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경성크리처’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45년 말의 경성을 사는 세 남녀가 있다. 먼저 식민지 조선에서 돈과 재물로 자신을 지키는 전당포 주인 장태상(박서준). 장태상의 친구이자 친일파 아버지 밑에서 조선 독립을 도모하는 독립군 권준택(위하준). 그리고 10년 전 사라진 어머니를 찾아 경성에 온 실종된 사람을 찾는 토두꾼 윤채옥(한소희)이다.
오는 22일 파트1(10부작 중 1~7부)을 공개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경성크리처’는 바로 이 세 남녀가 각자의 이유로 일본 고위층만 이용하는 옹성병원에 잠입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다. 여기까지만 보면 ‘도적: 칼의 소리’(넷플릭스)처럼 경성을 사는 청춘들의 고뇌를 담은 시대극 같지만, 하나가 더 있다. 바로 조선인을 마루타 삼아 탄생한 괴물의 등장. 정동윤 감독은 19일 서울 용산의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경성이라는 시대를 전세계에서 좋아하는 크리처물에 접목해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경성과 크리처라는 두 단어가 주는 느낌은 슬픔인 것 같다”는 감독의 말처럼 ‘경성크리처’는 겉은 화려해 보이지만 그 이면이 너무나 어두웠던 경성이라는 시대가 괴물을 통해 형상화된다. 일본군이 조선인을 납치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조선인 중에는 돈과 재물을 탐내며 나라의 아픔을 모르는척 하기도 한다. 이 드라마에서는 그 모든 탐욕이 괴물을 만들어낸다. ‘스위트홈’ 등 한국 크리처물에서는 괴물은 대부분 이기적인 욕망이 만들어내는데, ‘경성크리처’에서 탐욕은 복잡한 시대상과 만나 더 뜨겁고 아프게 느껴진다. 정동윤 감독은 “우리 크리처는 강력하고 멋있지는 않지만 사연이 있다. 그 사연이 행동과 표정에 잘 드러나도록 노력했다”고 했다.
티빙 ‘이재, 곧 죽습니다’의 한 장면. 티빙 제공
‘경성크리처’는 새로운 시도와 의미는 있지만, 2023년 넷플릭스의 마지막 자존심을 세워주기에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3월 공개한 ‘더 글로리’ 파트2를 제외하고는 올해 성적이 좋지 않다. ‘스위트홈’ 시즌2, ‘디피’(D.P.) 시즌2 등이 기대에 못 미쳤고, 수백억원을 들여 만든 ‘택배기사’는 혹평을 받았다. ‘경성크리처’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시대극과 크리처를 접목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밀도가 떨어진다는 반응도 나온다. 인물의 서사를 깊게 담지 못해서 감정 이입이 단번에 되지 않기도 한다. 인간일 때 착용한 목걸이가 괴물이 되어 몸집이 서너배 이상 커졌는데도 끊어지지 않는 등 섬세함도 아쉽다.
티빙의 자존심을 세워야 하는 비슷한 운명을 갖고 태어난 ‘이재, 곧 죽습니다’도 지난 15일 파트1(8부작 중 1~4부)을 시작했다. 동명의 웹툰이 원작으로, 현실을 비관한 취준생 최이재(서인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에 죽음(박소담)한테서 심판을 받는다. 12번 다시 태어나 다른 삶을 산다. 시각특수효과(VFX)로 지옥을 표현한 점에 눈에 띄고, 학교폭력 피해자, 조직폭력배 등 최이재가 새로 태어나는 인물에 따라 다른 장르가 펼쳐져 보는 재미는 있다. ‘경성크리처’처럼 대작은 아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내용들은 단점이다. 하병훈 감독은 지난 13일 서울 용산의 한 영화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너무 많은 인물이 나와 정신없다,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지 않도록 이해하기 쉽게 구성했다. 다음에는 어떤 이재가 나올까, 어떻게 죽음을 피할까 기대하며 보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두 작품 모두 파트2는 내년 1월5일에 내보낸다. ‘이재’ ‘경성’을 만난 티빙과 넷플릭스는 한해를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희망찬 새해를 시작할 수 있을까.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