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완씨
백기완씨 ‘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
“나는 우리말을 남달리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하기보다는 우리말을 써야 내 뜻이 제대로 담겨져 나오는 것 같아서 애써 골라 쓰고 있는 것뿐이다.”
통일운동가 백기완(사진)씨는 순수 우리말로 글을 쓰거나 말을 하는 우리말 운동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요즈음 “우리말 쓰기보다도 한숨을 더 많이 내뱉곤 한다”고 했다. 외래어 대신 우리말을 쓰자고 제안할 때마다, “그가 말하는 것들은 날판 꾸민 말”이라는 비판이 날아오기 때문이다. 백씨는 대학 신입생 대신 ‘새내기’라고 하자고 했을 때 말로는 좋다고 하면서 아무도 쓰지 않아 “너무나 안타까워 ‘새내기, 새내기’ 그러면서 울기도 많이 했다”고 털어 놓았다. “‘웰빙’ ‘화이팅’ ‘팬’, 그것들은 꾸민 말이 아니고 내가 하는 말은 몽땅 엉터리란 말인가.”
백씨는 23~24일 세종대 광개토관 431호에서 열리는 ‘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 제13차 말나눔잔치에서 발표하는 글 ‘나의 우리말 우리글 깨우치기’에서 우리말 사랑을 행하는 과정에서 겪은 여러 일화를 털어 놓는다.
그가 일본말인 ‘하꼬방’ 대신 ‘달동네’란 말을 쓰자 오랏꾼(경찰)들이 그를 잡아다 매달아 쳤다고 했다. 이유는 일본말 싫어하면 ‘빨갱이 새끼’라는 것이었다. 남산에 뚫으려는 굴을 ‘터널’이라고 하기에 ‘맞뚫레’라고 하자고 했더니 이런 반대 목소리가 들려 왔다. ‘맞뚫레’는 조국 근대화 정신에 맞질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코배기 말을 꿔다 쓰는 것도 조국근대화냐 그랬다가 이참엔 까분다고 잡아다 패 까무라쳤다가 깨어났으나 오금을 쓸 수가 없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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