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이기 전에 한 시민” “울화 참을 수 없어서…”
즐기는 집회문화도 한몫
외국에선 일반적인 현상
즐기는 집회문화도 한몫
외국에선 일반적인 현상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에 대한 국민적 반발 속에서 새로운 문화적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대중 연예인들의 적극적인 발언이 그것이다.
지난 17일 청계천에서 열린 쇠고기 협상 반대 촛불문화제에는 시민 집회에선 보기 힘들었던 대중 가수들이 한꺼번에 등장했다. 10대들의 우상인 아이돌 스타들도 이례적으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거침없이 반대 주장을 펴고 있다. 연예인들이 사회적 문제에 대해 의견을 밝히는 건 드문 일이 아니었지만, 이번처럼 여러 연예인들이 다양하게 자기 주장을 드러낸 적은 없었다.
가수 김장훈은 17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공연쟁이’라는 빛나는 이름을 얻었다. (집회 참여로) 다른 이름이 앞에 온다는 현실이 좀 두렵고 허탈하지만 울화를 참을 수 없었다”고 집회 참여 이유를 밝혔다. 군중 집회에서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가수 이승환도 이날 집회에 나타나 “가수이기 전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여기에 섰다”며 히트곡을 불렀다.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외국에선 록밴드 유투와 마돈나 등 스타들이 정치적 견해를 내세우는 게 아주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국내에서도 연예인들이 자신의 정치적, 사회적 판단에 따라 의견을 밝히는 것이 자연스런 문화로 정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도 “개인의 다양성과 가치관을 중시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도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촛불집회에 앞서 배우 김민선씨가 “쇠고기를 먹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먹겠다”고 쓴 것을 비롯해 가수 김희철, 탤런트 정찬과 이동욱 등이 홈페이지에 반대 의견을 쓰면서 논란이 증폭된 것도 연예인들의 발언 욕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반대 의견에 대해 일부 보수언론들이 “인기를 얻으려는 홍보전략”, “10대들을 향한 무책임한 선동” 등의 ‘배후설’을 제기했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대필해 준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이런 반응에 대해 ‘윈디시티’ 김반장은 “연예인이 사회적 정치적 행동을 한다는 게 이슈가 된다는 것 자체가 한국사회가 아직은 닫혀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집회 문화가 바뀐 것도 대중 스타들이 집회에 나서는 데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재일 문화평론가는 “살벌한 집회가 아니라 즐기는 집회가 된 것이 연예인들의 참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연예인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에 대해 ‘의식있는 연예인’으로 받아들이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이번 쇠고기 파동을 분수령으로 앞으로 연예인들의 사회 참여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소민 정유경 기자
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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