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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제작사, 일드·미드도 만든다…K팝처럼 현지화 전략

등록 2023-12-15 08:00수정 2023-12-15 08:48

플레이리스트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훌루 재팬 오리지널 드라마로 제작한 ‘플레이, 플리’의 한 장면. 플레이리스트 제공
플레이리스트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훌루 재팬 오리지널 드라마로 제작한 ‘플레이, 플리’의 한 장면. 플레이리스트 제공

‘플레이, 플리’는 일본 드라마다. 지난달 18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훌루 재팬에서 오리지널 드라마로 공개됐다. 그런데 ‘엔딩크레디트’(참여자 명단)에는 온통 한국 이름이다. 극본 박윤성, 연출 김종창, 주연 김향기·신현승·연오…. ‘플레이, 플리’를 만든 한국 제작사 플레이리스트 쪽은 “일본 훌루에서 한국 제작사가 만든 한국 드라마를 오리지널로 선보이기를 원했다”고 했다.

한국 드라마 제작사가 현지화 전략으로 콘텐츠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판권을 판매해서 글로벌에 공개하는 데서 나아가 현지에서 편성될 드라마를 직접 만드는 것이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한국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커넥트’를 연출하는 등 한-일 간에 인력 교류는 잦았지만, 한국 제작사가 일본 드라마를 직접 제작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한·일 합작으로 일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영화 ‘시 히어 러브’를 만들었던 한국 제작사 코크스 관계자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 제작자의 기획과 방식을 원하는 곳이 해외에서 늘었고, 그래서 기회가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일본 드라마 ‘아수라처럼’을 만들고 있다. 1979년 일본 엔에이치케이(NHK)에서 방영한 동명의 드라마가 원작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하고 미야자와 리에, 아오이 유, 오노 마치코, 히로세 스즈 등 일본 유명 배우들이 줄줄이 출연한다. 현재 촬영 막바지여서 이 속도라면 후반 작업을 거쳐 내년 중반 이후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튜디오드래곤 쪽은 “‘아수라처럼’ 외에도 다수의 일본 드라마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 중인 일본 드라마 ‘아수라처럼’을 연출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한겨레 자료사진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 중인 일본 드라마 ‘아수라처럼’을 연출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 드라마 제작사의 현지화 전략은 최근 아이돌 기획사가 현지 외국인으로 구성된 케이(K)팝 그룹으로 도약을 도모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케이콘텐츠는 음악부터 드라마까지 모든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성장이 사실상 멈췄다. 제작자의 기량은 좋아졌고 공급량은 늘어나는데 이를 소화할 창구가 제한적인 것이다. 오티티 기준으로 제작비가 수백억원에 이를 정도로 치솟아 제작을 감당할 곳도 많지 않다. 지난해 웨이브에 방영되며 화제를 모은 ‘약한 영웅: 클래스1’이 시즌2를 넷플릭스에서 제작하는 것도 막대한 제작 비용 때문이다. 한 외주제작사 소속 피디는 “영화·드라마를 통틀어 100편 가까운 작품이 창고에 갇혀 있다. 자본도 많고 시장도 큰 지역을 거점 삼아 전세계로 뻗어나가는 게 새로운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미국에서 성공한 사례도 있다. 씨제이이엔엠은 지난해 미국 유명 드라마 제작사 엔데버 콘텐트를 인수해 사명을 피프스시즌으로 바꾸고 ‘도쿄 바이스’(HBO 맥스) ‘시(SEE): 어둠의 나날'(애플TV+) 등 미국 드라마를 제작해왔다. 지난해 미국 애플티브이플러스에서 공개한 ‘세브란스: 단절’은 미 할리우드 비평가협회상과 에미상을 받았다. 제작사 에스엘엘(SLL)도 지난해 미국 유명 제작사 윕을 인수하고 ‘내가 예뻐진 그 여름’ `보드킨' 등을 미국 주요 오티티에서 선보인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 3월 미국 제작사 스카이댄스와 함께 ‘더 빅 도어 프라이즈’를 만들어 애플티브이플러스에 공개했다. 반응이 좋아 시즌2 제작이 확정됐고 내년 공개된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유니버설스튜디오와 함께 김언수 작가의 한국 소설 ‘설계자들’을 미국 드라마로 제작 중이다.

씨제이이엔엠이 지난해 제작한 미국 드라마 ‘세브란스: 단절’의 한 장면. 씨제이이엔엠 제공
씨제이이엔엠이 지난해 제작한 미국 드라마 ‘세브란스: 단절’의 한 장면. 씨제이이엔엠 제공

미국과 일본은 한국 드라마 특유의 세련미와 서사가 통하는 나라다. 훌루 재팬 안혜리 프로듀서는 “‘플레이, 플리’는 한국 드라마다운 세련되고 감성적인 전개 덕분에 일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두 나라는 한국보다 방송 시장 규모도 월등히 커서 한국의 공급량을 소화할 여력도 있다. 2021년 기준으로 미국과 일본의 방송 시장 규모는 각각 한국의 12배와 2.5배가량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드라마 시장이 성장하려면 공급망이 넓어야 한다. 한국에서 공개하지 않은 작품들이 일본이나 미국에서 공개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 드라마 제작사들이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게 되면서 전세계에서 수익 창출 도모가 가능해진 측면도 있다. 플레이리스트 관계자는 “일본에서 당장은 수익이 적더라도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그만큼 수익이 커지게 된다. 일본을 시작으로 점차 다른 지역으로 확대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에스엘엘 쪽은 “윕과 에스엘엘이 가진 아이피를 기반으로 글로벌 리메이크 콘텐츠를 활발히 제작하는 등 시장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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