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 털어 아프리카 문화원 여는 태천만씨
“우리에게 낯설면서도 묘한 매력이 있는 아프리카 문화에 빠져 이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27일 경기 포천시 소흘읍 아프리카문화원 개관을 준비중인 태천만(54)씨는 유물 마무리 정리에 정신이 없다.
포천에서 나 초등학교 졸업 뒤 목수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30여년간 온갖 일을 전전한 끝에 건설회사와 출판사, 제과점, 패스트푸드점 등을 운영하며 사업에 성공했다. 앞만 보며 달려온 그가 2000년 문득 ‘고향을 위해 좋은 일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국립수목원 근처 땅 1만여평을 사들였다. 처음에는 꽃나무를 심어 동네 사람들이 쉴 공원을 꾸밀까 했지만, 우연한 기회에 아프리카 조각작품을 접하고는 아프리카 문화에 빠져들었다. 서울 동숭동 아프리카문화원을 찾아가 전시품을 본 그는 고향에 ‘아프리카문화원’을 짓기로 결심했다.
무작정 아프리카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간 그에게 유물 수집이 쉬울 리 없었다. 그는 “문화재에 문외한이다 보니 처음에는 현지 골동품 상인들한테 사기당한 적도 많았다”며 “2~3년 돌아다니다 보니 안목이 생겨 현지 상인들도 깜짝 놀랄 수준”이라고 자랑했다. 그는 2000년부터 20여차례 가나, 케냐, 카메룬 등 아프리카 10여개국을 돌아다녔다. 그의 직원들이 다닌 곳까지 합치면 30여개 나라에 달한다. 긴 탐사 끝에 그는 30여개국 150여 부족의 유물 500여점과 돌과 나무로 된 조각작품 300여점을 수집할 수 있었다. 코트디부와르 민속공연단 20여명도 한국에 데려왔다.
오랜 건축경력을 바탕으로 직접 문화원 건물을 설계했다. 태씨는 “평생 이뤄온 것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일에 뛰어드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며 “그동안 이룬 작은 성공을 고향에 되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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