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오후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29 홍바이 갤러리’에서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 고영직 회장과 베트남 여성 소설가 이반(사진 가운데와 그 오른쪽5c) 등 한국과 베트남 문화예술인들이 양국간 문화 교류 방안에 관한 세미나를 하고 있다.
하노이서 사진전·세미나·특강 등 다채로운 행사
작가회의-베트남작가동맹 자매결연 10년의 결실
작가회의-베트남작가동맹 자매결연 10년의 결실
한국-베트남 문화예술인
‘한류를 넘어 문화 교류로!’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모임·회장 고영직)이 5월26일~6월1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마련한 사진전과 세미나를 아우르는 표어였다.
모임은 지난 26일 하노이 ‘29 홍바이 갤러리’에서 사진작가 최경자씨의 베트남 풍물 사진전 ‘베트남 신(SCENE)-얼굴’을 개막했다. 베트남사진작가협회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이 후원한 행사였다. 29일엔 같은 장소에서 베트남작가동맹, 베트남사진작가협회와 함께 양국 문화 교류를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
이에 앞서 27일 오전 하노이대에서는 모임의 전임 회장인 소설가 방현석씨가 이 대학 한국학과 학생들을 상대로 특강을 했다. 시인 정일근씨 등 울산작가회의 대표단은 2004년 문화 교류 협정을 맺은 바 있는 하노이작가동맹과 실무 회담을 통해 올 하반기 양쪽 작가 작품을 상대방 매체에 번역해 싣고 하노이 정도 1000년인 2010년을 기념하는 합동 작품집을 한국어와 베트남어, 영어로 펴내며, 양쪽 작가들의 상호 방문 등 인적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합의했다.
한국과 베트남 두 나라 문학인과 문화예술인들 사이의 이런 활발한 교류의 배경에는 1994년에 창립된 모임이 자리잡고 있다. 최인석, 김영현, 김남일, 방현석씨 등이 주축이 돼 창립한 모임은 한국과 베트남 사이의 ‘특수한’ 역사적 관계에 대한 인식을 바탕에 깔고 출범했다. 창립 당시는 민족문학작가회의(작가회의) 안의 친교 모임에 가까웠던 모임은 10여 년의 연혁을 쌓아 오는 동안 작가회의 내 소모임들의 ‘맏형’으로서 모범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작가회의와 베트남작가동맹이 자매결연을 하고 작품과 작가 교류에 나서게 된 데에는 모임의 구실이 컸다. 방현석씨의 베트남 주제 소설집 〈랍스터를 먹는 시간〉은 방씨 자신 모임 회원으로서 꾸준히 베트남에 관심을 갖고 공부해 온 결과라 할 수 있다. 그의 베트남 주제 소설들이 지난해 베트남어로 번역 출간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방씨는 27일 오전 하노이대 특강에서 “한국의 현재는 아시아 다른 나라들의 가능한 미래일 수 있지만 바람직한 미래일 수는 없다”며 “중요한 것은 아시아 각국이 문화적 주체성을 잃지 않는 가운데 교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9일 세미나에서도 비슷한 지적들이 나왔다. 베트남의 인기 여성 작가 이반은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가 베트남에 많이 소개된 데 비해 한국 문학작품의 번역 소개는 미미하다”며 “특히 두 나라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상대방 언어로 번역돼야 좀 더 활발하고 생산적인 교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의 여성 시인 노안티기는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일하던 동생이 가족의 건강과 부모님의 장수를 빌며 인삼을 선물로 보내 온 일을 소재로 삼은 자작시 〈남동생의 선물〉을 낭송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평론가 홍기돈씨는 ‘새로운 민족문학론의 모색 1’이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제국의 민족주의와 피식민지의 민족주의는 거울상일 수 없다”며 “식민지 조선의 지식인들이 모색했던 민족국가 건설 방법론을 ‘비민족주의적 반식민주의’로 부를 것”을 제안했다. 29일 세미나에는 두 나라 문인들뿐만 아니라 사진작가와 화가, 미술평론가 등 다른 분야 예술인들 역시 참여했다. 세미나 시간에 맞춰 최경자씨의 사진 전시회장을 찾은 휴띤 베트남작가동맹 서기장은 “최경자 선생의 사진은 사진으로 쓴 시와 같다”며 “베트남과 베트남 사람들에 대한 최 선생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어 감동적이었다”라고 말했다.
모임의 고영직 회장은 세미나를 마무리하는 연설에서 “그동안 베트남과 한국 문화예술인들의 교류는 문학이 중심이었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모임이 창구 구실을 맡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노이/글·사진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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