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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쑥쑥 크는 ‘세컨드라이프’ 이러다 ‘퍼스트’ 될라

등록 2007-09-18 16:42

전 세계 1천만명이 ‘제2의 삶’
투명치 못한 통화거래 등 문제
국내서도 3차원 서비스 등장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일본 미즈호 은행 산업조사부(IRD)의 고무라 사토시 본부장은 지난 1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07국제게임개발자회의’에 참여해 ‘세컨드라이프’를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일본 경제산업성의 의뢰로 세컨드라이프 이용실태를 조사해 지난 5월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의 린든랩이 2003년 첫선을 보인 세컨드라이프는 3차원(3D)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서비스다. 국내에선 이용자 수가 많진 않지만 전세계적으로 세컨드라이프 이용자가 1천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세컨드라이프는 일반적인 게임과 구분된다. 정해진 스토리 없이 이용자들은 자신을 대변하는 ‘아바타’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고무라 본부장은 “일정한 자유는 현실에서 인간 활동의 원천이다. 이는 세컨드라이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 모델도 다른 인터넷 서비스와 구분된다. 린든랩은 기업이나 이용자들에게 토지를 판매하거나, 가상화폐와 실제화폐를 교환해주는 대신 수수료를 받는다. 서비스 내에서 사용되는 가상화폐는 ‘린든달러’로, 환율은 1달러당 약 270 린든달러다. 세컨드라이프에서 사업 및 마케팅을 하는 기업의 수도 늘고 있으며 새 비즈니스도 등장했다. 세컨드라이프에 진출하려는 기업에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3차원 건축물을 만들어주는 회사들이 있다.

일본의 유명 광고 대행사인 덴츠는 올초 세컨드라이프연구회를 설립했으며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토지를 구입해 되파는 부동산 개발업도 빼놓을 수 없다. 2006년 기준으로 연간 린든달러 거래 규모는 8800만달러(약 810억원)다. 미즈호 은행 보고서는 2008년엔 린든달러 거래 규모가 11억4000만달러(약 1조 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세컨드라이프의 성장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아바타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세상은 일종의 치외법권 지역이다. 고무라 본부장은 “세컨드라이프에선 미풍양속을 해치는 아바타, 비합법적인 거래 등이 등장하면서 카지노를 금지하는 등 규제가 생기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도 가상현실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인식했지만 아직 대책을 마련하진 못했다”고 전했다. 린든랩은 가상화폐와 현실화폐의 환율을 조정하는 등 사실상 중앙은행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이런 통화거래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 회사는 이용자가 린든달러를 잃어버렸을 경우 이를 보증하지 않는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얼마전 세컨드라이프에서 활동하던 깅코 파이낸셜은행이 파산을 선언하고 예금 지급을 중단했지만, 예금자보호 등 필요한 조처를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과세 문제도 논의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의회는 가상현실의 경제 활동 실태를 조사했다. 국경이 없는 가상현실에서 과세 문제는 새로운 쟁점이 될 수 있다.

각국에선 세컨드라이프와 비슷한, 새로운 3차원 가상현실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2003년에 등장한 스웨덴 마인드아크의 ‘엔트로피아 유니버스’ 도 가상화폐와 실제화폐를 교환해준다. 일본에서도 가상현실 서비스가 여럿 등장하고 있다. 오는 11월에 서비스를 시작할 ‘미트-미(MEET-ME)’ 는 여성과 어린이까지 쉽게 이용할 수 있는데, 다만 가상화폐와 엔화의 교환은 불가능하다.

국내에선 하이앤지가 가상현실 서비스 ‘아지트로’를 시범서비스 중이다. 하이앤지 쪽은 아지트로에 대해 “쉽게 이용할 수 있고 아바타가 아닌 자신의 거주공간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 기반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토지 거래를 할 수 있으며 저작권 문제만 해결되면 손수제작물(UCC) 거래 서비스도 할 계획이다. 하이앤지의 김진수 팀장은 “지금까지 인터넷 공간은 현실을 보조하는 수단이었으나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하는 앞으로의 인터넷 공간은 현실과 융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테크놀로지 분야 기자인 빅토르 키건은 자신의 칼럼에서 인터넷 아바타 인구가 곧 지구 인구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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