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연재소설 선정성 도마
신문윤리위 20여차례 경고 귓등
정청래 의원 질타에 되레 ‘역공’
신문윤리위 20여차례 경고 귓등
정청래 의원 질타에 되레 ‘역공’
<문화일보> 연재소설 ‘강안남자’의 선정성 문제가 국회 국정감사 무대로까지 떠올랐다.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 13일 문화관광부를 상대로 한 국회 문광위 국감에서 ‘강안남자’의 선정성을 지적하며 “신문 폐간까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자 문화일보는 17일치 6면에 정 의원이 국감 도중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국감장의 하품과 졸음?’이라는 제목으로 내보냈다.
이에 정 의원은 17일 국정홍보처 국감에서 “기사 내용과는 아무런 관계없이 사진을 게재했다”며 보복기사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여권을 신랄하게 공격하는 문화일보의 논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한 것 아니냐’는 <한겨레> 기자의 질문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조용 문화일보 편집국 부국장은 “정 의원이 찍힌 사진은 공무를 수행하는 국회의원의 모습을 포착한 것으로 보복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조 부국장은 ‘선정적인 수위가 높지 않는가’라고 질문에 “강안남자의 작가에게 선정성과 관련한 문제제기를 전달했다”며 “요즘에는 소설이 줄거리 중심으로 나가 그런 장면이 사라진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정치인과 신문사가 벌이고 있는 공방의 원인은 신문 연재소설의 선정성이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은 지난 20일 ‘강안남자’를 모니터한 보도자료를 냈다. 소설에서 성행위 및 성기 애무 장면을 매우 음란하게 그려 독자의 성적 수치심과 성 충동을 불러 일으킨다는 점이 지적됐다. 신문윤리위원회는 그동안 강안남자의 선정성에 대해 3차례의 공개경고, 21차례의 비공개경고, 2번의 주의를 줬다.
신문 연재소설은 그동안 선정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를 해왔다. 지난 1954년 1~8월 <서울신문>이 연재한 ‘자유부인’은 대학교수 부인이 남편 제자와 바람을 피운다는 내용을 담았다. 한국전쟁 뒤 퇴폐풍조와 사회 단면을 파헤쳤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대표적인 외설 소설로 찍히기도 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에는 스포츠신문의 음란·선정성이 사회 문제가 됐고, 2003년에는 <헤럴드경제>의 ‘가루지기 타령’이 적나라한 성행위 묘사로 논란이 됐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그동안 신문 연재소설의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책임’ 기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없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공론의 장에서 신문 연재소설의 선정성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 볼 때”라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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