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출신 세계적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 여의도 ‘파크원’ 설계
친환경 발전방식·옥상 정원으로 ‘열섬’ 줄일 것
서울에 아름답게 디자인한 공공공간 100곳 더 필요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75. 사진)가 한국을 방문했다. 서울 여의도 엘지그룹 쌍동이 빌딩 옆 통일주차장 부지에 들어서는 72층과 54층짜리 국내 최고층 건물복합단지 ‘파크원’의 설계를 맡은 로저스는 막 공사를 시작한 여의도 현장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했다.
서울, 잘 디자인한 공공공간으로 도시를 재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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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스는 1977년 건축가 렌초 피아노와 함께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센터를 설계해 세계 건축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흔히 하이테크 건축가로 평가받는 그는 퐁피두센터에서 건물의 구조와 설비를 건물 바깥으로 드러내는 미학으로 건축 디자인에 혁신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이후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고밀도 건축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환경적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건축철학을 추구해왔다.
칠순을 훨씬 넘긴 나이에도 활발히 활동하는 그는 토니 블레어 정부의 요청으로 영국 런던의 도시 재생계획을 자문한 도시계획 전문가로도 유명하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서울 한복판에 설계하게 된 그는 “서울을 대표하는 건물이 되도록 환경친화적 건물, 지속가능한 건물로 모든 시민들이 한곳에서 즐겁게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파크원 빌딩은 2011년 완공될 예정이다.
하이테크 건축과 고밀도 도시로 친환경 건축을 시도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에너지 위기 시대에 도시와 건축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는가.
“하이테크는 건축 언어가 아니라 솔루션이다.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지금 세계는 환경적 재앙을 맞을 우려가 크다. 나는 지속가능성이란 기술보다 사람에 뿌리를 둔다고 생각한다. 그 출발은 ‘조밀하고 경제적인’(compact) 도시란 개념일 것이다. 환경은 고밀도이되 우수한 공공교통 시스템을 갖춰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모든 계층 사람들이 도시 외곽이 아니라 내부에 모여 살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춘 도시를 말한다. 이런 도시를 위해서는 공공공간과 효과적 도시 디자인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까지 한국의 고층 빌딩들은 구조적 측면이나 미학적 측면에서 한국을 대표할만한 건축적 성취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파크원 건물의 특징과 지향점은 어떤 것인가.
“여의도는 활성화되어 있는 도심 지역이고 거주자들도 많고, 각종 사무용 빌딩들과 공공건물들이 다양한 형태로 들어서 있는 좋은 입지를 갖췄다. 건물 자체가 사무용 건물, 호텔, 쇼핑공간 등이 합쳐진 곳이므로 모든 사람들이 어울릴 수 있는 복합적 기능을 중시한다. 우선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건물이 되도록 친환경적인 발전방식을 도입하고, 쇼핑몰 옥상 전체에 초록 지붕처럼 식물 정원을 만드는 등 최대한 식물을 많이 심고 조경을 강화해 건물 주변의 열섬현상을 줄이는 데 신경을 썼다.
건물 디자인에선 구조의 표현, 가벼움, 투명함, 유연성, 녹색, 장소 소속감을 강조하고자 했다. 나는 건축에서 ‘유연성’을 중시한다. 건물의 쓰임새나 형태가 바뀔 가능성에 맞춰 변화에 적응 가능한 구조로 건물을 설계하고자 한다. 시각적으로는 수직성을 강조하면서 건물 표면에 리듬감과 전체적인 구조집합체로서의 미학을 강조해 ‘가독성’이 높은 건물을 지향했다.”
-도시계획 전문가로서 서울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도시는 살고, 일하고, 즐기는 각각의 기능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서울은 세계 대부분의 대도시들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동차가 도시를 점령한 것이다. 도시의 목적은 차와 차가 만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만나는 것이다. 인간과 상업활동과 자동차 사이의 균형을 다시 찾아야 인간 중심적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나는 서울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청계천 복원은 도시를 재생하는 아주 훌륭하고 아름다운 작업이었다. 도심만이 아니라 중심부와 외곽에 아름답게 디자인한 공공공간을 100곳 정도를 더 설치하면 좋을 것 같다. 단, 반드시 아름답게 디자인한 공공공간이어야 한다. 서울이 확장식 개발이나 불균형 개발을 피해 신중하게 도시 계획을 하는 것이 세계적 도시로 나아가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
설계사무소 운영방식이 독특하다. 대표 건축가들이 회사 지분을 소유하지 않으며, 그 지분은 자선단체가 소유하도록 한 것으로 안다. 또한 회사 정관에 군대와 관련한 일감은 맡지 않고, 대표 건축가의 연봉은 가장 적은 보수를 받는 건축가의 연봉의 6배로 정해놓은 것으로 들었다. 어떤 철학 때문인가.
“건축가들이 지분을 소유하지 않도록 규칙을 정했다. 그리고 모든 회사 구성원들이 함께 이익을 나누며 이를 사회에 기여하자는 취지를 공유하고자 했다. 건축가 역시 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하며 공동체와 관계를 중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 사무소만의 독창적 방식이다. 우리는 운이 좋아서 성공했기 때문에 그만큼 사회에 대한 책임이 있다. 건축가는 건축의 사회적 측면, 기술적 측면, 예술적 측면에서 작업을 이해하고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글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건축사진 리처드 로저스 제공
서울에 아름답게 디자인한 공공공간 100곳 더 필요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75. 사진)가 한국을 방문했다. 서울 여의도 엘지그룹 쌍동이 빌딩 옆 통일주차장 부지에 들어서는 72층과 54층짜리 국내 최고층 건물복합단지 ‘파크원’의 설계를 맡은 로저스는 막 공사를 시작한 여의도 현장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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