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상동 부천 판타스틱 제1스튜디오. 2002년 에스비에스 드라마 〈야인시대〉의 세트장으로 지어진 이곳은 ‘문화도시’ 부천을 대표하는 상동 영상문화단지의 토대가 된 시설물이다.
이제는 문화도시
부천 프로젝트
부천 프로젝트
1998년 지자체 최초 ‘문화도시’ 표방
판타스틱영화제 등으로 이미지 새 단장
영상부문 침체 극복하려 시설 확충 박차
시민 참여 높이기·콘텐츠 강화가 숙제 부천시는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문화도시’를 표어로 내걸고 소프트웨어 위주 사업을 추진했다. 또 2000년대 초반에는 하드웨어 건설에 힘을 쏟았다. 부천의 빛과 그늘을 살펴본다.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상동 ‘부천 판타스틱 제1스튜디오’. 지난 3일 오후, 1만2314평이나 되는 이 거대한 세트장은 평일 오후라지만 지나치게 스산할 정도로 휑뎅그렁한 채로 경남 함양 농협 부녀회에서 온 서른명 남짓한 관광객들을 맞고 있었다. 1930~1960년대 서울 도심의 모습을 재현한 이곳은, 지난 2002년 에스비에스 드라마 〈야인시대〉의 오픈세트장으로 지어졌다. 드라마가 시청률 상한가를 치던 2003년에는 관람인원이 80만2370명에 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2004년 관람객 수는 21만6680명으로 4분의 1토막 났고, 2005년에는 13만6855명으로 또다시 반토막이 났다. 드라마 종영 뒤 촬영지의 인기가 수그러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문화도시 부천’의 판타스틱 제1스튜디오는 단순한 세트 촬영장이 아니다. 민선 2~3기였던 원혜영 전 부천시장은 임기 첫해인 1998년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문화도시 부천’을 표어로 내걸었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복사골예술제, 만화정보센터,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 5대 문화사업으로 집중 추진됐고, ‘굴뚝공장’과 ‘성고문’의 도시로 각인됐던 부천은 ‘문화도시’의 이미지로 거듭나는 데 성공했다. 원 전 시장은 임기 후반기였던 2001년 부천을 영상문화도시로 키우겠다는 포부로 상동에 10만평 규모의 영상문화단지를 조성했다. 부천시가 에스비에스 프로덕션과 함께 59억원의 조성비를 들여 건립한 판타스틱 제1스튜디오는 바로 ‘문화도시 부천’을 대표하는 시설인 영상문화단지의 토대가 된 시설물이다.
따라서 판타스틱 제1스튜디오의 부진은 ‘문화도시 부천’의 중심축이었던 영상 부문의 퇴조를 의미하기도 한다. 2002년부터 추진돼 시의회의 승인과 건축허가까지 받았지만 수많은 논란 끝에 2004년 끝내 무산된 판타스틱 제2스튜디오 건립, 그리고 지난해 홍건표 현 시장 직후 김홍준 집행위원장 해촉으로 파행을 거듭하다 고전을 면치 못했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도 영상부문을 앞세운 문화도시 부천의 한계를 보여준 사례다.
타스틱 제1스튜디오의 다른 한편에서 한창 터를 닦고 있는 ‘한국만화영상산업진흥원’은 영상문화단지와 문화도시 부천의 새로운 방향과 가능성을 가늠케 하는 시설물이다. 최인용 부천시 문화산업과장은 “부천의 경우, 바다나 산이 없기 때문에 부산처럼 촬영팀들이 촬영을 하러 오거나 영화팬들이 휴식을 겸해 찾아오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며 “영상 대신 부가가치가 높고 경쟁력도 있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쪽으로 집중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고 밝혔다. 1998년부터 개최해 온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 같은해 시작된 만화정보센터 운영 등으로 경쟁력을 다져온 만화·애니메이션 분야로 문화도시 부천의 중심축을 옮긴다는 계획인 것이다. 부천시는 이런 정책적 판단을 근거로, 국비 300억, 도비 150억에 시비 150억 등 600억원을 투입해 7월부터 한국만화영상산업진흥원 건립에 착공한다. 2008년 완공 예정인 진흥원을 만화·애니메이션의 메카로 키우고, 400억원을 들여 추가로 주변 상가들을 매입한 뒤 관련 업체들을 유치해 산업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포부다.
