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5·18 다시 생각한다’ 토론회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불온한’ 학술 토론회가 열린다. “5·18이 영남 사람들에게 반성을 강요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5·18을 안락사시켰다”고 비판하며, “5·18을 광주에서 해방시키자”고 제안하는 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2000년 이후 처음으로 광주가 아닌 서울에서 열리는 5·18 관련 학술대회다. 공식 기념일인 5월18일에 맞춰 열렸던 전례도 무시했다. 5·18에 대한 그동안의 관념을 모두 뒤집기로 작정한 듯한 모양새를 갖췄다. 26일 오전 9시30분 서울 중구 한국언론재단 19층에서 ‘5·18 정신을 다시 생각한다’를 주제로,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 연구소’와 전남대 5·18 연구소가 공동 주최한다.
‘영남에서 본 5·18’을 주제로 삼은 노진철 경북대 교수(사회학)의 논문부터 이채롭다. “광주 시민들의 기대와 달리 대다수 영남 사람들은 (5·18이 아니라) 2·28 대구민주의거, 3·15 마산의거, 10·18 부마항쟁을 기림으로써 자신들이 민주화의 방관자·가해자로 간주되어 반성을 강요당하는 분위기를 거부한다.” 그가 보기에 5·18은 여전히 광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지역민들은 5·18 관련 특별법과 기념식을 그저 ‘호남인들의 한풀이’로 본다.
유제호 전북대 교수(프랑스어문학)도 민감한 대목을 건드린다. ‘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 두부처럼 잘리워진 어여쁜 너의 젖가슴….’ 광주 시민들의 애창가였던 이 <오월의 노래>에 대해 그는 “과잉 형상화로 인해 (5·18에 대한) 대중 친화력을 현저하게 반감시킨” 대표적 사례로 평가한다. 광주라는 지역성을 과잉강조하거나, 민주·자주·평화와 같은 추상적 거대 개념으로 확장해석하는 일들이 “일반 대중에게 거리감, 거부감, 혐오감, 배제감을 유발”시킴으로써 “5·18의 지속적인 고립”을 불러왔다고 지적한다.
김진호 목사는 5·18의 서사를 기독교의 구원론과 비교했다. 그는 ‘고난’에 대한 광주 시민의 기억이 신화화됐다고 본다. 권력자들은 특권화된 ‘역사의 주체’인 광주 시민을 각자의 구미에 맞게 호명하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서 ‘선진화의 주체’로 호남을 불러낸 것이 대표적이다. 이제 5·18 기념식은 각 정치권력이 뛰어드는 ‘국가의례’가 됐다.
김성국 부산대 교수(사회학)는 “지금과 같은 국가의례화는 5·18을 서서히 안락사시킬 것”이라며 “5·18의 잡종화·탈영토화를 통해 5·18을 광주로부터 80년대 민주화투쟁으로부터 해방시키자”고 제안한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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