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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불편함 쏙 빼도…‘더럽게’ 웃긴 스탠드업 코미디

등록 2023-12-09 08:00수정 2023-12-10 18:49

[남지은의 TV덕후감] 코미디언이 된 국어 교사, 김동하
전국투어 매진…29살 학교 관두고 도전
“꿈이 있다면 도전해보고 털어낼 수 있기를”
스탠드업 코미디로 전국 투어를 한 김동하.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스탠드업 코미디로 전국 투어를 한 김동하.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방송연예 관련 콘텐츠에서 독자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인물과 프로그램 등을 이야기합니다. 첫 시간은 스탠드업 코미디언 김동하입니다. 고등학교 국어 교사였던 그는 의지와 노력과 열정과 끈기로 10년 만에 전국 투어의 꿈을 이뤘습니다.

최근 소셜미디어(SNS)가 이 사람의 전국 투어 소식으로 달아올랐다. “대구 공연 10분 만에 매진됐다”는 탄식부터 “서울 공연 추가로 겨우 예매했다”는 한숨이 널을 뛰었다. 반응이 케이(K)팝 가수 못지않다. 스탠드업 코미디(이하 ‘스탠드업’) 불모지 한국에서 스탠드업으로 사랑받는 김동하다. 한국 코미디언이 스탠드업으로 전국 투어를 한 것은 대니초 이후 두번째인데, 서울 공연 1000석이 매진되는 등 반응은 압도적이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소속사 메타코미디에서 만난 김동하는 “코미디를 시작한 지 10년 만에 전국 투어 꿈을 이뤘다”며 감격해했다.

스탠드업 불모지에 단비 내리다

한국에서 스탠드업을 대중화하려는 움직임은 티브이(TV) 코미디가 쇠락하던 2017년께 시작됐지만, 쉽지 않았다. 눈앞에서 오가는 ‘29금’에 관객들은 표정 관리가 안 됐다. 김동하는 ‘더럽고 야한’으로 정리되는 스탠드업을 ‘재미와 유쾌함’으로 풀며 불편함부터 덜어냈다. 이른바 즉흥대사(애드리브)를 주고받는 크라우드 워크를 주로 시도하며 관객의 얼어붙은 마음 먼저 녹인다. 그의 공연에도 19금은 등장하지만 과하지 않다. 관객과 소통하며 던지니 거부감이 덜하다. 김동하는 “스탠드업 코미디라면 경계심과 거부감부터 드는 마음을 웃음으로 풀어 주고 싶었다”고 했다.

처음 스탠드업에 도전하면서 정한 원칙도 “무대에선 선을 넘지 말자”다. “불편해지는 순간 웃음은 사라지더라고요. 적재적소에 농담을 던지는 게 중요합니다.” 실제로 너무 센 얘기에 좋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식는 경험도 했다. 물론 그는 이런 상황조차 웃음 소재로 활용하는 센스를 발휘했지만. 공연 영상을 보면 “어제 공연에서 센 이야기를 했더니 분위기가 바로 가라앉아서 오늘은 하지 않겠다”는 그의 말에 객석 호응도가 달라진다. “안돼요!” “해주세요!”

즉흥대사가 그의 주된 무기이지만, 준비를 철저하게 해서 온다. “관객한테 질문했을 때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미리 생각해 예상 답변을 세개 정도 준비합니다.” 스탠드업은 핵심을 바로 말하고 그 순간 웃음이 터져야 해 서사를 쳐내고 요약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는 어휘력 등을 높이려고 아무리 바빠도 한달에 한권 책을 읽는다. 찾는 곳이 많지만 매주 서울코미디클럽 무대에도 서며 경험치를 높이고 있다.

노력이 빛을 보기 시작한 건 지난 3월부터다. 그는 공연 영상을 직접 편집해 지난해 10월부터 인스타그램에 올려왔다. 올해 3월 공개한 ‘장모님이 된 관객’편이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하더니 연쇄작용이 일어났다. 본공연보다는 관객과 즉석에서 오간 장면 위주로 공개한 것이 통했다. “조크(본내용)를 노출하지 않는 건 전략이었어요. 내가 가장 잘하는 애드리브를 보고 현장에 와서 직접 공연을 보게 하고 싶었습니다.”

블로그 등에서는 서울코미디클럽 공연 때 김동하한테 질문받는 법, 앞자리에 앉는 법 등 다양한 노하우가 공유되고 있다. 김동하는 “투어를 결심한 것도 인스타그램 디엠으로 표가 없다, 지방도 와달라 등 여러 요구가 많이 와서”라고 했다.

그중에는 뜻밖의 인물이 보낸 놀라운 얘기도 있었다.

