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갑수 서양사학회장
최갑수 서양사학회장(서울대 교수)은 ‘중앙-지방’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가 최근의 행정수도 논란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행정복합도시 건설에 대한 ‘찬반’의 고민이 아니다. 중앙과 지방의 문제에 대한 거시적 고민과 관점의 변환을 촉구하는 자리를 마련하자는 게 그의 고민이다.
최 교수는 “일국적 관점에서의 수도와 세계체제 아래서의 국제도시를 구분해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가 보기에 서구 역사에서 중앙(수도)의 문제는 크게 3단계의 변천을 겪었다.
“근대국가 형성과정에서는 강력한 중앙(수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다가, 이후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문제가 등장해 ‘비대해진 수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특히 세계자본주의체제가 성립된 뒤에는 ‘중앙-지방’의 문제가 국민국가 차원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최 교수는 “일국적 차원에서 행정수도가 변화한다 해도, 이미 ‘글로벌 시티’로서 세계체제 차원의 ‘중앙’으로 자리잡은 서울의 위상은 변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서양의 역사가 이 문제에 대한 ‘영감’을 주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최 교수는 “근대국민국가 형성 과정에서 중앙-지방의 문제를 겪은 유럽이 최근 ‘유럽연합’ 체제로 변모하면서, 일국적 경계가 아닌 유럽 전체 차원에서 중앙-지방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며 “한국 역시 국민국가 내부의 문제로 좁혀 볼 게 아니라, 적어도 동아시아 차원에서 서울이 ‘중앙’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다른 지역과의 격차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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