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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미당’이 살아 기쁨 나눴더라면

등록 2006-05-01 21:15

서정주 시인이 생전에 남긴 동국대 100돌 축시 육필 원고
서정주 시인이 생전에 남긴 동국대 100돌 축시 육필 원고
생전에 남긴 동국대 100돌 축시 공개
총장, 90돌 기념때 찾아가 청탁

미당 서정주(1915~2000) 시인이 생전에 써 둔 미발표 시가 공개되었다.

동국대학교(총장 홍기삼)는 1일 오전 11시 본관 회의실에서 미당이 생전에 써 둔 동국대학교 100돌 기념 축시를 공개했다. 이 시는 미당이 1996년 5월 ‘동국대학교 개교 100주년을 앞두고’라는 제목으로 쓴 원고지 5장 분량의 작품이다.

동국대학교는 개교 90돌이던 1996년 5월, 개교 100돌을 축하하는 시를 미당에게 미리 받아서는 그동안 공개하지 않고 학교 도서관 귀중본 자료실에 보관해 왔다. 1996년 미당을 자택으로 찾아가 축시를 청탁했던 홍기삼 총장(당시 국문과 교수)은 1일 미당의 시를 낭독한 뒤 “100주년 기념시를 미리 청탁한다는 것이 조심스러웠지만, 당신이 눈치를 채고 흔쾌히 시를 써 주셨다”며 “100주년까지 살아서 기쁨을 나눠야지 하셨던 걸 생각하면 시를 공개하는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시는 “국선화랑도와 불교의 원만한 통합정신을 이어받아서/신라의 삼국통일의 힘을 그대로 계승해서/‘햇빛 밝은 동쪽의 아침나라’라는 뜻으로/동국대학교라는 이름을 지녀 내려온/우리의 떳떳한 교육의 전당이여!”라는 첫 연으로 시작해 모두 6연 32행으로 이루어졌다. 미당은 이 시에서 일제강점기 일본불교 조동종의 조선 불교 합병 음모에 맞서 싸운 박한영, 한용운 스님 등을 거론하고 1919년 3·1운동 당시 동국대 학생들의 투쟁을 상기하는 등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의 역사를 특히 강조했다.

미당의 축시는 또 이승만 독재정권에 맞서 벌어진 4·19 학생혁명 당시에도 동국대 학생들이 맨 앞에서 용감하게 싸운 사실을 언급한 뒤 동국대의 앞날이 민족사와 함께 건재하기를 바라는 말로 마무리된다.

“언제나 이 민족의 정의에 앞장서고,/의리와 인정에 투철하고,/엉터리 학문은 절대로 하지 않는/우리 동국대학교의 오랜 학풍을 우리는 믿나니,/무한히 계속될 이 민족사 속에서/모교여 늘 건재키만 하소서!”

동국대학교는 이날 공개된 미당의 시를 당분간 학교 내에 전시한 뒤 타임캡슐에 넣어 다시 100년 뒤에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글·사진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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