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화장실까지 공연장 변신 볼거리 경연
전세계 관광객 유인 1350억원 경제효과
축제 참가비·입장권만으로 예산 독립
관객 30%는 주민…성공신화 완성 주인공
전세계 관광객 유인 1350억원 경제효과
축제 참가비·입장권만으로 예산 독립
관객 30%는 주민…성공신화 완성 주인공
교회, 대학교, 놀이터부터 버스, 엘리베이터, 공중화장실까지. 해마다 8월이 되면 영국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시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공간은 극장으로 바뀐다. 세계 최대의 공연예술축제 중 하나인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이 열리는 것이다. 올해의 축제(4~28일)는 261곳의 임시 극장에서 무려 1867개의 공연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극장 옆의 빈 공간은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을 위한 ‘바’가 된다. 벽면은 공연 홍보 전단으로 온통 도배돼 있다. 프린지 페스티벌의 중심거리인 ‘하이 스트리트’의 가로등도 홍보 전단으로 표주박처럼 불룩하게 배가 나와 있다. 광고 전단을 나눠주는 예술가들의 다채로운 모습은 그것 자체로도 하나의 진기한 ‘공연’이다. 한마디로 도시 전체가 온통 축제의 열기에 휩싸여 있다. 올해로 60회를 맞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는 몇 가지 불가사의한 성공신화가 있다. 그 성공 스토리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최근 우리나라에서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는 각종 지역 축제가 배울 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자발성으로 꽃피운 성공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뒤인 1947년, 전쟁으로 얼룩진 유럽을 문화예술로 재통합하자는 기치 아래 시작된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을 모태로 탄생했다.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받지 못한 8개 공연단체가 극장이 아닌 소규모 공간을 극장으로 개조해 공연했던 것이 프린지 페스티벌의 시초다. 프린지(주변)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탄생 배경은 축제의 성격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참가작을 엄선하는 인터내셔널 페스티벌과 달리 프린지 페스티벌은 누구에게나 문호를 개방했다. 지금도 프린지협회에 약간의 참가비만 내면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축제에서 공연할 수 있다.
이런 특성은 시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운영을 가능하게 했다. 시 지원 예산은 전체 수입의 4%인 4만5천파운드(약 8100만원)에 불과하다. 폴 거진(43) 프린지축제 위원장은 “우리는 시의 지원을 별로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의 지원이 없어도 충분히 자생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7일 현재 140만장 이상의 입장권이 팔려나갔으며, 2년 전의 경우 호텔이나 레스토랑 등이 올린 수입을 포함한 부가적인 경제효과가 7500만 파운드(우리 돈 약 1350억원)나 됐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참여도 자발적이다. 프린지 축제 관객의 30%는 이곳 주민이며, 이들이 입장권 판매의 50%를 차지한다. 에든버러 주민들이 축제를 완성한다는 신화가 있을 정도다. 이밖에 영국에서 오는 사람이 39%(런던 9%), 외국인이 22%이며, 7%는 에든버러를 제외한 스코틀랜드 지역 사람들이다.
대중성으로 승부하는 공연
주객이 바뀌어 프린지가 인터내셔널을 압도하기 시작한 것은 6, 7회 축제 때부터. 1962년 34개였던 프린지 참가 단체는 72년 182개, 81년 494개, 올해는 735개로 늘었다. 인터내셔널 쪽이 연극, 클래식, 무용, 오페라 등 고급 취향의 정제된 공연을 비싼 돈을 주고 불러오는 것과는 달리, 프린지는 학생들의 학예회 수준의 공연부터, 〈점프〉처럼 고도로 훈련된 전문 공연단체들이 스스로 돈을 내고 참가한다. 프린지에는 우리 돈으로 만원이면 볼 수 있는 값싼 공연도 많다. 공연 장르도 스탠딩 코미디나 서커스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이 주를 이룬다. 진보적이고 실험적인 공연이 많은 프랑스의 아비뇽페스티벌과는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그러니 예술성은 아무래도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공연예술이 거래되는 시장으로
이렇게 부담없이 가벼운 공연들은 별생각 없이 편하게 공연을 즐기고 싶어하는 관광객들의 기호와 맞아떨어져 해마다 더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400만명의 관광객이 찾은 것으로 협회는 추산하고 있다. 에든버러는 시내 중심가에서 동서남북 어디를 가나 걸어서 2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작은 도시다. 300~400년 이상 된 고풍스런 건물들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도시는 그냥 걸어다니는 것만으로도 포만감을 안겨준다.
폴 거진은 “관람객들이 곳곳에서 축제를 느낄 수 있도록 하려면, 큰 도시보다 작은 도시에서 축제를 여는 게 더 효과적”이라며 “런던은 큰 도시이지만, 노팅힐 지역에서 열리는 카니발에 집중해서 약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해마다 점점 더 많은 공연이 무대에 올라가자 공연을 구매하려는 제작·기획자들도 전 세계에서 몰려들고 있다. 약 100여개의 스카우트 회사와 극장 및 방송사 관계자가 재능 있는 예술가를 발굴하기 위해 극장을 뒤지고 있으며, 세계에서 온 2천여명의 기자들이 리뷰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공연예술이 거래되는 시장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프린지에 참가해 호평을 받은 뒤, 세계 순회 공연을 하고 있는 〈난타〉나 〈점프〉가 그 좋은 예다. 이제 프린지는 세계 무대에 서고 싶어 하는 공연작품들이 처음 소개되는 초연 무대로 자리 잡았다.
에든버러/글·사진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다채로운 모습으로 공연 홍보 전단을 나눠주는 이들은 그 자체가 하나의 볼거리다.
주객이 바뀌어 프린지가 인터내셔널을 압도하기 시작한 것은 6, 7회 축제 때부터. 1962년 34개였던 프린지 참가 단체는 72년 182개, 81년 494개, 올해는 735개로 늘었다. 인터내셔널 쪽이 연극, 클래식, 무용, 오페라 등 고급 취향의 정제된 공연을 비싼 돈을 주고 불러오는 것과는 달리, 프린지는 학생들의 학예회 수준의 공연부터, 〈점프〉처럼 고도로 훈련된 전문 공연단체들이 스스로 돈을 내고 참가한다. 프린지에는 우리 돈으로 만원이면 볼 수 있는 값싼 공연도 많다. 공연 장르도 스탠딩 코미디나 서커스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이 주를 이룬다. 진보적이고 실험적인 공연이 많은 프랑스의 아비뇽페스티벌과는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그러니 예술성은 아무래도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공연예술이 거래되는 시장으로
에든버러 거리에는 혼자서 수백명의 관객들을 불러모으는 재주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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