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완 교수, 두 번역본과 원본 대조…단순 오역 지적도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미국 작가 폴 오스터의 소설 <뉴욕 3부작> 번역본에 상당한 오역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지적은 폴 오스터 전공자인 유정완 경희대 영어학부 교수가 영미문학연구회 기관지 <안과 밖> 제20호(2006년 상반기호)에 기고한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 문화 해독력과 번역의 문제’에서 나왔다. 유 교수의 논문은 한기찬씨의 1996년 번역본 <뉴욕 삼부작>(웅진출판)과 황보석씨의 2003년 번역본 <뉴욕 3부작>(열린책들)을 펭귄출판사에서 1990년에 나온 와 대조하는 방식으로 작성됐다.
유 교수가 주안점을 두어 지적하는 내용은 글의 제4장 ‘문화적 문맹이 야기하는 오역의 문제’에 집중되어 있다. 우선 “They have minor leaguers at second and short,(…)they can’t even decide who to put in right.”라는 문장을 보자. 황보석씨는 이 문장을 “그 팀은 마이너리그에서도 2류가 될까 말까 한 선수들을 두고 있습디다.(…)게다가 누구를 어느 자리에 써야 할지도 모르고.”로 옮겼다. 한기찬씨도 “하위 리그에서도 2류가 될까 말까 하다구.(…)어느 놈이 쓸 만한지 모를 정도라구.”로 풀었다. 그러나 미국 프로야구 팀에 관해 얘기하는 이 문장에서 ‘second’ ‘short’ ‘right’는 각각 ‘2루수’ ‘유격수’ ‘우익수’가 맞다.
루이스 캐롤의 동화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계란 ‘험프티 덤프티(Humpty Dumpty)’를 각각 각주 또는 괄호 안 설명을 통해 “동요에 나오는 커다란 계란 모양의 인물. 한번 넘어지면 일어서지 못하는 사람을 의미” “동요에 나오는 인물; 달걀을 의인화하여, 담에서 떨어져 아무리 해도 일어날 수 없는 땅딸막한 인물의 이름”이라 설명한 것도 문제다. 유 교수가 보기에 험프티 덤프티는 “담에서 떨어져 깨지면 파편화되어서 다시 원상복구될 수 없는 존재로서 오스터적 문맥에서는 현대 인간의 돌이킬 수 없는 비극적 소외 상황을 암시한다.” 그런데도 “to put the egg back together”를 두 번역 모두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으로 옮긴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이 밖에도 ‘Street’와 ‘Avenue’를 똑같이 ‘~번가’로 옮김으로써 가로길과 세로길을 구분해 주지 않은 것(공통), 화폐단위 ‘quarter’를 ‘5센트’로, 담배 단위 ‘carton’을 ‘상자(보루)’가 아닌 ‘갑’으로 한다거나(이상 황보석) 순환선 지하철 노선 ‘the Times Square Shuttle’을 ‘<타임스> 스퀘어 편’으로 처리해 신문 이름으로 바꿔 놓은 점(한기찬)도 지적됐다.
‘문화적 문맹’과는 상관없는 단순 오역들도 적지않다. “an elegant black suitcase”를 “코끼리 가죽으로 된 값비싼(가방)”으로, ‘contact’를 ‘계약’으로, “leave it to chance”(운에 맡기다)를 “그대로 놓아(두다)”로, “Still, he preferred to remain indoors, shunned bright light”(그럼에도 실내에 있기를 더 좋아했고 밝은 빛을 피했으며)를 “그럼에도 그는 불을 환히 밝힌 실내에 있기를 좋아했고”로(이상 황보석) 옮긴 것들이 그 예다.
유 교수는 특히 두 번역본이 “전혀 필연성 없는 우발적 사건들의 연속적 발생으로 간주하기에는 너무도 유사하고 동일한 실수들”을 반복하고 있는 점을 들어 “시장기제에 전적으로 지배되는 우리네 출판문화”에 혐의를 돌리고 있다. 유 교수는 “특정한 번역을 비판하기보다는, 좋은 번역을 위해서는 원작의 사회·역사·문화적 배경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려 한 것”이라고 논문 집필 배경을 밝혔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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