지만 부천시가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산업효과에 주목해 시설물 건립에 힘을 쏟고 있는 요즘, 문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문화도시의 상을 잘못 그리고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손경년 문화관광부 문화중심도시조성추진기획단 도시조성실장은 “부천이 ‘문화도시’라는 시티마케팅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시설물 같은 하드웨어 인프라보다 소프트웨어, 콘텐츠 중심의 문화도시를 지향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원 전 시장이 문화도시를 표방하며 내세운 5대 사업을 살펴보면,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1988)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1997), 복사골예술제(1985)는 기존에 있던 지역의 소프트웨어를 내실있게 키운 것이다. 신설한 만화정보센터(1998)와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1998)도 흩어져 있던 콘텐츠들을 한데 모아 효과를 거둔 것이다. 또 민간전문위원으로 원 전 시장 당시 ‘문화도시 부천’을 만드는 데 참여했던 김보성 경기문화재단 기전문화대학장은 시설관리공단 문화사업본부였던 것을 부천문화재단으로 바꿔 문화센터 관리와 시민강좌 운영 등을 맡긴 것이나, 기초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권고’사항일 뿐인 문화예술진흥금고를 만들어 지역 예술가들을 지원한 것도 소프트웨어를 중시한 문화도시 부천의 남다른 특징을 보여주는 예로 꼽았다. 이와 더불어 좀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문화도시 부천’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부천문화재단의 관계자는 “진정한 문화도시라면 시민들의 문화 향수 능력이 높아야 하고, 이를 통해 문화의 생활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부천시민의 경우, 문화도시라는 이미지에 비해 솔직히 문화 욕구나 문화소비 수준은 상당히 낮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손경년 도시조성실장은 이에 덧붙여 “문화강좌나 문화공연 등을 강화하고 부천 시민의 문화향수 수준을 높여 아래로부터의 참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사진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판타스틱영화제 등으로 이미지 새 단장
영상부문 침체 극복하려 시설 확충 박차
시민 참여 높이기·콘텐츠 강화가 숙제 부천시는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문화도시’를 표어로 내걸고 소프트웨어 위주 사업을 추진했다. 또 2000년대 초반에는 하드웨어 건설에 힘을 쏟았다. 부천의 빛과 그늘을 살펴본다.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상동 ‘부천 판타스틱 제1스튜디오’. 지난 3일 오후, 1만2314평이나 되는 이 거대한 세트장은 평일 오후라지만 지나치게 스산할 정도로 휑뎅그렁한 채로 경남 함양 농협 부녀회에서 온 서른명 남짓한 관광객들을 맞고 있었다. 1930~1960년대 서울 도심의 모습을 재현한 이곳은, 지난 2002년 에스비에스 드라마 〈야인시대〉의 오픈세트장으로 지어졌다. 드라마가 시청률 상한가를 치던 2003년에는 관람인원이 80만2370명에 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2004년 관람객 수는 21만6680명으로 4분의 1토막 났고, 2005년에는 13만6855명으로 또다시 반토막이 났다. 드라마 종영 뒤 촬영지의 인기가 수그러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문화도시 부천’의 판타스틱 제1스튜디오는 단순한 세트 촬영장이 아니다. 민선 2~3기였던 원혜영 전 부천시장은 임기 첫해인 1998년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문화도시 부천’을 표어로 내걸었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복사골예술제, 만화정보센터,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 5대 문화사업으로 집중 추진됐고, ‘굴뚝공장’과 ‘성고문’의 도시로 각인됐던 부천은 ‘문화도시’의 이미지로 거듭나는 데 성공했다. 원 전 시장은 임기 후반기였던 2001년 부천을 영상문화도시로 키우겠다는 포부로 상동에 10만평 규모의 영상문화단지를 조성했다. 부천시가 에스비에스 프로덕션과 함께 59억원의 조성비를 들여 건립한 판타스틱 제1스튜디오는 바로 ‘문화도시 부천’을 대표하는 시설인 영상문화단지의 토대가 된 시설물이다.
2003년 열린 제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씨네21〉 제공
손경년 문화관광부 문화중심도시조성추진기획단 도시조성실장은 “부천이 ‘문화도시’라는 시티마케팅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시설물 같은 하드웨어 인프라보다 소프트웨어, 콘텐츠 중심의 문화도시를 지향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원 전 시장이 문화도시를 표방하며 내세운 5대 사업을 살펴보면,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1988)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1997), 복사골예술제(1985)는 기존에 있던 지역의 소프트웨어를 내실있게 키운 것이다. 신설한 만화정보센터(1998)와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1998)도 흩어져 있던 콘텐츠들을 한데 모아 효과를 거둔 것이다. 또 민간전문위원으로 원 전 시장 당시 ‘문화도시 부천’을 만드는 데 참여했던 김보성 경기문화재단 기전문화대학장은 시설관리공단 문화사업본부였던 것을 부천문화재단으로 바꿔 문화센터 관리와 시민강좌 운영 등을 맡긴 것이나, 기초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권고’사항일 뿐인 문화예술진흥금고를 만들어 지역 예술가들을 지원한 것도 소프트웨어를 중시한 문화도시 부천의 남다른 특징을 보여주는 예로 꼽았다. 이와 더불어 좀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문화도시 부천’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부천문화재단의 관계자는 “진정한 문화도시라면 시민들의 문화 향수 능력이 높아야 하고, 이를 통해 문화의 생활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부천시민의 경우, 문화도시라는 이미지에 비해 솔직히 문화 욕구나 문화소비 수준은 상당히 낮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손경년 도시조성실장은 이에 덧붙여 “문화강좌나 문화공연 등을 강화하고 부천 시민의 문화향수 수준을 높여 아래로부터의 참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사진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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