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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다른 소리 갈라진 마음 모아 ‘통일화음’ 울립니다”

등록 2007-09-20 18:45수정 2007-09-20 19:00

‘한겨레 평화의 나무 합창단’ 창단 공연…국내 첫 시민합창단 ‘탄생’
‘한겨레 평화의 나무 합창단’ 창단 공연…국내 첫 시민합창단 ‘탄생’
‘한겨레 평화의 나무 합창단’ 창단 공연…국내 첫 시민합창단 ‘탄생’
“앙코르~앙코르~”

지난 18일 저녁 한겨레신문사 사옥 3층 강당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평화와 통일을 노래하는 국내 최초의 시민합창단인 ‘한겨레 평화의나무 합창단’(단장 정은숙)이 첫선을 보인 자리였다.

스무살 대학생부터 칠순을 바라보는 주부까지, 회사원,디자이너, 대학 교수 등 다양한 계층과 직업을 지닌 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50여명의 단원들은 이날 창단기념 연주회에서 ‘향수’, ‘철망 앞에서’, ‘내 마음의 강물’, ‘스윙 로우 스윗 채리엇’ 등 다채로운 노래로 한달 남짓 갈고 닦은 화음을 들려줬다. 객석의 열띤 호응에 이들은 ‘사랑합니다’와 ‘상록수’로 화답했고 어느새 입을 모아 연창을 한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이들의 첫 발걸음을 격려했다.

“깜짝 놀랐어요. 지난 7월 〈한겨레〉에 난 모집 공고에서 오디션을 거쳐야 한다기에 망설임 끝에 왔는데 저보다 용기 있는 시민들이 생각보다 많이들 왔더라구요.”, “노래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노래하는 분위기를 좋아해요. 요샌 노래방 반주기가 없으면 제대로 노래를 못하잖아요.”, “모집 공고에서 ‘80년 그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부르던 노래를 기억하십니까’란 문구를 보는 순간 가슴 속에서 뭔가 울컥 치솟는 느낌이었어요.”

공개 오디션 통해 뽑힌 50여명 회비제 운영
20대 대학생·60대 주부·부부·가족 회원도
‘평화·상생’ 주제 전국 순회 음악회 ‘포부’

총무를 맡은 이순이(42)씨는 “단원들이 털어놓는 입회 동기는 제각각 다르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창간 때부터 〈한겨레〉를 지지해 뭔가 보탬이 되고자 했다. 그런데다 좋아하는 노래로 ‘통일과 평화 운동’에도 한몫을 할 수 있으니 신이 난다.”고 말한다.

단원들 중에는 지난 80~90년대 대학 노래패나 문화운동을 했던 ‘386세대’들이 많다. 또 교회나 성당에서 오랫동안 성가대 활동을 해온 이들도 많아 노래 실력도 ‘순수 아마추어’ 수준을 넘는다.

단원들의 참여 열기도 뜨겁다. 보수를 받기는 커녕 동호회처럼 회비를 내야 하는대도 연습이나 뒷풀이에나 출석률은 높기만 하다. ‘부부 단원’인 이해동(54·번역가)·석찬희(52·주부)씨는 매주 화요일 저녁 연습실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열성 회원’이고, 소프라노 팀장인 이주혜(43·주부)씨는 남편 심철민씨와 남동생 이준한씨도 동참시켜 ‘가족 회원’이 됐다. 멀리 춘천과 남양주에서 오는 회원들도 있다.

현직 교사인 박기범(36·고양시 화정고)씨는 “무엇보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소리와 마음을 모아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뿌듯했다. 창단식에서 받은 단원 명함을 반 아이들에게 돌리고 다음 공연에 다들 오라고 미리 초대했다”고 말했다.

이날 연주회 내내 손에 땀을 쥐며 지켜본 정은숙(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단장은 “과연 아마추어들이 한달 남짓, 그것도 일주일에 두 시간 연습 만으로 연주회를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너무 훌륭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지휘자인 고성진(국립오페라단 합창단 지휘자)씨도 “단원들이 결집력이 너무 좋고 다들 열심히 하고 있다. 이런 열정과 실력이면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레퍼토리를 더 많이 쌓아서 전국적인 정기 공연도 계획할 만하다”고 의욕을 보였다.

‘한겨레 평화의 나무’ 합창단은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사장 민병석)이 21세기 남북 상생과 통일의 미래를 여는 평화·생명 문화운동의 사업의 하나로 결성했다. 합창단은 내년 1월 첫 정기연주회를 시작으로 해마다 ‘평화와 상생’을 주제로 한 공연을 펼쳐 그 수익금으로 통일·평화 관련 사업을 후원할 예정이다. 또 내년 5월 한겨레 창간 20돌 전국순회공연을 비롯해 지역으로 찾아가는 평화음악회도 꾸밀 계획이다. 합창단 카페 http://cafe.naver.com/peacetree.cafe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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