지난달 13일 김동하 서울 공연은 천석이 순식간에 매진됐다. 메타코미디 제공
지난달 13일 김동하 서울 공연은 천석이 순식간에 매진됐다. 메타코미디 제공

국어교사, 마이크를 쥐다

“선생님, 학교 다닐 때도 그렇~게 코미디언 되고 싶다고 하시더니 꿈을 이루셨네요.”

최근 그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글이다. 바로 제자들이다. 김동하는 코미디에 도전하기 전까지 고향인 마산에서 또 다르게 ‘열변’을 토했다.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담당했어요. 제자들 응원을 받으니 놀라우면서도 울컥하더라고요.”

김동하는 스탠드업에 대한 편견을 깬 것처럼 우리 인식도 바꾸고 있다. 교사를 하다가 코미디언에 도전할 수 있지만, 돈과 명예가 중요한 현실에선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곳에 뛰어들기에는 시대가 낭만적이지도 않다. “원래 꿈이 코미디언이었어요. 우선은 관심 있던 교육학과에 갔고 대학 다니면서 공채 시험에도 응시했는데 다 떨어졌죠. 하하하.”

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즐거웠지만, 마음속 열망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엄마한테 딱 1년만 해보겠다고 하고 도전했는데, 10년이 될 줄은….” 처음 6개월은 평일에는 본업을 하고 주말에만 청도에 있는 전유성이 만든 철가방극장에서 코미디를 배우는 이중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29살에 아예 학교를 관두고 코미디에 올인했고, 극장이 문을 닫게 되면서 “코미디를 할 곳을 찾아” 33살에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해 6월 운명처럼 스탠드업을 만났다.

“전유성 선생님과 함께 처음 생긴 스탠드업 클럽에서 공연을 봤는데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는 스탠드업의 매력으로 “관객을 웃기지 못하면 혼자 모든 것을 감내해야 하지만, 반대로 무대를 지배하게 되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다”고 했다.

김정효 기자
김정효 기자

일단 도전해보고 미련 털자고요

매사에 긍정적인 그도 앞날이 캄캄해진 순간은 있었다고 한다. “서울만 오면 금방 유명해질 줄 알았는데”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었다. 기획사 문을 두드리다 쓴맛도 봤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고생도 많이 했다. 그는 “그러면서 본질에 충실하는 게 답인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유명해지고 싶고 돈을 많이 벌고 싶은 것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게 됐어요. 웃기는 것에만 집중하면서 ‘내일은 뭘로 웃길까’ 고민하다 보니, 불안감도 없어졌고 서서히 일도 많아졌죠.”

지난 10년간 교사를 그만둔 걸 후회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명쾌하게 말했다. “교사를 계속했다면 꼬박꼬박 월급 받으며 안정적인 생활은 했겠지만 내내 마음속에 응어리가 있었을 것 같아요. 티브이 보면서 계속 ‘나도 저럴 수 있었는데’ 생각하게 되고.”

그래서 예전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부딪쳐보기를 권한다. “많은 사람이 가보지 않고 혼자 상상하며 두려움을 느끼고 힘들어해요. 결과가 안 좋을 수도 있지만 좋을 수도 있잖아요. 50대 50 확률이라면 ‘나도 해볼걸’ 미련 갖는 것보다 해보고 훌훌 터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는 “그 길에 들어가는 순간 또 다른 길은 나오더라”고 했다.

이제는 더 큰 꿈을 꾼다. 스탠드업을 넷플릭스에서 선보이는 것이다. 2020년 한국방송(KBS)에서 ‘스탠드업’을 방영했지만 제약이 많았다. 스탠드업이 대중화하려면 티브이의 힘은 필요하지만 맛을 제대로 낼 수 없는 게 고민인 그들에게 오티티(OTT)는 기회다. “스탠드업이 유명해지려면 우선 코미디언들이 잘돼야 해요.” 미국 스탠드업 코미디언 앨리 웡은 드라마 ‘성난 사람들’에 출연했고, 트레버 노아는 그래미 시상식을 진행했다.

젊은 세대한테는 다가갔지만,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르지 못하는 것은 여전히 숙제다. “제자들은 초대해도 엄마는 초대를 못 하겠더라고요. 엄마 친구들이 아들이 유튜브에 나온다고 제 영상을 보여줬는데, 욕하는 걸 보시더니 그냥 ‘신발’ 그러면 안 되냐고. 하하하.” 대신 가족 여행을 추진할 정도로 10년 만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는 당장은 “공연 전 스탠드업이 뭔지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했다. 머지않은 것 같다. 스탠드업에 진심인 김동하가 있으니까.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바로잡습니다

위 기사에서 “김동하씨가 임용시험에 합격했다”고 썼으나, 이는 김씨가 임용시험을 준비하던 중 고등학교 기간제 교사에 합격한 것을 기자의 착오로 잘못 적은 것입니다. 해당 문장은 삭제하였습니다. 김동하씨와 독자께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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