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끗 까투리는 일본국조, 쌍피는 흥성기원 부적…
분노·한숨 자양분 삼아 3년 동안 한국식 개발 골몰
3.6×5.7㎝에 세시풍속·한민족 기상까지 담아내
분노·한숨 자양분 삼아 3년 동안 한국식 개발 골몰
3.6×5.7㎝에 세시풍속·한민족 기상까지 담아내
[이사람] 한국식 화투 ‘한투’ 개발한 정정복씨
조선인에 대한 일제의 황민화 정책이 2000년대 인터넷시대에 꽃을 피우고 있다고?
토요일 오후 8~9시가 되면 사이버 고스톱게임 접속자가 200만명에 이른다면서 한투를 개발한 정정복(42)씨는 그렇게 비유했다.
그는 화투의 12월 비를 예로 들었다. “광에 나오는 갓 쓴 인물은 일본의 입지전적인 화가입니다. 개구리가 미끄러지기를 거듭하다 마침내 버드나무에 오르는 것을 보고 열심히 공부해서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열끗의 까투리는 일본의 국조고요. 쌍피는 일본의 흥성을 기원하는 부적이랍니다.” 일본의 역사와 풍속, 기원이 담긴 화투를 치면서 한국인들은 일본을 배우고 일본의 흥륭을 기원한다는 것이다. 정작 우리나라 고등학교에서는 한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데 말이다.
“1월 솔광의 붉은 해는 히노마루, 2월 꾀꼬리는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새, 9월 열끗 목숨수 문양은 사무라이가 지니던 물통, 11월은 똥이 아닌 일본왕실 문양인 오동나무입니다.” 인터넷 검색창에 ‘화투’를 치면 그에 관한 문답이 주르륵 뜬다. 초중고생들이 호기심에 물은 물음에 달린 시시콜콜 답글들은 청소년들이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를 그대로 보여준다.
“저도 처음에는 몰랐어요. 알고보니 기가 막히더라고요.”
그런 분노와 한숨은 정씨가 한국식 화투 한투를 개발하는 데 들어간 3년여 인고의 양분이 됐다. “화투를 바꾼다니 포커나 장기도 바꿔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더군요. 3800만명이 즐길 만큼 국민오락이 된 화투가 철저하게 일본 것인데다 그들의 숨겨진 의도가 깔려 있음을 모르고 하는 소리죠.”
정씨가 개발한 한투에 한국의 5000년 역사와 자연, 세시풍속을 담은 것은 당연지사. ‘광’을 무궁화 문양의 ‘복’으로 하고 청룡·백호·주작·현무로 바꿨다. 청단·홍단·초단은 신라·백제·고구려로 대체해 삼국 역사를 들여놨다. (〈한겨레〉 8월4일치)
가장 바꾸기 힘들었던 패는 11월 똥. 워낙 검정과 빨강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 이에는 이. 고구려 광개토대왕 때의 강역도를 기본으로 하고 절개의 상징 대나무와 북방지킴이 현무를 넣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도 염두에 두었다는 설명이다. 12월패 역시 공을 많이 들였다. 백두산 천지, 기마민족의 기상, 충효정신을 녹였다. 쌍피의 전통적인 대문은 “한국이여, 세계로 나아가라”는 염원을 담은 일종의 부적이라고 말했다. 3.6×5.7㎝ 좁은 공간에 그것들을 다 담으려니 무척 힘들었다. 화투가 70, 80년 동안 바뀌지 않은 또다른 이유를 체감했다. “지금껏 민화투 개벽화투 사군자화투 독도화투 등 바꾸려는 시도가 네 차례 이상 있었어요. 하지만 실패했지요. 일본 것의 아류여서 대체할 만큼의 수준이 아니라고 보았던 거죠. 그만큼 진정한 우리 것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고 봅니다.” 현재 하나로마트에서 30만개 주문을 받아 본격 제작 중이다. 추석 전후에 일반인들도 구입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그는 삼국통일과 연계한 인터넷 응용게임도 보급할 계획이다. 정씨는 “이완용 땅 환수 등 커다란 일은 한번으로 끝나지만 화투는 일상에 침투한 탓에 청산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2~3년 정도면 승부가 날 거라고 내다봤다. 정치입문을 제의받은 적이 있다는 그는 정치판보다 화투판이 훨씬 재밌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화투를 만지는 솜씨는 몹시 서툴렀다. 글 임종업 기자 blitz@hani.co.rk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가장 바꾸기 힘들었던 패는 11월 똥. 워낙 검정과 빨강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 이에는 이. 고구려 광개토대왕 때의 강역도를 기본으로 하고 절개의 상징 대나무와 북방지킴이 현무를 넣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도 염두에 두었다는 설명이다. 12월패 역시 공을 많이 들였다. 백두산 천지, 기마민족의 기상, 충효정신을 녹였다. 쌍피의 전통적인 대문은 “한국이여, 세계로 나아가라”는 염원을 담은 일종의 부적이라고 말했다. 3.6×5.7㎝ 좁은 공간에 그것들을 다 담으려니 무척 힘들었다. 화투가 70, 80년 동안 바뀌지 않은 또다른 이유를 체감했다. “지금껏 민화투 개벽화투 사군자화투 독도화투 등 바꾸려는 시도가 네 차례 이상 있었어요. 하지만 실패했지요. 일본 것의 아류여서 대체할 만큼의 수준이 아니라고 보았던 거죠. 그만큼 진정한 우리 것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고 봅니다.” 현재 하나로마트에서 30만개 주문을 받아 본격 제작 중이다. 추석 전후에 일반인들도 구입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그는 삼국통일과 연계한 인터넷 응용게임도 보급할 계획이다. 정씨는 “이완용 땅 환수 등 커다란 일은 한번으로 끝나지만 화투는 일상에 침투한 탓에 청산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2~3년 정도면 승부가 날 거라고 내다봤다. 정치입문을 제의받은 적이 있다는 그는 정치판보다 화투판이 훨씬 재밌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화투를 만지는 솜씨는 몹시 서툴렀다. 글 임종업 기자 blitz@hani.co.rk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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