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델레 블로흐 바우어>
헤지펀드 투자붐…올해 300억달러 거래
세계적으로 미술시장 붐이 일고 있다.
미술품이 석유와 금을 대체할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헤지펀드와 중동의 석유자금, 중국·러시아·인도 등의 신흥 부자들의 돈이 몰려들고 있다고 <슈피겔>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보도했다. 이들 보도를 보면, 유럽미술재단은 올해 전세계 미술품 거래는 3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또 현재 미술품을 사기 위해 떠도는 현찰만 330억달러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은밀한 거래를 원하는 미술품 거래의 특성을 감안하면 이보다 규모가 클 것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이 1억달러의 심리 장벽을 깬 이래, 올해 구스타프 크림트의 초상화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사진)가 경매사상 최고가인 1억3500만달러(약 13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가을 뉴욕 경매는 2주간 13억달러의 거래가 이뤄져 최고기록을 세웠다. 6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선 청나라 시대의 조그만 도자기 그릇이 1억5123만 달러에 팔렸다. 전문가들은 미술품 가격이 10년 전에 비해 4배 정도 값이 뛰었다고 평가했다. 소더비의 경매담당인 토비아스 마이어는 “중국과 러시아의 새로운 고객이 전후 걸작들을 매집하고 있다”며 “낙찰가 고공행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과 런던 등이 주도하던 미술시장이 세계화하는 것도 새로운 흐름이다. 고객들이 저평가됐던 신흥시장을 찾아나서면서 중동이나 인도, 중국, 한국 등의 미술시장도 붐을 맞고 있다. 내년 3월 두바이에서 열리는 중동 최초의 ‘걸프미술견본시장’엔 파리, 런던, 뉴욕, 로스앤젤레스의 유명화랑들이 줄지어 참가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헤지펀드와 관련한 기사에서 “투자자들에게 월스트리트에 투자만 하지 말고 헤지펀드 매니저들처럼 미술품에 투자할 것”을 권고한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연말보너스가 1억달러에 달하는 월가의 헤지펀드 최고경영자들이 새 미술 애호가로 등장하면서 뉴욕현대미술관, 구겐하임미술관, 휘트니미술관 등의 이사진으로 속속 영입되는 것도 새 풍속도이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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