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평론가 홍기돈·이명원·강유정씨(왼쪽 첫번째부터)와 평론가 심진경씨, 소설가 한강·정이현·박성원씨(오른쪽 첫번째부터)가 지난달 30일 제13회 한겨레문학상 예심을 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제13회 한겨레문학상 예심
공모작 183편 ‘최대규모’…세편 확정 9일 본심
수준 높아졌지만 유행타는 작품 많아 아쉬워 한겨레신문사가 주관하는 제13회 한겨레문학상이 한 달 동안의 예심을 거쳐 본심 진출작 세 편을 확정했다. 상금이 기존 3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인상된 탓인지, 지난 3월 31일 마감한 공모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183편의 응모작이 몰렸다. 지난달 30일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열린 예심에서 7명의 심사위원들은 <무증력증후군> <세상에서 제일 위로가 되는 습관> <우리는 어쩌면> 세 편을 본심 대상작으로 올렸다. 올해 한겨레문학상 예심은 소설가 박성원·정이현·한강씨와 평론가 강유정·심진경·이명원·홍기돈씨가 맡았다. 본심은 9일 오후에 열린다. 예심위원들은 올해 응모작이 양적으로도 풍성했지만, 질적으로도 높은 수준을 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대체역사소설’이나 ‘칙릿’처럼 유행을 타고 있는 계열의 작품들이 많은 점은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강유정씨는 “상금을 올려서인지 올해 응모작들은 예년에 비해 수준이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진경씨도 “전체적으로 다른 문학상들에 비해 높은 수준의 작품들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홍기돈씨는 “대중소설과 본격소설의 경계가 모호한 역사물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명원씨는 “신인 작품 공모에서는 완성도는 조금 떨어지더라도 모험적이며 도전적인 면모를 보고 싶은데, 안정성을 뛰어넘는 혁신은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다”고 평했다. 박성원씨는 “요즘 유행하는 가볍고 톡톡 튀는 스타일의 작품들이 많았는데, 가벼움이 그저 가벼움의 나열로 그침으로써 문학 본연의 정신이 실종된 점은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응모작 전반에 대한 의견을 나눈 심사위원들은 1차 독회를 거쳐 예심 대상작으로 추려진 여덟 작품에 대한 본격 토론으로 들어갔다. 전체 183편 중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여덟 편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토론은 한층 밀도 있고 뜨겁게 전개되었다. 같은 작품을 놓고 극단적으로 견해가 갈리기도 했다. 본심에 올린 세 작품 가운데 한 작품에 대한 평가가 대표적이었다. “반쯤 읽다가 던져 버릴 뻔했다. 텔레비전 단막극을 보는 느낌이었는데, 끝까지 읽어 보니 그래도 최선을 다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핏 낡아 보일 수도 있지만, 서른이 되어 가는 사람들의 삶과 사유를 신선하게 그렸다. 서사와 상황을 만드는 능력도 뛰어나다. 단 한 편만을 고르라면 바로 이 작품이다.” “너무 상투적이고 인물도 작위적이다. 여덟 작품 가운데 가장 진부한 소설이다.” 예심위원들의 가장 고른 지지를 받은 한 작품에 대해서는 열광적이라고까지 할 만한 반응들이 나왔다. “또 다른 ‘박민규’가 출현했다. 한겨레문학상이 또 한 번 월척을 낚을 것 같다. 경쾌하고 가벼워 보이지만 그 안에 묵직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시종일관 잘 읽힌다. 발상도 좋고 문장도 수준급이다. 최고다!” “응모작들 가운데 가장 새롭고 신선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은 한없이 추레하면서도 너무도 사랑스러워서 공감을 자아낸다.” 나머지 한 작품 역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공동체를 향한 꿈과 그 실패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렸다. 유토피아를 꿈꾸었던 386 세대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으로 읽힌다.” “매우 진지하고, 인간 내면에 대해 가장 많은 고민을 한 소설이다. 다만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든다.” 최종 예심 대상 여덟 편 안에 들었다가 본심 직전에 탈락한 나머지 작품들에 대해서도 애정 어린 평가와 비판이 이어졌다. “시골 보건소 진료소장과 할머니들이 아웅다웅하는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그렸다. 한정된 공간임에도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난중일기>를 다시 쓴다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다만, 김훈의 소설 등에서 너무 많이 보았다는 느낌을 준다는 점이 큰 결함이었다.” “첨단 도시의 일상을 그리겠다고 했지만, 첨단의 면모가 충분히 드러나지는 못했다. 장편이라기보다는 연작에 가까운 느낌을 주었다.” 한 시간 이상 열띤 토론을 벌인 끝에 예심위원들은 세 작품을 본심에 올렸다. 