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장이 11일 낮 열린 취임간담회에서 내후년까지 진행할 건물 리모델링 구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유브이(UV)글라스로 벽체를 덮은 리모델링 이후 미술관 전면 이미지가 스크린에 투사된 모습도 보인다. 노형석 기자
“전시장의 안과 바깥, 위와 아래가 서로 통하고 넘어서는 메타미술관으로 만들겠습니다.”
전위적인 대안공간 큐레이터 출신으로 처음 국내 메이저급 공공 미술기관인 부산시립미술관 사령탑이 된 서진석(55) 관장은 11일 자신만만한 포부를 드러냈다. 국제도시 부산의 정체성과는 달리 25년 동안 별다른 시설 보강 없이 유지되어온 낡고 고루한 미술관을, 미래를 이끄는 메타뮤지엄으로 개조하는 게 지금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그는 힘줘 말했다.
서 관장은 이날 부산 해운대에 있는 미술관 지하 회의실에서 열린 취임간담회에서 메타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바꾸겠다고 했다. “해양으로 다채로운 문화가 유입되는 부산은 특유의 개방적 속성 때문에 한국 미술계와 미술시장에서 가장 역동적인 아트 신을 펼칠 적지라고 생각합니다. 로컬리티와 메타적 교류가 갈수록 중요한 화두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부산시립미술관이 과거의 미술사와 미래지향적인 현대미술의 트렌드까지 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430억원을 들여 내년 4월부터 시작해 2026년 재개관이 목표인 미술관 리모델링은 연결이 화두다. 연면적 2만2295㎡에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의 건축물 전면을 특수 유리 패널로 덮고 분절됐던 내부 1~3층의 수직축과 외부 정원 공간과 내부 공간의 수평축을 하나로 잇는 콘셉트를 지향한다. 눈길을 끄는 건 세계 각지의 미술관 전문가들과 미래형 예술 행정 시스템을 포럼 형식을 통해 담론화하고, 미래형 미술관의 새로운 매뉴얼을 찾아내겠다는 구상이다.
리모델링 공사 뒤 부산시립미술관 내부 전시공간을 보여주는 투시도. 외부 정원의 자연 환경과 내부 인공 환경이 시각적으로 연결된 무경계의 공간을 지향하는 얼개다.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예술 장르의 확장성, 문화의 선도성을 실현하기 위해 2024년 하반기 전세계 예술 행정 전문가를 초청해 국제포럼을 개최할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머리를 맞대고 중장기 연구를 통해 조직, 예산, 소장품 관리에 관한 신 예술 행정 매뉴얼을 수년 안에 제안해볼 생각입니다. 후발 미술관에서 이런 제안까지 할 수 있겠냐는 생각도 하시겠지만, 세계 각지의 기획자, 작가들과 10여년간 네트워킹을 지속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대안을 내올 수 있다는 나름의 전망과 자신감이 있습니다.”
서 관장은 1999년 개관한 1세대 대안공간 루프의 초대 기획자였고,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울산시립미술관 관장을 지내면서 백남준 등 거장과 현대미술 대가들의 미디어아트 전시로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킨 실력파 기획자다. 기존 화단의 학맥과 인맥 그물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그가 부산의 미술판에서 어떤 전시 행보를 보일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부산/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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