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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이사람] “우리꽃 그림에서 식민지 비극 흔적도 익힙니다”

등록 2008-02-20 20:43

미국인이 낸 한국 야생화 그림책 번역한 최양식 행자부 차관
미국인이 낸 한국 야생화 그림책 번역한 최양식 행자부 차관
미국인이 낸 한국 야생화 그림책 번역한 최양식 행자부 차관
선교사 부인 플로렌스 크레인 1931년 펴낸 ‘영문 희귀본’
꽃·전설·쓰임새도 담은 수채화 148점 학술적 가치 높아

“눈을 감으면, 낯선 들에 피어 있는 야생화를 보고 신기해 하는 푸른 눈 여인의 모습이 선합니다.”

퇴임을 눈 앞에 둔 최양식(사진) 행정자치부 제1차관이 일제 때 선교사인 남편을 따라 온 플로렌스 헤들스톤 크레인이 야생화를 수채화로 그리고 꽃에 얽힌 전설을 엮어 펴낸 <푸른 눈의 여인이 그린 한국의 들꽃과 전설>(도서출판 선인)을 우리말로 옮겨 펴냈다.

선교사 부인 플로렌스 크레인 1931년 펴낸 ‘영문 희귀본’
선교사 부인 플로렌스 크레인 1931년 펴낸 ‘영문 희귀본’
최 차관은 “<양화소록> 등 희귀 고서적을 발굴한 바 있는 재야 문화사학자 박영돈씨가 보여준 이 책의 초간본으로부터 받은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잊지 못해 번역을 하기로 결심했다”며 “이 책은 한국의 야생화에 관해 영어로 쓰인 최초의 책으로 추정되는 귀중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번역본에서는 원문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번역문 뒤에 원문을 함께 실었다.

미국 미시시피주 출신인 크레인은 1912년 선교사인 남편 존 커티스 크레인과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 들어와 함께 선교활동을 하면서 틈틈이 산과 들을 누비며 수채화로 꽃을 그리고 꽃에 얽힌 전설들을 모아 1931년 일본 산세이도 출판사에서 영어로 출간했다.

이 책은 꽃의 개화 시기별로 1월부터 12월까지 우리 산하의 꽃을 한글 이름과 한자, 쓰임새, 꽃의 전설 등을 담아 정리하고 있는데, 저자가 직접 그린 148점의 수채화도 함께 실려 있다. 예를 들면, 들봉선화는 옛날 한 소녀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기 위해 몸을 낮추다가 땅에 떨어진 별을 묻은 무덤에서 핀 꽃으로, 소녀는 매일 별의 무덤을 찾아가 돌봐줬고 꽃잎이 떨어지면 손톱에 물을 들였다는 전설이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크레인 서문에서 “꽃들에 얽힌 전설과 수채화 속에서 그들의 사상이나 생활 속의 비극의 흔적들을 다시 느껴보고자 하는 바람”이라고 적었다.


초간본이 세월이 지나면서 수집가들이 찾는 희귀본이 되자, 1969년과 1970년에 한국의 가든 클럽에 의해 한정본으로 다시 출판돼 주한 외교관 부인들에게 돌려져 애독서가 됐다.

플로렌스의 남편 존은 전남 순천에서 선교를 시작했으며, 아들 폴은 전주에 예수병원을 세우는 등 그의 형제와 자녀들이 한국에서 왕성한 선교활동을 했다.

최 차관은 “학명 등 전문용어가 많았고 식물도감과 인터넷의 국가생물종지식시스템 등을 찾아 하나하나 대조하는 작업이 가장 어려웠다”며 “나보다 영어가 잘 되는 대학원 다니는 아들까지 동원해 오역이나 지나친 의역은 없었는지 점검을 했다”고 말했다. 최 차관은 행시 20회에 합격해 총무처에서 공무원을 시작해 행자부 인사국장, 정부혁신본부장 등을 지냈으며, <영국을 바꾼 정부개혁> 등의 책도 냈다.

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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