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금강산에서 열린 ‘6·15민족문학인협회’ 결성식에 참가한 남과 북의 문인들이 결성식에 이어 펼쳐진 문학의 밤 행사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재봉 기자
‘6·15민족문학인협회’ 결성식 성과·의미
기관지 ‘통일문학’ 창간 합의…공동편집으로 소통 길터
‘핵’ 먹구름 양쪽 스타작가 빠져…내년 만남 추진 <‘황진이’ 어휘 사전>과 합동평론집 <살아 있는 신화, 황진이> 전달식은 성사되지 않았다. 주인공인 북한 작가 홍석중씨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시업 민족문학사연구소 공동대표(성균관대 교수)와 그의 외육촌인 소설가 남대현씨와의 46년 만의 상봉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 남쪽에도 잘 알려진 <청춘송가>의 작가 남대현씨는 금강산까지는 왔지만 극심한 복통 때문에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고 평양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홍석중씨와 남대현씨 외에 오영재, 백남룡씨 등 남에 알려진 북쪽 문인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북쪽 참가자들 역시 고은, 백낙청, 황석영씨 등 남쪽 문단의 ‘얼굴’ 격인 이들이 오지 않은 데 대해 실망하는 눈치였다. 지난달 30~31일 금강산에서 열린 ‘6·15민족문학인협회’(협회) 결성식은 예상보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차분하다 못해 ‘썰렁한’ 느낌조차 주었다. 양쪽의 스타급 문인들이 불참한데다 북의 핵실험 이후 냉각된 남북관계가 문학 행사에도 악영향을 끼친 것이다. 참가 문인들은 여론의 향방을 예의 주시하면서 쓸데없는 오해와 비난을 사지 않도록 조심에 조심을 거듭하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7월 평양과 백두산 등지에서 열린 남북작가대회에서의 흥분과 감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해서 결성식의 의미와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결성식을 계기로 새롭게 구성된 남과 북의 공동회장단은 첫 번째 회의에서 몇 가지 합의를 끌어냈다. 협회 기관지 <통일문학>에 관한 것들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통일문학>은 협회의 기관지다 △공동편집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한다 △편집부는 남과 북, 그리고 해외에 둔다 △원고의 보장은 남과 북, 해외가 공동으로 한다 △공동편집위원회는 편리한 지역에서 한다. 합의된 다섯 가지 사항은 비록 초보적이고 막연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실제로는 매우 중요하며 근본적인 의미를 지니는 것이라고 도종환 남측협회 집행위원장은 설명했다. “<통일문학>이라는 이름의 잡지가 남과 북에서 각기 나오고 있는데, 협회의 기관지로 창간되는 <통일문학>은 그것들과 분리된 별도의 잡지라는 점이 이번 회의에서 합의되었다”는 것이다. 잡지 기획과 제작, 원고의 수급에 관해 남과 북 양쪽의 합의를 전제조건으로 하되 표기법과 물리적 제작 공정, 판권 등에 관해서는 양쪽의 독립성을 보장해 주기로 한 점도 중요하다. 남측협회 집행위원인 김형수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총장은 “기관지 <통일문학>의 창간까지는 구체적인 사안에 관한 협의가 더 이루어져야 하지만, 협회의 또 다른 중요 사업인 ‘6·15통일문학상’ 시상은 잡지 발행에 앞서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측은 북측에 대해 지난해 평양 대회와 이번 금강산 결성식에 이은 세 번째 남북작가대회를 내년 여름쯤 남쪽에서 할 것을 거듭 요청했다. 김덕철 북측 협회장은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되 작가들의 뜻을 모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이후 10여 차례의 실무접촉을 통해 결성식을 준비한 문인들은 이번 행사의 의미가 겉보기와 달리 매우 크다고 거듭 강조했다. 역시 남측협회 집행위원인 문학평론가 김재용(원광대 교수)씨는 “조선작가동맹 위원장 직무대행인 김덕철 북측 회장을 비롯해 최길상 조선작가동맹 평론분과위원장, 그리고 ‘북의 체호프’로 불리는 소설가 한웅빈씨 등 이번에 참가한 북측 문인들은 북쪽 문단의 실질적인 핵심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수 사무총장도 “남과 북의 문학적 분단을 뛰어넘기 위한 협회 결성에 남측의 작가회의와 한국문인협회, 그리고 어느 단체에도 소속되지 않은 ‘무소속’ 문인들까지 두루 참가했다는 점에서 협회의 출현은 남쪽 문단 내부의 분열도 봉합하는 의미를 지닌다”고 자평했다.
