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루스 청소년 미술사
<라루스 청소년 미술사> 라루스 편집부 지음·김미정 옮김/아트북스·1만4000원
책을 본 순간, 15년 전 겨울 유럽 배낭여행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때만 해도 배낭여행 초창기여서, 일본 책을 거의 그대로 베낀 여행 안내서 한 권 달랑 들고 나선 길이었다. 회사의 배려로 보름간의 ‘제법’ 긴 휴가를 얻긴 했지만 일곱 나라의 대표 도시를 돌아보려니 말 그대로 ‘주마간산’이요, 발자국만 찍기도 빠듯한 일정이었다. 하지만 두고두고 안타까웠던 것은 짧은 일정이나 영어 실력만이 아니라 미술을 비롯한 문화사에 대한 백지에 가까운 무지였다. 대영박물관, 루브르, 시스티나 성당, 어부의 요새 등등 명소들을 두루 가보긴 했지만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그곳에 가득 담긴 유물들의 가치와 인류 문명사의 의미를 제대로 읽어낼 능력이 없었던 까닭이다.
그래서 ‘청소년(을 위한) 미술사’로 읽히는 〈라루스 청소년 미술사〉는 수학여행, 어학연수, 가족여행 등으로 점점 국외 문화 체험 기회가 많아지고 있는 요즘 청소년들을 새삼 부러워하게 만드는 책이다. 배낭에 넣어 가기에 부담없는 문화 길잡이로 안성맞춤이니 말이다.
서양중심 탈피 아시아 미술에도 눈길
그리스·로마부터 포스트모더니즘까지
공간·시대 아우르는 화려한 볼거리 가득 우선 ‘서양미술사 시리즈’와 ‘어린이 백과사전’으로 국내에서도 이름난 프랑스 라루스 출판사가 2005년 펴낸 신간으로 각 분야에서 검증된 미술사가들이 집필을 맡아, 믿고 권할 만하다. 프랑스의 문법학자이자 사서편찬자 라루스가 1852년 세운 이 출판사는 8000여 개의 대항목 아래 관련 지식을 체계적으로 해설한 대백과사전으로 명성을 얻었고, 영국 파이돈, 독일 타셴과 함께 세계 3대 미술 전문 출판사로 꼽힌다. 프랑스의 지적 역량을 대표하듯, 화려한 도판과 유물 사진들을 풍부하게 담고 있어 보는 즐거움을 주면서도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해 170쪽 분량으로 그리 두껍지 않다. 가장 돋보이는 미덕은 서양사에 치우친 기존 교양서들과 달리, 전 세계 문화권을 아우르고 있는 점이다. 3천년의 역사를 지니고도 2천년 동안 단절된 까닭에 여전히 신비로운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고대 이집트를 비롯해 동유럽·러시아·우크라이나를 아우르는 스키타이, 그리고 인도·동남아시아·중국·일본·아슬람·고대 아메리카·아프리카의 ‘위대한 문명’들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은 없겠지? 아니다. 당당하게 한 장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원저에는 없었다. 국내 출간을 하면서 출판사가 저작권사의 동의를 얻어 ‘중국’편 앞에 편집해 넣은 것이다. 집필을 맡은 미술사가 조정육씨는 “웅장한 중국, 섬세하고 장식적인 일본과 달리 한국 미술은 꾸밈없고 소박한 것이 특징이며,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 자연스러움과 여유를 보여주고 있다”고 썼다. 신라시대 ‘황남대총금관’, 정선의 ‘인왕제색도’, 삼국시대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통일신라시대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 고려시대 ‘청자과형병’, 조선시대 김홍도의 ‘씨름도’ 등 국보와 보물 6점이 대표작으로 실렸다.
그리스·로마부터 르네상스를 거쳐 인상주의까지 유럽 미술의 역사는 따로 정리해 놓아 익숙한 명화들을 새로 보는 재미도 있다. 이어지는 ‘20세기 미술’편은 흔히 낯설고 어렵다는 선입견으로 접근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어른들에게도 알기 쉬운 교양서로 권할 만하다. 피카소가 대표하는 입체파와 미래파, 뭉크와 마티스의 표현주의, 칸딘스키와 몬드리안의 추상미술, 달리와 미로의 초현실주의, 잭슨 폴록을 낳은 세계대전 이후, 앤디 워홀의 팝아트로 상징되는 현대미술,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현대인의 불안심리를 담은 포스트모더니즘까지 거대한 흐름이 한눈에 잡힌다. 그럼 이제, 다시 한 번 배낭여행의 행운이 다가오길 바라는 일만 남은 셈인가.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그리스·로마부터 포스트모더니즘까지
공간·시대 아우르는 화려한 볼거리 가득 우선 ‘서양미술사 시리즈’와 ‘어린이 백과사전’으로 국내에서도 이름난 프랑스 라루스 출판사가 2005년 펴낸 신간으로 각 분야에서 검증된 미술사가들이 집필을 맡아, 믿고 권할 만하다. 프랑스의 문법학자이자 사서편찬자 라루스가 1852년 세운 이 출판사는 8000여 개의 대항목 아래 관련 지식을 체계적으로 해설한 대백과사전으로 명성을 얻었고, 영국 파이돈, 독일 타셴과 함께 세계 3대 미술 전문 출판사로 꼽힌다. 프랑스의 지적 역량을 대표하듯, 화려한 도판과 유물 사진들을 풍부하게 담고 있어 보는 즐거움을 주면서도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해 170쪽 분량으로 그리 두껍지 않다. 가장 돋보이는 미덕은 서양사에 치우친 기존 교양서들과 달리, 전 세계 문화권을 아우르고 있는 점이다. 3천년의 역사를 지니고도 2천년 동안 단절된 까닭에 여전히 신비로운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고대 이집트를 비롯해 동유럽·러시아·우크라이나를 아우르는 스키타이, 그리고 인도·동남아시아·중국·일본·아슬람·고대 아메리카·아프리카의 ‘위대한 문명’들을 소개하고 있다.
한스 홀바인 ‘제인 시모어의 초상’,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에두아르 마네 ‘피리부는 소년’(왼쪽부터). 아트북스 제공
그리스·로마부터 르네상스를 거쳐 인상주의까지 유럽 미술의 역사는 따로 정리해 놓아 익숙한 명화들을 새로 보는 재미도 있다. 이어지는 ‘20세기 미술’편은 흔히 낯설고 어렵다는 선입견으로 접근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어른들에게도 알기 쉬운 교양서로 권할 만하다. 피카소가 대표하는 입체파와 미래파, 뭉크와 마티스의 표현주의, 칸딘스키와 몬드리안의 추상미술, 달리와 미로의 초현실주의, 잭슨 폴록을 낳은 세계대전 이후, 앤디 워홀의 팝아트로 상징되는 현대미술,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현대인의 불안심리를 담은 포스트모더니즘까지 거대한 흐름이 한눈에 잡힌다. 그럼 이제, 다시 한 번 배낭여행의 행운이 다가오길 바라는 일만 남은 셈인가.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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