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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인재로 인한 이상기후의 해결 ‘측우기 발명국’…답게 앞장서길

등록 2007-09-28 18:52

영화 〈어벤저〉를 보면, 날씨를 마음대로 만들어서 판매하는 과학자가 등장한다. 그가 세계 정복을 노리고 영국을 폭설과 폭풍우로 뒤덮어버리는 장면은 이 영화의 압권이다. 그의 이름이 오거스트(8월)인 것도 시사적이다. 지난 8월의 세계 날씨는 누가 조작한 것처럼 변화무쌍했기 때문이다. 1998년 이 영화가 나온 지 9년이 지나는 동안 지구촌 기후가 영화처럼 바뀐 것일까.

극단적 기상현상이 잦아지다 보니 이제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조차 어려워졌다. 올해 인도와 중국에선 각각 수천만 명이 홍수 피해를 입었다. 아프리카와 남미의 여러 곳에서도 최악의 홍수가 발생했다. 반면 독일에선 1세기 만의 가뭄이 덮쳤고, 유럽 동남부와 러시아엔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극단적 기상현상의 배경에는 지구온난화가 있고,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도를 좌우한다.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무려 100년이나 대기에 머문다. 지난 1만 년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0.028%)을 유지해왔으나 1950년대부터 부쩍 높아져 이제 380ppm이 됐다. 지구 온도도 지난 100년간 0.7도 가량 높아졌다. 기온이 1도 올라가면 포화 수증기량이 7% 늘어나는데, 지표면은 대개 그 절반 비율만큼 수분을 더 뺏긴다. 지구온난화가 폭우와 가뭄을 함께 유발하는 이유다.

지구 기후와 관련해 세 가지 ‘티핑 포인트’(변화가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지점)가 있다고 한다. 멕시코만류가 느려지거나 붕괴하는 것, 아마존 열대 우림이 죽는 것, 해저에서 메탄이 폭발적으로 방출되는 것이 그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환경생물학 교수인 팀 플래너리는 〈지구온난화 이야기〉(지식의풍경 펴냄)에서, 지금처럼 갈 경우 셋 모두 이번 세기에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인류가 감내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농도는 2100년 기준으로 550ppm이다. 이 기준을 맞추려면 연간 탄소 배출량을 6기가톤 이하로 억제해야 한다. 1990년 배출된 탄소량이 13.3기가톤이므로 절반 이상 줄여야 한다. 이렇게 되더라도 지구 온도는 지금보다 2~3도 올라간다.

기상학·기후학은 21세기 필수 학문의 하나가 됐다. 기상은 공기 중에서 일어나는 여러 대기현상을 말하며, 해마다 되풀이되는 대기현상을 기후라고 한다. 기상학 발전은 크게 세 시대로 나뉜다. 첫째는 바람이나 구름 등의 상태를 관찰해 일기를 예측한 관천망기 시대다. 둘째는 기기를 사용한 측기 시대이고, 셋째는 관측자료를 수집해 일기도를 작성한 일기도 시대다. 관천망기 시대와 측기 시대를 나누는 분기점이 바로 세종대왕이 세계에서 처음 측우기를 만든 1442년이다. 1400년부터 1859년까지 서울에서 192차례의 홍수가 있었다. 5년에 두 차례 꼴이다. 측우기는 이런 환경의 산물이다.

마크 트웨인은 ‘모두가 날씨에 대해 얘기하지만 날씨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했지만, 인간은 이미 지구 기후 변동의 최대 인자가 됐다. 한국은 측우기를 가장 먼저 만든 나라답게 지구온난화 대응과 기상학·기후학 연구에서도 앞서가야 한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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