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숙 명창·딸 송은주씨
경기민요 지키는 ‘모녀 3대’ 김금숙 명창·딸 송은주씨·손녀 정유리양
대를 이은 판소리 명창은 흔하다. 그러나 대를 이어 민요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 사회가 민요를 천대했기 때문이다. 올해로 소리 인생 50년을 맞는 경기민요 명창 김금숙(58)씨는 자랑스레 민요를 대물림하고 있다. 딸 송은주(37)씨에 이어 10살짜리 손녀(정유리)도 할머니의 길을 따르고 있다. “민요는 기생들이나 하는 거라고 손가락질 받았죠. 그러니까 자식들한테도 안가르쳤어요. 민요하는 사람 중에 자식들한테 민요를 배우게 한 건 제가 처음이에요.” 김씨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은주·김옥심 명창의 소리에 반해 8살 때부터 민요를 배웠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보유자 이은주(85) 명창의 무릎 제자로, 1986년 보유자 후보가 됐다. 민요 1세대들의 소리를 고스란히 잇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손자한테도 가르치고 싶은데 이 녀석이 차분하지 않아서 아직 못 시키고 있어요. 그냥 취미로 배워도 좋아요. 예절교육도 되고 인성교육도 되거든요.” 민요는 한 때 왜색 시비에 휘말린 적도 있다. 뱃노래의 ‘에야누야누야’라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본디 ‘어기야디어차’라고 부르던 것이 일본 뱃노래의 영향을 받아 가사가 변한 것이다. 딸 송은주씨는 “민요는 멸시와 천대 속에서 꿋꿋한 생명력으로 살아 남았다”며 “한국전쟁 때도 정가는 보호를 했는데 민속악은 전혀 보호하지 않아 남아있는 기록이 거의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최근 문화관광부로부터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받은 송씨는 방송 출연하는 엄마의 가방을 들고다니며 소리를 익혔다. 햇수로 벌써 30년을 헤아린다. 대학에 민요 과정이 없어 정가(궁중음악)를 전공했다. 지금은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을 쓰고 있다. 엄마의 주특기인 ‘12잡가 연구’가 주제다. 12잡가란 서울·경기 지역에서 불렸던 민요인데, 사계축(지금의 서울역에서 만리동 고개 및 청파동에 이르는 지역에 살던 남자 소리꾼들)에 의해 널리 보급됐다고 한다. “한국인들의 삶과 언어가 녹아있는 게 민요에요. 흔하니까 아무렇게나 대하지만, 지금 여기서 우리가 부르지 않으면 이 음악은 없어지는 거에요. 우리 경기 창이 누구나 생활 속에서 부를 수 있는 음악이 됐으면 합니다.”(김금숙)
김씨는 16일 저녁 7시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김금숙 소릿길 50’이라는 기념 공연을 연다. 딸과 손녀도 나와 3대가 함께 잔치를 벌인다. 스승 이은주 명창과 제자들도 출연한다. (02)966-8152.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