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와 최남선이 일제 말기 일본에서 조선 유학생들을 상대로 학병 참가를 권유하는 강연을 하고서 그 배경과 취지 등에 관해 대담을 한 자료가 발굴되었다. 사진은 1944년 1월에 발행된 <조선화보>에 실린 대담 모습으로 왼쪽부터 최남선 이광수 마해송이다. <서정시학> 제공
1944년 도쿄 조선문화사 발행 <조선화보> 실려
이광수 “지원병 궐기대회는 내선일체 실현된 극적 광경”
최남선 “잠자는 혼 깨우는 정신적 부흥 위한 수행 계기”
이광수 “지원병 궐기대회는 내선일체 실현된 극적 광경”
최남선 “잠자는 혼 깨우는 정신적 부흥 위한 수행 계기”
일제 말기인 1943년 11월 이광수와 최남선이 일본의 조선인 유학생들에게 학병 참가를 권유하는 강연을 한 뒤 나눈 대담이 처음으로 발굴되었다.
계간 <서정시학>(주간 최동호) 봄호는 1944년 1월 일본 도쿄 조선문화사에서 나온 <조선화보>의 권두에 실린 두 사람의 대담을 번역해 실었다. 자료를 발굴한 김윤식 명지대 석좌교수가 대담 전문을 번역하고 해제를 곁들였다.
아동문학가 마해송이 사회를 맡은 대담에서 이광수(원문에는 ‘가야마 미쓰로’라는 일본 이름으로 등장)는 11월24일 메이지대 강당에서 있은 ‘특별지원병 궐기대회’를 가리켜 “참으로 내선일체가 실현된 것 같은 (…) 일종의 극적 광경”이라고 말했다. “모두가 울고 있더군요. 황국(皇國)을 위해 전장에 나가 죽자는 생각이 모두의 얼굴에 드러났더군요.” 그는 더 나아가 “(조선 학생들이) 좀더 뜻을 크게 품어 일본 전체나 대동아 전체를 짊어지고 일어서려는 기개를 가졌으면 싶었다”고 했다.
최남선도 이에 질세라 “(학병 참가는) 우리들의 잠자고 있는 혼을 깨운다는, 어떤 의미에서는 정신적 부흥을 위한 수행에 있어 하나의 ‘계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남선과 이광수는 신라의 화랑도와 고구려 무사정신이 일본 무사도와 한 뿌리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좌담에서는 이 밖에도 신문학 초창기에 관한 중요한 증언들이 나왔다. △신체시의 효시로 꼽히는 <해에게서 소년에게>보다 8개월 앞서 나온 최남선의 <경부철도가>(1908.3)가 일어로 번역된 영국 시인 바이런의 <해적>을 모방해서 쓴 작품이며 △이광수가 일본어로 쓴 첫 소설 <사랑인가>(1909.12)가 일본 <주오신문>에 전재되었다는 사실은 특히 흥미롭다.
한편, 두 사람의 대담은 신태양사 사장으로 당시 일본 잡지계에서 군림했던 마해송이 사회를 맡아 주목된다. 마해송에 대해서는 그동안 친일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돼 왔는데, 학병 권유 좌담의 사회를 맡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친일 쪽으로 좀더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