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계, 우주만물 하나의 원리로 설명하는 ‘통일장 이론’에 도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발견함으로써 ‘상대론’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됐지만, 그 자신은 결코 상대론자가 아니었다고 〈아인슈타인의 우주〉는 말한다. 뉴턴의 시간과 공간을 무너뜨리고 들어선 아인슈타인의 우주는 나름의 법칙을 지닌 안정적 질서의 세계였던 것이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물리학자들의 후속 연구로 디엔에이가 자기복제를 하듯 삽시간에 다른 이론으로 번졌다. 우주가 팽창한다는 ‘팽창 우주론’이 나타났고, 우주의 시작이 있다는 빅뱅 이론이 등장했으며, ‘블랙홀’이 얼굴을 내밀었다. 우주의 안정적 조화를 믿고 싶어했던 아인슈타인은 안정성을 흔드는 이 이론들을 마지못해 수긍했다.
자기가 낳은 자식이 자기와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던 것인데, 더 결정적인 것은 ‘양자론’이었다. 이 미시세계의 새 이론에 직접적 영감을 준 사람이었던 아인슈타인은 원자보다 작은 세계를 ‘불확정성 원리’가 지배한다는 양자 물리학자들의 이론을 접하고는 프랑켄슈타인이 된 기분이었다.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은 확률로만 이야기할 수 있다는 불확정성 원리를 아인슈타인은 죽을 때까지 흔쾌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법칙은 법칙이다. 아인슈타인은 양자의 세계를 포함해 우주의 만물을 단일한 원리로 설명하는 ‘통일장 이론’을 세움으로써 우주의 질서를 다시 확립해 보려고 했다. 이 질서를 세우는 데 그는 생애 후반의 30년을 바쳤다. 통일장 이론은 뉴턴의 중력과 맥스웰의 전자기력을 하나로 꿰뚫어 우주의 모든 힘을 하나로 합쳐 설명하는 것이기도 했다. 양자 단위의 미시세계와 우주를 포괄하는 거시세계를 하나의 원리로 설명한다는 이 발상은 그동안 쌓아올렸던 아인슈타인의 명성을 끝없이 갉아먹었다. 불가능한 것에 도전하는 미치광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아인슈타인의 친구였던 물리학자 파울리는 이렇게 말했다. “신이 떼어놓은 것을 사람이 엮으려 하지 말라.”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꿈을 실현하지 못한 채 1955년 눈을 감았다. 통일장 이론도 물거품처럼 흩어진 듯했다. 그러나 지난 10년 사이 통일장 이론은 다시 물리학계의 최고의 주제로 떠올랐다. 수많은 가설들이 이 최고의 난제에 도전했다가 파산했다. “통일장 이론에 이르는 길에는 실패한 시도들의 잔해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그 시련에서 살아남은 강력하고도 거의 유일한 가설이 ‘초끈이론’이다.
아인슈타인은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내가 신이라면 우주를 어떻게 창조할까” 하고 물었다고 한다. 그는 우주의 통일이야말로 신(자연)의 가장 위대한 구도라고 확신했다. 〈아인슈타인의 우주〉에서 미치오 가쿠는 초끈이론이 그 통일을 실현시켜줄 날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왔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저승의 아인슈타인이 빙그레 웃는 날이 올까? 고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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