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출토된 고려시대의 관청 기와. ‘회진현관초(會津縣官草)’란 한자명이 새겨져있다. 회진현은 복암리의 옛 행정지명이었다.
‘관(官)’이란 옛 관청 인장이 새겨진 백제 기와와 백제인 집터가 남도 곡창인 전남 나주벌에서 나왔다. 나주는 4~5세기 남도 일대에 백제와는 다른 정치체를 형성했다는 설이 제기되는 마한세력의 중심 근거지로 꼽힌다. 5~7세기 백제가 이 지역 마한세력을 복속시켰다는 통설을 뒷받침하는 유물들이 추가로 확보됐다는 평가다.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는 지난 4월부터 복암리 유적에서 진행한 발굴조사를 통해 마한인들이 판 도랑(환호)시설을 찾아낸데 이어 백제인 주거지 두 기와 백제 관청의 인장기와 등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28일 발표했다.
9차 발굴조사가 진행된 나주 복암리 유적을 멀리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 노란 선 안이 발굴조사 지역이다.
새롭게 확인된 백제 기와에는 ‘관(官)’이 새겨진 인장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관이 새겨진 백제 관청명 기와는 부여와 공주, 익산 등 백제 도읍 권역에서 집중적으로 출토되며 신라 접경지대인 순천 여수 등지에서도 나온 전례가 있지만, 마한 중심권 유적에서 나온 것은 처음이다. 발굴된 주거지는 벽 자체가 기둥이 되는 벽주식 건물터와 네 개의 기둥이 박힌 수혈 건물터로 나뉘는데 전형적인 백제식 집터로 분류된다. 고려시대의 복암리 행정지명이 회진현인데, 이 지명이 포함된 ‘회진현관초(會津縣官草)’란 당시 관청 명문기와도 확인됐다.
이런 유물들과 유적의 성격으로 미뤄, 마한에 이어 백제, 고려에 이르기까지 나주 복암리유적 일대에 관청 등 중요 시설이 자리했음을 더욱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연구소 쪽은 분석했다. 30일 오후 1시 유적에서 현장설명회가 열린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