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겨레의 미학 사상’ 출간
북한이 본 옛문인 33명 글 모아
북한이 본 옛문인 33명 글 모아
옛 선비 33명이 쓴 문학과 예술에 관한 글을 한데 모아 옮긴 〈우리 겨레의 미학 사상〉이 출간되었다. 도서출판 보리가 북한쪽 출판물을 다시 펴내는 ‘겨레고전문학선집’의 제13권으로 나온 〈우리 겨레의 미학 사상〉에는 고려 때 사람 최행귀와 이인로, 이규보 등에서부터 조선의 서거정, 유몽인, 박지원 등을 거쳐 조선 말의 판소리 이론가 겸 작가인 신재효까지 33명의 문인이 미학에 관해 쓴 글들이 집대성됐다.
문학·예술의 형식적 실험보다는 현실적 교훈을 중시하는 것이 북한 미학의 기조라 할 수 있다. 〈우리 겨레의 미학 사상〉에 갈무리된 옛사람들의 글도 그런 기조 위에 선별되고 해석되었다. 적어도 이 책에서 확인되는바 우리 겨레의 미학 사상은 기교에 비해 주제를 앞세우는 쪽이 주류를 이룬다. 가령 조선 전기 학자 서거정은 “시는 마땅히 기백을 앞세우고 기교는 다음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조선 후기 문신 홍석주는 “문장이 화려할수록 사상-감정이 은폐되고 꾸밈이 공교로울수록 천진한 맛이 없어진다”며 기교와 꾸밈을 경계했다.
책 뒤에 해설을 쓴 신구현 역시 “내용의 우위성과 세계관의 결정적 역할”을 우리 겨레 미학 사상의 알짬으로 든다. “문학은 마땅히 정치에 복무하여야 하며 투쟁과 사회 발전을 돕는 수단의 하나”라는 것이 그가 보는 고전 작가들의 문학관이었다. 아마도 이런 관점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것이 다산 정약용이 아들 연에게 보낸 편지의 한 대목일 것이다.
“나랏일을 걱정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요, 어지러운 시국을 가슴 아파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요, 옳은 것을 찬양하고 악한 것을 미워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다. 그러므로 사상이 확고하지 못하고 학문에서 바른길을 찾지 못하며, 인간의 진리를 알지 못하고, 백성을 걱정하는 마음이 깊지 못하면 시를 쓸 수가 없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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