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창립기념 심포지엄…비판사회학계 ‘세대교체’
소장 사회학자들이 학회 하나를 새로 만든다. ‘한국정치사회학회’(회장 임현진 서울대 교수)다. 28일 오후 1시부터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당에서 창립기념 심포지엄을 연다. 의아스런 일이다. 정치사회학은 사회학의 핵심분과 학문이다. 지금까지 관련 학회 하나 없었단 말인가?
“없었다. 나조차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학회 총무이사를 맡은 신진욱 중앙대 교수의 말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사회학에서 가장 중심을 이뤘던 분야가 정치사회학이다.” 정치사회학은 국가, 정당, 사회운동 등을 아우르며 ‘시민의 정치’를 궁구하는 학문이다. 사회변동을 다루는 사회학의 근본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에서 정치사회학은 보수적 사회이론과 긴장하는 ‘비판 사회학’의 중핵이었다. “한국은 정당정치보다 시민사회나 사회운동의 정치가 중요했다. 지난 20년의 민주화는 정당에 의한 민주화가 아니라 사회운동의 민주화였다.” 학회 부회장을 맡은 김호기 연세대 교수의 설명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사회학회의 탄생은 ‘사회운동에 의한 민주화’를 더 깊이 들여다보려는 학문적 시도다. 김원동(강원대), 김호기, 신진욱, 윤상철(한신대), 정일준(고려대), 정철희(전북대), 조대엽(고려대) 등 사회운동 또는 시민사회에 관심을 기울여 온 소장 학자들이 학회 창립을 이끌었다.
이들의 면면은 비판 사회학계의 세대교체를 상징하기도 한다. 김진균 서울대 교수로 대표되는 1세대에 이어 조희연(성공회대)·서관모(충북대)·신광영(중앙대) 교수 등이 2세대를 이끌어 왔다면, 정치사회학회를 주도한 학자들은 실천적 사회학의 3세대를 꿈꾸고 있다. 회장인 임현진 교수를 예외로 두자면, 학회의 주력은 90년대 이후 학교에 자리 잡은 소장 학자들이다. 이들은 선배 세대와 달리 이념 지향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인접 학문과 다양한 교류를 시도하면서 ‘사회운동의 정치’를 연구할 생각이다. 신진욱 교수는 “기존의 ‘비판사회학회’는 이념적 성향이 비교적 분명했지만, 정치사회학회는 진보와 중도는 물론 일부 보수 성향의 학자들까지 포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기 교수는 “정치학, 행정학, 언론학, 지역학 등 인접 학문과의 소통을 활발하게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28일 심포지엄에서는 정당체제, 계급정치, 운동정치, 정책담론, 욕망의 정치, 정체성의 정치 등을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된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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