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씨
음악감독 3년째 ‘수입 16배 증가’ 성과 낸 정명훈씨
“평생 음악을 해왔지만 한국에 와서 오케스트라를 키우는 일을 맡게 돼서 더욱 뜻있고 기쁜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정명훈(55·사진)씨는 대단히 흡족한 표정이었다. 음악감독이 된 지 올해로 3년째를 맞이하는 정씨는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향에 점수를 매기면 얼마를 줄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150점을 줘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임기는 올해 말로 끝난다.
정씨가 음악감독이 된 이후 서울시향은 커다란 변화의 소용돌이에 직면했다. 1년에 한번씩 단원 평가를 정례화해, 정 감독 취임 이후 절반 이상의 단원이 새 얼굴로 바뀌었다. 실적은 눈부셨다. 정 감독 취임 전에는 한해 수입이 2억원에 채 못미쳤으나, 지난해에는 무려 16배나 늘어난 32억4천만원을 기록했다. 정씨가 지휘하는 연주회는 표가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가을 미국 뉴욕에서 오디션을 봤는데 외국인 100여명을 포함해 750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서울시향에 대한 외국에서의 인지도가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정씨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음악적으로 타고난 게 있어서 꾸준히 잘만 하면 굉장히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향은 2008년에도 바쁘다. 정기연주회를 17차례나 여는 등 큰 공연만 한달에 2~3차례씩 예정돼 있다. 틈틈이 구민회관 등에서 ‘찾아가는 음악회’도 벌인다. <마스터피스 시리즈>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피아니스트 서형민·폴 김 등 젊은 연주자들과 함께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는 프랑스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을 비롯해 말러, 브루크너, 바그너 등 거장들의 작품을 연주할 계획이다. 2004년 칼 닐센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와 함께 하는 <마스터피스 시리즈Ⅰ>은 2월 2일 저녁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제4번 D장조, 말러 교향곡 제9번 D장조를 연주한다. (02)3700-6300.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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