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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김수영 시인 “‘김일성 만세’ 인정할 수 있어야 언론자유”

등록 2008-05-09 20:22수정 2008-05-10 01:42

김수영 미발표 시 15편 등 공개
사회주의성향 표현 특히 ‘눈길’
다음달 16일로 작고 40주기를 맞는 김수영(1921~68) 시인의 미발표 시 15편과 일기 등 산문 30여 편이 새로 발굴됐다.

문학평론가 김명인 교수(인하대 국어교육과)가 발굴해 다음주 발간되는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 공개한 김수영의 미발표 작품은 <김일성 만세> <연꽃> <시> 등 시 15편과 미완성 습작 소설, 소설 구상 메모, 독후감을 포함한 일기 등 산문 30여 편으로 1954년 1월~1961년 5월에 작성된 것들이다.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양의 김수영의 시와 산문이 발굴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원고들은 김수영의 부인 김현경씨가 보관해 오던 것으로, 10여 권의 수첩과 노트, 서류 봉투와 엽서, 광고지 등에 남긴 것이다. 이 가운데 <김일성 만세(金日成萬世)>라는 시는 4ㆍ19가 일어난 반년 뒤인 1960년 10월6일 탈고했지만 이념적인 금기 때문에 발표하지 못한 작품이다.

“‘김일성 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언론의 자유라고 조지훈이란/ 시인이 우겨대니// 나는 잠이 올 수밖에”(<김일성 만세> 부분. 한자는 한글로, 표기는 현대어법으로 고침)

<창작과 비평>에 새로 발굴된 김수영의 시와 산문을 공개하면서 ‘제 모습 되살려야 할 김수영의 문학세계’라는 해제를 쓴 김명인 교수는 이 작품에 대해 “김수영은 언론자유가 없는 곳에서는 문학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며 “1948년 정부수립 이후 최대의 금기였던 ‘김일성 만세’를 제목을 포함해 세 번이나 반복함으로써 상당한 시적 울림을 확보한 문제적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5ㆍ16 쿠데타가 일어나기 직전인 1961년 3월에 쓴 <연꽃>이라는 시에서도 “긴장하지 말라구요/ 사회주의 동지들/ 사랑이 있지 않어/ 작란이 있지 않어/ 냄새가 있지 않어/ 해골이 있지 않어”라며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듯한 표현을 쓰고 있어 주목된다.

김명인 교수는 “부인 김현경씨 말고도 김수영의 누이동생인 김수명씨 역시 김수영의 미발표 원고를 보관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번에 대거 발굴된 새 작품들과 앞으로 더 찾아내야 할 추가 원고들을 포함해 명실상부한 ‘원본 김수영 전집’을 다시 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발굴 원고 전체를 포함한 상세한 텍스트 연구 현황은 다음달 13일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김수영 추모사업회 준비위원회’ 주최로 열리는 문학 세미나 ‘김수영, 그 후 40년’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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