각자의 선호는 조금씩 갈라졌지만, “세 편 중 어느 작품이 뽑혀도 당선작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데에 심사위원들은 동의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수준 높아졌지만 유행타는 작품 많아 아쉬워 한겨레신문사가 주관하는 제13회 한겨레문학상이 한 달 동안의 예심을 거쳐 본심 진출작 세 편을 확정했다. 상금이 기존 3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인상된 탓인지, 지난 3월 31일 마감한 공모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183편의 응모작이 몰렸다. 지난달 30일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열린 예심에서 7명의 심사위원들은 <무증력증후군> <세상에서 제일 위로가 되는 습관> <우리는 어쩌면> 세 편을 본심 대상작으로 올렸다. 올해 한겨레문학상 예심은 소설가 박성원·정이현·한강씨와 평론가 강유정·심진경·이명원·홍기돈씨가 맡았다. 본심은 9일 오후에 열린다. 예심위원들은 올해 응모작이 양적으로도 풍성했지만, 질적으로도 높은 수준을 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대체역사소설’이나 ‘칙릿’처럼 유행을 타고 있는 계열의 작품들이 많은 점은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강유정씨는 “상금을 올려서인지 올해 응모작들은 예년에 비해 수준이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진경씨도 “전체적으로 다른 문학상들에 비해 높은 수준의 작품들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홍기돈씨는 “대중소설과 본격소설의 경계가 모호한 역사물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명원씨는 “신인 작품 공모에서는 완성도는 조금 떨어지더라도 모험적이며 도전적인 면모를 보고 싶은데, 안정성을 뛰어넘는 혁신은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다”고 평했다. 박성원씨는 “요즘 유행하는 가볍고 톡톡 튀는 스타일의 작품들이 많았는데, 가벼움이 그저 가벼움의 나열로 그침으로써 문학 본연의 정신이 실종된 점은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응모작 전반에 대한 의견을 나눈 심사위원들은 1차 독회를 거쳐 예심 대상작으로 추려진 여덟 작품에 대한 본격 토론으로 들어갔다. 전체 183편 중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여덟 편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토론은 한층 밀도 있고 뜨겁게 전개되었다. 같은 작품을 놓고 극단적으로 견해가 갈리기도 했다. 본심에 올린 세 작품 가운데 한 작품에 대한 평가가 대표적이었다. “반쯤 읽다가 던져 버릴 뻔했다. 텔레비전 단막극을 보는 느낌이었는데, 끝까지 읽어 보니 그래도 최선을 다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핏 낡아 보일 수도 있지만, 서른이 되어 가는 사람들의 삶과 사유를 신선하게 그렸다. 서사와 상황을 만드는 능력도 뛰어나다. 단 한 편만을 고르라면 바로 이 작품이다.” “너무 상투적이고 인물도 작위적이다. 여덟 작품 가운데 가장 진부한 소설이다.” 예심위원들의 가장 고른 지지를 받은 한 작품에 대해서는 열광적이라고까지 할 만한 반응들이 나왔다. “또 다른 ‘박민규’가 출현했다. 한겨레문학상이 또 한 번 월척을 낚을 것 같다. 경쾌하고 가벼워 보이지만 그 안에 묵직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시종일관 잘 읽힌다. 발상도 좋고 문장도 수준급이다. 최고다!” “응모작들 가운데 가장 새롭고 신선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은 한없이 추레하면서도 너무도 사랑스러워서 공감을 자아낸다.” 나머지 한 작품 역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공동체를 향한 꿈과 그 실패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렸다. 유토피아를 꿈꾸었던 386 세대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으로 읽힌다.” “매우 진지하고, 인간 내면에 대해 가장 많은 고민을 한 소설이다. 다만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든다.” 최종 예심 대상 여덟 편 안에 들었다가 본심 직전에 탈락한 나머지 작품들에 대해서도 애정 어린 평가와 비판이 이어졌다. “시골 보건소 진료소장과 할머니들이 아웅다웅하는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그렸다. 한정된 공간임에도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난중일기>를 다시 쓴다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다만, 김훈의 소설 등에서 너무 많이 보았다는 느낌을 준다는 점이 큰 결함이었다.” “첨단 도시의 일상을 그리겠다고 했지만, 첨단의 면모가 충분히 드러나지는 못했다. 장편이라기보다는 연작에 가까운 느낌을 주었다.” 한 시간 이상 열띤 토론을 벌인 끝에 예심위원들은 세 작품을 본심에 올렸다. 각자의 선호는 조금씩 갈라졌지만, “세 편 중 어느 작품이 뽑혀도 당선작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데에 심사위원들은 동의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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