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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훨훨 나는 그들, 춤보다 아찔한 현실

등록 2007-01-27 13:55

비보이(브레이크 댄스) 열기가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 뜨겁다. 지난 20일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열린 ‘2007 비보이 유닛 월드챔피언십’ 한국예선에 참여한 한 팀이 멋진 춤을 선보이고 있다. 이 대회에는 30팀이 겨뤄 ‘리버스크루’가 한국대표로 뽑혔다. 강창광 기자 <A href="mailto:chang@hani.co.kr">chang@hani.co.kr</A>
비보이(브레이크 댄스) 열기가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 뜨겁다. 지난 20일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열린 ‘2007 비보이 유닛 월드챔피언십’ 한국예선에 참여한 한 팀이 멋진 춤을 선보이고 있다. 이 대회에는 30팀이 겨뤄 ‘리버스크루’가 한국대표로 뽑혔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프로도 한달 100만원 수입
잦은 부상·연습 공간도 없어
언론선 ‘구경거리’로만 소개
갑작스런 인기 금방 식을수도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거리에서 떼로 몰려 춤을 추는 그들은 ‘불량 청소년’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았다. 세계대회에서 연거푸 우승을 거머쥐자 대접이 달라졌다. 비보이. 한 텔레비전 광고에서는 ‘대한민국 1등’을 위해 땀을 흘리는 애국청년으로까지 묘사된다.

비보이, 비걸이 되려는 청소년들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프로 비보이팀이 운영하는 10여개 학원에 다니는 수강생만 1천명이 넘는다. 일반 댄스학원이나 피트니스센터 등의 강좌까지 합치면 비보이 학생은 5천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보이들은 이런 변화를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비보이는 연예인이 아니다”=프로팀 ‘리버스크류’의 유현(21)씨는 갑작스런 ‘신분상승’에서 오는 ‘거품’을 걱정했다. “지금 비보이들에게 쏟아지는 갑작스런 관심이 언제 가라앉을지 두려워요. 그저 재미있는 구경거리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자유로운 ‘비보이 정신’이 호들갑스러운 여론 속에서 시들어버릴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프로팀 ‘래스트포원’의 박대영씨는 “본래 비보이는 연예인이 아니라 몸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예술가”라며 “본질이나 정신이 소개되지 않고 동작의 특이함만 이목을 끌다가 곧 식상해지지 않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익스프레션’의 멤버인 이호성(27)씨는 “몇몇 프로팀의 화려함만 보고 비보이가 되겠다고 뛰어드는 어린 친구들이 많은데, 열정 없이 쉽게 시작했다가는 곧 포기하고 떠나게 된다”고 말했다.

프로도 한 달 수입 100만원=일류 비보이들의 생활도 상상처럼 화려하지 않다. 프로 공연이 가능한 수준의 비보이는 국내에 100여명 정도. ‘마리오네트’라는 제목의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익스프레션’ 팀은 국내에서 가장 ‘잘나가는’ 비보이로 꼽히지만,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다. ‘마리오네트’는 연습기간을 포함해 모두 석달 동안 1억2천만원에 계약을 했는데, 30명의 팀원들이 나눠 가지면 한 사람이 한 달에 100만원 남짓 받는 셈이다. 학교 축제나 백화점 행사에 초청받더라도 공연료는 30만~100만원 정도다. 이런 공연도 매번 들어오는 게 아니다. 비보이 장아무개(22)씨는 “학교 축제는 공연료가 워낙 적어 파스 값도 안 나온다”며 “어린 멤버들에게 공연 경험을 쌓게 해준다는 의미로 참가한다”고 말했다.

격렬한 동작 때문에 부상도 잦다. ‘익스프레션’ 팀의 매니저 최문석 실장은 “관절이나 연골을 다쳐 여섯달씩 치료를 받고 다시 복귀하는 비보이들도 흔하다”고 말했다. 군 입대와 함께 비보이 활동을 접은 김동건(25)씨는 “헤드스핀을 연습하다가 원형 탈모증이 생긴 친구도 있고, 텀블링 연습을 하다 뒤통수로 떨어져 목숨을 잃을 뻔한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연습공간도 부족=음악평론가 김영대씨는 “예전에는 비보이들을 외면하다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자 정부와 상업화한 언론이 멋대로 포장하는 현상이 문제”라며 “단지 춤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인데 이렇게 치켜세웠다가 나중에 인기가 식는다면 그 좌절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비보이들은 마음껏 연습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바라고 있다. 유현씨는 “프로 비보이들의 공연에만 관심이 쏠리고, 순수하게 춤을 좋아하는 비보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노현웅 김외현 수습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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