금강산/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핵’ 먹구름 양쪽 스타작가 빠져…내년 만남 추진 <‘황진이’ 어휘 사전>과 합동평론집 <살아 있는 신화, 황진이> 전달식은 성사되지 않았다. 주인공인 북한 작가 홍석중씨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시업 민족문학사연구소 공동대표(성균관대 교수)와 그의 외육촌인 소설가 남대현씨와의 46년 만의 상봉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 남쪽에도 잘 알려진 <청춘송가>의 작가 남대현씨는 금강산까지는 왔지만 극심한 복통 때문에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고 평양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홍석중씨와 남대현씨 외에 오영재, 백남룡씨 등 남에 알려진 북쪽 문인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북쪽 참가자들 역시 고은, 백낙청, 황석영씨 등 남쪽 문단의 ‘얼굴’ 격인 이들이 오지 않은 데 대해 실망하는 눈치였다. 지난달 30~31일 금강산에서 열린 ‘6·15민족문학인협회’(협회) 결성식은 예상보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차분하다 못해 ‘썰렁한’ 느낌조차 주었다. 양쪽의 스타급 문인들이 불참한데다 북의 핵실험 이후 냉각된 남북관계가 문학 행사에도 악영향을 끼친 것이다. 참가 문인들은 여론의 향방을 예의 주시하면서 쓸데없는 오해와 비난을 사지 않도록 조심에 조심을 거듭하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7월 평양과 백두산 등지에서 열린 남북작가대회에서의 흥분과 감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해서 결성식의 의미와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결성식을 계기로 새롭게 구성된 남과 북의 공동회장단은 첫 번째 회의에서 몇 가지 합의를 끌어냈다. 협회 기관지 <통일문학>에 관한 것들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통일문학>은 협회의 기관지다 △공동편집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한다 △편집부는 남과 북, 그리고 해외에 둔다 △원고의 보장은 남과 북, 해외가 공동으로 한다 △공동편집위원회는 편리한 지역에서 한다. 합의된 다섯 가지 사항은 비록 초보적이고 막연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실제로는 매우 중요하며 근본적인 의미를 지니는 것이라고 도종환 남측협회 집행위원장은 설명했다. “<통일문학>이라는 이름의 잡지가 남과 북에서 각기 나오고 있는데, 협회의 기관지로 창간되는 <통일문학>은 그것들과 분리된 별도의 잡지라는 점이 이번 회의에서 합의되었다”는 것이다. 잡지 기획과 제작, 원고의 수급에 관해 남과 북 양쪽의 합의를 전제조건으로 하되 표기법과 물리적 제작 공정, 판권 등에 관해서는 양쪽의 독립성을 보장해 주기로 한 점도 중요하다. 남측협회 집행위원인 김형수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총장은 “기관지 <통일문학>의 창간까지는 구체적인 사안에 관한 협의가 더 이루어져야 하지만, 협회의 또 다른 중요 사업인 ‘6·15통일문학상’ 시상은 잡지 발행에 앞서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측은 북측에 대해 지난해 평양 대회와 이번 금강산 결성식에 이은 세 번째 남북작가대회를 내년 여름쯤 남쪽에서 할 것을 거듭 요청했다. 김덕철 북측 협회장은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되 작가들의 뜻을 모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금강산에서 ‘6·15민족문학인협회’가 결성된 뒤 마련된 문학의 밤 행사에서 북쪽의 여성 시인 박경심(왼쪽)씨와 남쪽의 남성 시인 신용목씨가 이상화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함께 낭송하고 있다. 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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