인 유플러스모바일 드라마 ‘하이쿠키’. 유플러스(U+) 모바일 제공
10대가 마약을 제조하고 유통하는 이야기인 유플러스모바일 드라마 ‘하이쿠키’. 유플러스(U+) 모바일 제공

한 고등학교에서 마약으로 만든 쿠키가 유통된다. 학교 기숙사 세탁실에서 쿠키를 굽고, 이 학교 3학년 최민영(정다빈)이 마약 영업상으로 뛴다. 학생들은 쿠키를 먹으면 집중력이 향상되어 성적이 오르자 쉽게 중독된다. 지난달 23일 시작한 유플러스(U+) 모바일 드라마 ‘하이쿠키’(20부작)의 주된 내용이다.

주로 범죄수사물에서 조폭 관련 사건으로 등장하던 ‘마약 이야기’가 시민들의 일상에 녹아들었다. 마약 소재 드라마는 최근 두달 사이 네편이나 등장했는데 누구나 쉽게 중독되고 범죄에 휘말릴 수 있는 현실을 반영했다. ‘7인의 탈출’(SBS)은 무고한 시민이 경찰이 준 마약이 든 음료를 마신 뒤 누명을 쓰고, 30명 가까이 되는 이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마약에 취해 서로를 해한다. ‘힘쎈여자 강남순’(JTBC)에서는 다이어트약인 줄 알고 누군가 건넨 마약을 복용하게 되고, 마약을 수사하던 경찰이 중독되기도 한다. ‘수리남’(넷플릭스) ‘카지노’(디즈니플러스)에 이어 ‘최악의 악’(디즈니플러스)까지 마약조직 소탕에 집중한 드라마도 이제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지난해에는 고등학생이 마약 운반책인 드라마(‘소년비행’)도 등장했다.

‘하이쿠키’를 연출한 송민엽 감독은 방영 전 제작발표회에서 “3년 전 기획 당시에는 (일상 속) 마약 이야기가 한국에서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했는데 이제는 드라마보다 더한 사건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단속된 마약류 사범은 2만230명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사범인 1만8395명을 넘어섰다. ‘힘쎈여자 강남순’에서 경찰을 도와 마약조직을 찾는 황금주(김정은)의 대사처럼 “한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닌” 현실을 드라마가 반영한 것이다. ‘힘쎈여자 강남순’은 시민들이 직접 마약 검사를 해볼 수 있는 간이 검사지가 부착된 드라마 포스터를 지하철역과 대학교 등에 배포하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개인 블로그에 “드라마에서 마약의 부작용을 자주 알려주면 시청자들이 경각심을 갖게 될 것 같다”고 썼다.

드라마 홍보 포스터에 마약 검사지를 부착해 배포한 ‘힘쎈여자 강남순’. 제이티비시 제공
드라마 홍보 포스터에 마약 검사지를 부착해 배포한 ‘힘쎈여자 강남순’. 제이티비시 제공

그러나 극 중 10대들이 나오는 드라마까지 마약 소재가 번진 것에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우리나라 10대 마약사범은 2017년 119명에서 지난해 481명으로 4배 증가하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자칫 드라마에서 사용한 극적 장치가 청소년들의 마약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심리적 장벽을 낮출 수도 있어서다.

실제로 최근 드라마들은 마약에 망가진 인생을 부각하기보다는 특정한 효과를 극대화한다. ‘하이쿠키’에서 서호수(최현욱)와 최민영은 쿠키를 팔아 큰돈을 벌고, 쿠키를 먹은 학생들은 성적이 눈에 띄게 오른다. 많이 먹지 않으면 중독 빼곤 부작용도 없다는 설정이다. ‘힘쎈여자 강남순’에서는 마약으로 초능력에 가까운 강력한 힘이 생긴다. 한 지상파 출신 프리랜서 피디는 “개인이 조절만 잘하면 긍정적인 면만 취할 수 있을 것처럼 다뤄지는 게 우려스럽다”고 했다. ‘하이쿠키’ 송민엽 감독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쿠키를 소재로 하면 위험이 더 가깝고 흔한 곳에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려면 약물을 만드는 법, 주입하는 법 등을 상세하게 다루지 않고 효과를 긍정적으로 묘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10대들이 많이 보는 웹툰에서도 등장인물이 마약을 투약하는 장면과 환각에 빠지는 순간, 약물 제조 과정 등이 상세하게 묘사되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마약을 소재로 다루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으면 마약만큼 심각한 사회적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극적 갈등을 고조시키거나 사건의 선정성을 강화해 시청률을 올리겠다는 의도라면, 마약에 관한 경각심이 둔감해져 사회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천만 감독·천만 배우·300억 대작, 썰렁한 극장가 달군다 1.

천만 감독·천만 배우·300억 대작, 썰렁한 극장가 달군다

‘정년이’ 김태리 출두요…여성국극, 왜 짧게 흥하고 망했나 2.

‘정년이’ 김태리 출두요…여성국극, 왜 짧게 흥하고 망했나

책 버리려거든 통도사로 보내시오…“책들한테는 절이 최고 안전” 3.

책 버리려거든 통도사로 보내시오…“책들한테는 절이 최고 안전”

OTT 불법 스트리밍으로 거액 챙긴 ‘누누티비’ 운영자, 결국 잡혔다 4.

OTT 불법 스트리밍으로 거액 챙긴 ‘누누티비’ 운영자, 결국 잡혔다

이영광 시인, 올해 백석문학상 수상 5.

이영광 시인, 올해 백석문학상 수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