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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이어령 교수 “반세기 숨겨온 시적 언어 꺼냈다”

등록 2008-07-30 18:45

 이어령(74·사진)
이어령(74·사진)
이어령 교수, 등단 52년만에 첫시집 펴내
“제 평론에 있는 시적인 아포리즘을 보고 ‘언어의 마술사’라고들 했지요. 그동안 딱정벌레의 등처럼 딱딱한 산문 속에 말랑말랑한 시적 언어와 상상력을 남에게 들키지 않게 잘 숨겨둬 왔습니다. 오늘에서야 시집으로 내 본모습을 드러내니 뒤늦게 쓴 글이 종착점이자 출발점이 됐습니다.”

이어령(74·사진)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생애 첫 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문학세계사)를 출간하고 30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1956년 <문학예술>에 ‘카타르시스 문학론’을 기고하며 문학평론가로 등단한 지 52년 만이다. 그동안 소설가, 문학평론가, 서울올림픽 문화행사 총지휘자, 초대 문화부 장관, 새천년준비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폭넓은 행보를 해 온 그는 2006년 계간 <시인세계> 겨울호에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등 두 편을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이 교수는 2003~2004년 일본문화연구소 초청으로 교토에서 1년 동안 머물면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는 연구원 숙사에서 홀로 자취하면서 “절대고독 속에서 기침처럼 시가 참을 수 없이 피부에서 쏟아져나왔다”고 회상했다. 이때 일기처럼 써뒀던 시들이 문학세계사 대표인 김종해 시인의 채근 덕에 이렇게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 교수는 “그동안 현란한 글쓰기로 칭찬도, 욕도 먹었는데 시집에 담긴 작품들은 산문보다 무디고 가죽 같은 뻣뻣한 언어로 돼 있다”며 “그렇지만 안에는 센티멘털한 정서가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표제작인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에 대해 그는 “무신론자이면서도 속으로는 끝없이 기도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70년 넘게 살아온 나의 가슴에 있다”며 “슬픔과 기쁨, 지성과 감성, 믿음과 회의가 뒤섞여 누가 건드리면 울어버릴 것 같은 고단한 삶을 사는 현대인에 대한 간절한 응원가”라고 설명했다.

그는 “독백이 아닌 다음에야 고고한 글쓰기는 존재하지 않는 시장주의 시대이지만, 이번만은 정말 홀가분하게 한 사람도 안 읽더라도 정말 쓰고 싶은 것만 쓰겠다는 심정으로 썼다”고 강조했다.

글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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