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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한국 노동사의 미래’ 펴낸 김영곤씨

등록 2005-03-03 18:22수정 2005-03-03 18:22

“노동운동, 민중과 괴리된다면…”
한국 노동계 향한 쓴소리

요즘도 이런 책이 나온다. <한국 노동사와 미래>(도서출판 선인). 제목의 ‘무게’는 그 ‘부피’에서 확증 된다. 1842쪽의 글을 세 권에 나눠 담았다. 그 고갱이는 17세기 이후 한국 노동사지만, 당대의 세계운동사도 함께 엮었다. 이런 주제의 책을 ‘원·투·쓰리’로 펴내는 것은 1980년대에나 있었음직한 일이다.

그러나 놀라운 일은 따로 있다. 바로 책을 쓴 지은이다. 올해 56살의 김영곤(사진)씨는 1972년부터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청년 노동자 전태일이 죽은 지 꼭 2년 뒤였다. 사립명문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그는 “진로를 고민하다” 서울 구로공단의 한 공장에 취업했다. 위장취업이나 조직적 투신 같은 말조차 생겨나기 전이었다. 일종의 ‘고독한 결단’이었던 셈이다.

이후 반유신 투쟁, 민주노조 건설운동, 노동자 대투쟁 등에 앞장서며 70년대와 80년대를 보냈다. 81년 가을 대졸 학력이 드러나 쫓겨났지만, 84년에 다시 공장에 들어가 1987년까지 ‘현장’을 지켰다. 1988년부터는 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 등에서 일하면서 전노협의 출범과 함께 했다. 대우중공업 노조 사무국장,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조운동연구소’ 소장 등도 역임했다. 당국의 수배에 쫓긴 기간만 13년이다.

70·80년대 노동현장 활동
90년대 후반 정당 중심·이기주의 고민
‘고독한 공부 10년’ 결실로

왕년의 노동운동가들이 이런저런 자리에서 ‘정치적 시민권’을 획득한 오늘, 김씨는 왜 노동을 ‘책으로’ 말하는 걸까. 1997년을 전후한 90년대 중후반이 문제였다. 이 시기를 고비로 “한국 노동운동에서 조합이기주의가 발생하고, 모든 문제를 진보정당 중심의 정치투쟁으로 해소하려는 경향이 발생했다”고 그는 말한다. “노동운동과 좌익정당이 민중과 괴리돼버린 일본의 전철을 밟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고심 끝에 그는 노동현장을 떠났다. 도서관에 틀어박혔다. <한국 노동사…>는 10년에 걸친 ‘고독한 공부’의 결실이다. 노동의 패러다임을 민중의 현실과 결합시키는 것이 화두였다. ‘노동운동사’가 아닌 ‘노동사’를 집필한 데는 노동운동의 협소한 영역을 확장시켜야 한다는 고민이 담겨 있다. 그는 “국가의 벽을 넘는 통합사회운동”을 노동의 미래로 제시한다. 노동자와 농민, 시민이 서로 소외를 배려하고 해결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해 전세계적인 자본에 맞서는 저항의 공동체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의 제안은 네그리가 <제국>에서 말하는 ‘지구적·일상적 저항’을 연상시킨다. 20년의 실천과 10년의 연구가 맺어낸 결실은 이 책의 부피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것은 노동조합과 노동정당의 틀에 갇힌 한국 노동계를 향한 ‘노동자 지식인’ 김영곤의 ‘원·투·쓰리’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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