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우리미술 원류 ‘영기문’에서 찾기

등록 2007-11-13 19:04수정 2007-11-13 19:50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 원장은 고구려 무용총 벽화의 사슴과 사냥꾼 사이에서 볼 수 있는 추상적 무늬를 영기문의 예로 들었다. 솔 출판사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 원장은 고구려 무용총 벽화의 사슴과 사냥꾼 사이에서 볼 수 있는 추상적 무늬를 영기문의 예로 들었다. 솔 출판사 제공
미술사학자 강우방 “고미술 추상무늬는 기 표현한 것” 주장
미술사학자인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 원장이 최근 펴낸 책 제목은 <한국미술의 탄생>(솔)이다. 그리고 ‘세계미술사 정립을 위한 서장’이란 부제를 달고 있다. 아울러 이 600여 쪽의 두툼한 책은 ‘형태의 탄생’이란 이름의 총서 첫 권이다. 이 총서는 오롯이 강 교수의 저작들로 채워지게 된다. 강 원장이 의도한 학문적 포부의 그릇이 얼마나 큰지를 짐작케 한다.

그는 이 책에서 고구려 고분벽화 등 우리 예술 원류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이론 체계로 ‘영기화생(靈氣化生)’이란 개념을 내놓았다. 곧 고구려 고분벽화인 무용총 수렵도의 사냥꾼과 사슴 사이에 나타나는 알듯 모를듯 추상적인 무늬들을 그는 기의 표현으로 정의한 것이다. 그는 이 무늬를 영기문이라고 이름 붙였다. 하나의 선의 양 끝 혹은 한쪽 끝이 오그라드는 형태로 표현되는 이 영기문이 모두 30여 가지의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불꽃이나 덩굴, 물결 혹은 용 모양으로 나타나죠. 하지만 우리 학계는 지금까지 그 의미를 알지 못하고 그저 인동이나 당초 등 생긴 모양에 따라 단순히 파악했습니다.” 그는 기의 최초 재현 과정을 이렇게 추정했다. “기는 우주의 충만한 생명력을 의미합니다. 처음엔 아마도 대지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의 모습을 본땄을 겁니다.”

그는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까지 우리의 대표적 문화재는 물론 중국과 일본의 작품 조형에서 관철되고 있는 ‘영기화생’의 구조를 파고들었다.

예컨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청자상감연당초문주전자>를 보면 연꽃 줄기와 연꽃 자체에도 잎이 돋아나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연 현상으로는 풀리지 않는 의문의 조형이지만 영기화생론으로는 충분히 해석이 가능하다고 강 원장은 밝혔다. “잎은 영기의 표현이라고 봐야 합니다. 영기가 꽃을 피우고 다시 꽃이 기를 뿜어내는 생성의 원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죠.” 고구려 벽화 삼실총의 역사상 하반신에서 날카롭게 돋아난 싹 모양이나, 백제금동대향로의 대좌에 형상화된 용의 다리 사이 바람 형태의 무늬들도 그가 든 생성의 기운들이다. 그는 특히 고구려 고분벽화의 위대함을 강조했다. “강서중묘에 표현된 정확한 생명의 생성원리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런 차이는 있지만, 영기문은 중국이나 그리스의 작품들에도 비슷한 모양으로 나타나는 등 세계사적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고 강 원장은 밝혔다. 동·서양이 보편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우주생성의 원리인 ‘기’가 작품들에서 압도적으로 관철되고 있는 구조를 풀어야만 작품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술사학계는 내 이론을 받아들이면 모든 것을 다 바꿔야 하기 때문에 바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술애호가들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가 가야 할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임을 짐작케 한다. “지금 작업은 해야 할 작업의 100분의1 정도 밖에 안 됩니다.” ‘영기화생’이 관철되고 있는 양상을 공간과 시기 별로 그리고 작품 유형별로 구체적으로 파고들어 ‘형태의 탄생’ 총서를 채워나갈 계획이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