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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아름다운 노랫말이 노래를 더 빛나게

등록 2007-01-14 21:42수정 2007-04-17 11:54

조동진의 노랫말들이 담긴 <조동진 시집: 우리 같이 있을 동안에>(청맥·1991)
조동진의 노랫말들이 담긴 <조동진 시집: 우리 같이 있을 동안에>(청맥·1991)
한국팝의 사건·사고 60년 (82) 80년대 가사
촌철살인의 명쾌한 구절이 필요하고, 때로는 (작사가 박건호의 말을 인용하면) ‘3분 드라마’가 되기도 하며, 리듬과 운율을 갖는다는 점에서 노래 가사는 시와 많이 닮았다. 그래서일까. 시가 노랫말로 차용된 사례를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박인환의 시에 박인희의 청아한 목소리가 입혀진 <목마와 숙녀>나, 고은의 시에 김민기가 곡을 붙인 <가을편지>, 그리고 서정주의 시에 송창식이 부른 <푸르른 날> 등은 지극히 고전적인 사례에 속한다.

한편, 문단(文壇) 혹은 그 지망생 출신의 전문 작사가들도 꽤 있다. (작곡가 김희갑의 부인이자 음악 ‘콤비’인) 작사가 양인자가 소설가와 방송작가를 거쳤다는 점은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수천 편의 노랫말을 남긴 박건호는 대표적인 시인 출신 작사가이고, 1985년 상반기의 히트곡 <인생은 미완성> 등을 작사한 김지평 역시 문예창작과 출신이다. 물론 대중음악 가사가 문학(시) ‘작품’보다 저급하고 열등하다는 인식 때문에, ‘직종 전환’이 쉽지만은 않았던 모양이다. 박건호에 따르면 작사가의 길로 들어선 데에는 경제적 이유가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이들이 활동하던 1980년대에는, 방송국이 주최한 가요상의 한 부문이던 노랫말상이 별도로 마련되기도 했다. 1983년 시작된 ‘케이비에스 가사대상’이나, 이와 비슷한 ‘엠비시 아름다운노래대상’이 있었다. 이외에 대중가요 작사가들의 모임인 한국노랫말연구회 주최로 1987년에 시작한 ‘한국노랫말대상’이 있었다.

이러한 가사에 대한 시상식은 노랫말의 예술적 가치를 증명하는 자리가 되기도 했지만, 가요의 ‘순화’와 ‘계도’ 목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1회 케이비에스 작사대상에서 서정주의 시에 붙인 <푸르른 날>이 대상을, 박건호가 작사한 <아 대한민국>이 금상을 차지한 것만 봐도 ‘예술성’과 ‘건전성’을 통합시키려는 시상(施賞)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그러니 가요심의제의 부정적인 면모를 어느 정도 해소시키는 완충제 역할도 했던 셈이다.

그런데 시적 가사는 포크 음악과 친밀하다는 ‘편견’이 있는 것 같다. 1985년경에 인기를 얻은 곡들만 한정해보면, 질박하고 진솔한 가사가 곁들여진 정태춘의 <북한강에서>, 애잔하고 서정적인 노랫말과 하모니가 어우러진 (유익종·이주호의) 해바라기의 <이젠 사랑할 수 있어요>도 떠오르고, 동화적 아이콘 혹은 우화적 상징이 있는 연가로 광주에서 서울까지 인기를 끌어올린 김원중의 <바위섬>도 기억난다.

그러고 보면 1985년은 대중음악사적으로 중요한 해 같다. 무엇보다 이 해에 들국화를 비롯한 ‘언더그라운드 돌풍’이 몰아쳤으니 말이다. 그리고 ‘언더그라운드의 대부’이자 ‘노래하는 음유시인’으로 불린 조동진도 5년 만에 신작을 내놓았다. 이 3집에 실린 <제비꽃>은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와 앙드레 슈발츠 바르트의 <고독이라는 이름의 여인>의 여주인공들에게서 영감을 받은 곡이라 한다. “한 인간이 세상에서 겪는 꿈과 사랑과 좌절과 눈물, 그리고 …성숙해 가는 과정”을 제비꽃에 요약한 것이다. 이처럼 그의 시적 노랫말은 여백 있는 동양화, 아름다운 동화, 철학적 성찰이 담긴 경구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최지선/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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