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스탁의 1955년작. 타임 스퀘어를 걷고 있는 제임스 딘.
배우…감독…포스터 나붙은 거리…
매그넘 작가들의 ‘특별한 시선’ 81점
모아12일까지 한국 감독·배우
사진도 전시
여배우 잉그리드 버그먼이 사진가 로버트 카파를 만난 것은 1946년 파리의 한 카페였다. 영화 <가스등>으로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을 받고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때였다. 둘은 곧 사랑에 빠졌고, 버그먼은 카파와의 결혼을 위해 이혼까지 고려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스토리는 해피엔딩으로 결론나지 않았다. 어느 한 자리에 머무르지 못하는 방랑 기질에다 전쟁터를 병적으로 좋아했던 카파는 세기의 연인보다 격동의 현장을 택했다. 그리고 이듬해 전설적인 사진가집단 ‘매그넘’을 창설했다.
스페인내전 당시 참호에서 뛰쳐나오다 기관총을 맞고 순교자마냥 쓰러지는 병사를 포착한 <쓰러지는 병사>로 너무나 유명한 카파는, 그러나 전쟁사진가만은 아니었다. 그는 할리우드에서 잉그리드 버그먼을 비롯한 영화배우 등 영화 관련 사진들도 찍었다. 그 사진들에서도 순간을 포착해 피사체의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카파의 천재성은 여실히 빛난다.
전주영화제 ‘매그넘 시네마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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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일 국제영화제가 시작되는 전주에서 지금 카파의 연인 잉그리드 버그먼을 만날 수 있다. 지난 15일부터 시작해 다음달 12일까지 열리는 ‘전주 매그넘 영화 사진전’. 이 사진전엔 매그넘이 기획한 ‘매그넘 시네마’ 작품 81점과, 현재 매그넘에서 활동 중인 사진가가 촬영한 한국 감독과 배우의 사진 3점 등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는 모두 6개의 방으로 꾸며졌다. 첫 번째 방 ‘배우의 초상‘은 인물사진으로 꾸며졌는데 ‘점프북’으로 유명한 필립 할스만의 사진들이 시선을 끈다. 할스만은 정치인, 영화배우 등 유명인들을 하나같이 펄쩍 뛰게 한 뒤 ‘공중부양’하는 사진을 찍어 책으로 엮었다. 전시장에선 우아함의 대명사 그레이스 켈리가 깜찍하게 점프하는 모습, 브리지트 바르도가 수영복을 입고 시원하게 점프하는 모습 등을 볼 수 있다.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1961·존 휴스턴 감독)에 출연 중이던 마릴린 몬로. 전 남편 아서 밀러가 시나리오를 써 준 이 영화에서 몬로는 의욕적으로 그 전과는 전혀 다른 연기를 선보였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유작이 되고 말았다.
데니스 스탁의 1954년작. 영화 ‘사브리나’에 출연 중인 오드리 헵번.
두 번째 방 ‘영화 속 배우’는 실내 세트장 혹은 야외 촬영장에서 촬영된 사진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화 <백경>(1954)에 출연 중인 그레고리 펙이 고래와 파도에 맞서 사투를 벌이는 명장면을 볼 수 있다. 세 번째 방 ‘빛의 거장’에선 감독들이 등장하는데, 자신의 영화에서 카메오 출연을 즐겼던 히치콕이 시가를 물고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이어지는 네 번째 방 ‘카메라와 조명이 있는 풍경’과 다섯번 째 방 ‘배우 그리고/또는 감독’에서도 어느 하나 놓칠 것이 없는 사진들이 줄을 잇는다. 촬영현장의 배우와 감독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사진 한 장마다에 영화 한 편씩이 담겨있는 것 같다.
영화의 꽃인 배우나 감독만 기록한 것이 아니란 점에서 역시 매그넘 사진가들의 특별한 시선을 접할 수 있다. 여섯 번째 방 ‘영화, 야외를 거닐다’에서는 사진가의 앵글이 영화 밖으로 성큼 걸어나와버린다. 칸영화제 파티장에서 한 무리의 명사들을 기다리고 있는 웨이터의 뒷모습이나 영화포스터가 나붙은 거리 풍경을 담은 사진 등에선 역사를 기록하는 매그넘의 정신을 읽을 수 있다.
전시관은 영화제가 열리는 영화의 거리 전주시 고사동 구 에프샤프 빌딩에 있다. 빌딩 외벽엔 마릴린 먼로, 알프레드 히치콕 등의 사진이 담긴 어른 키 두배가 넘는 대형 포스터가 걸려 있어 사진전과 더불어 전주국제영화제의 분위기도 돋우고 있다. 영화팬이라면 지나치기가 어려운 자리다.
전주/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