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남성 패션
스키니진·레깅스·롱부츠…여성 뺨치는 슬림패션 활보
지난 20일 오후 도쿄의 대표적인 젊은이 거리, 하라주쿠, 잔뜩 찌푸린 날씨와는 달리 활기가 넘친다. 거리를 활보하는 10~20대 여성들의 패션은 2년 전보다 더 대담해진 듯하다. 부츠와 짧은 스커트나 팬츠, 하나같이 검정 계열의 레깅스…사실 한국의 거리풍경과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 남성들은 어쩐지 하나같이 날씬하다 못해 말랐다는 인상마저 준다. 1980년에 비해 20대 여성은 더 말랐지만 남성은 거의 변화가 없다는 일본 후생성의 영양조사 결과에 비춰볼 때, 실제보다 날씬하게 보이는 패션이 연출한 착시효과다.
이날 거리에서 마주친 10~20대 남성의 열에 여덟쯤은 몸에 딱 붙는 바지에다 재킷을 걸치고 있었다. 코트도 헐렁한 모양은 찾아볼 수 없다. 마치 스타킹을 신은 듯한 스니키진에다 목이 긴 구두, 꽉 끼는 코트에 갖가지 장식물로 한껏 멋을 낸 대학 1년생 스즈키 고지(19·사진)를 붙잡고 물어봤다. “자기 만족이다. 과거와 다르게 여성스런 성적 매력이 남성들에게도 통용되는 것같다.”
186㎝의 키에 체중이 59㎏인 요코가와 히데유키(23)는 “날씬한 게 아름답게 보이는 시대인 것같다”고 말했다. 그는 “4~5년 전만 해도 헐렁한 스타일이 유행이었는데 1년 전부터는 다들 이런 차림”이라고 덧붙였다. 주간지 〈아에라〉 최근호는 남성복 슬림 현상을 집중소개하기도 했다.
하라주쿠 뒷골목에는 ‘라드 뮤지션’, ‘갈라벤드’ 등 몸에 붙는 옷전문점이 성업중이다. 라드 뮤지션에서는 과거 ‘46’ 사이즈가 가장 작았으나 지금은 더 작은 치수가 3단계나 생겼다고 한다. “여성용 38 사이즈를 사는 남성도 많이 늘어나는 등 남녀 구분이 거의 없어졌다”고 점장 가토 히사노리는 말했다.
패션전문가들은 여성의 스키니진 유행을 몇년의 차를 두고 남성들이 뒤따르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일본 최대 기성복 업체 ‘아오키’는 3~4년 전부터 슬림라인을 선보이다 최근 방송광고 등을 통해 대대적인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 홍보기획실 가토 히카루는 “20대 고객 70~80%가 슬림형을 고른다. 30~40대도 두 벌을 사면 한 벌은 슬림형을 고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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