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차(64·한일 근대사·사상사 전공·사진)
일본 비판 책 낸 재일동포 윤건차 교수
‘천황제 폐단’ 망각한 진보 비판
“한-일 화해 앞서 역사인식 중요” 재일동포 2세인 윤건차(64·한일 근대사·사상사 전공·사진) 일본 가나가와대학 교수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단도직입적으로 “일본은 재미없는 나라”라는 말을 자주 한다. 최근 출판된 윤 교수의 12번째 저서 <사상체험의 교착-일본·한국·재일 1945년 이후>를 살펴보면 그의 이런 일본관이 단지 푸념이나 냉소가 아니라 깊은 성찰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제목이 암시하듯 해방 이후 한일 관계사를 자신의 체험과 사상을 바탕으로 지은 저서다. 패전 63년을 맞는 오늘의 일본 사회는 피해자 의식에 젖어 가해 사실을 잊고 있다는 진단이다. “2000년대 들어 일본 국내에서는 도쿄대지진, 특공대,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투하 등을 소재로 한 텔레비전 드라마가 많이 제작 방영됐다. 거기에는 ‘가엾은 일본인’이 주인공이며, 전쟁이나 식민지배의 직접 피해자인 아시아인들은 무시될 뿐이다. 일본인들도 적지 않게 전쟁의 피해를 당한 것을 부정할 수 없지만, 일본인의 전쟁관은 최근 피해자 심정에 젖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전쟁’ 그 자체에 죄를 뒤집어씌워 그것을 면죄부로 이용하고 그 자신만의 휴머니즘을 말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그는 일본인의 이런 심리는 ‘천황제’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했다. 그는 “일본인이 일본인으로서 자각을 촉진하는 것이 타자멸시의 내셔널리즘적 의식을 증강시키는 것으로 연결되는 것일까”라고 문제를 제기한다. 이에 대해 그는 “그것은 일본의 적지 않은 지식인이 일본인으로서의 자각이 천황주의로의 길로 직결하는 것으로밖에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지적한다. 윤 교수는 “천황제는 일본 사회의 진보를 가로막고 있다”며 “일본 사회가 아무리 큰 모순이 있어도 자민당 정권이 바뀌지 않은 것은 질서와 체제 순응적인 체제를 지탱해주는 천황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아시아여성기금’을 통해 종군 위안부피해자에 대해 민간 지원활동을 펼친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에 대해서도 “천황제에 대한 근본 비판을 하지 못한 사상적 한계가 있다”며 실명비판을 했다. 그는 한-일 화해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과 한국에 가로놓인 간격을 메우는 특효약은 없다”며 “이를 위해서는 희미한 기억을 잊어버리는 일 없이 용서나 화해의 말을 섣불리 입에 올리지 않고 껍질을 하나하나 벗기듯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일 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양국의 정치인과 지식인·시민들의 노력과 연대·공동투쟁의 축적이 중요하며 상대의 잘못을 거론하는 것보다는 남북한,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공동체적인 감각을 키워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우파학자와 세력이 8·15를 광복절이 아니라 건국절행사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이승만 대통령이 분단국가를 만든 것을 정당화하려는 논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의 우파학자들이 제기하는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해서도 “식민지 때 철도와 학교가 생긴 것은 한국의 이익 때문이 아니라 일본의 이익과 지배 목적으로 한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의 명문 교토대학을 졸업하고도 재일동포라는 이유로 취직을 하지 못해, 할 수 없이 도쿄대대학원에 진학한 뒤 민족 문제에 눈을 뜬 그는 그때부터 한국어를 독학으로 공부해 지금은 유창하게 구사한다. 도쿄/글·사진 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한-일 화해 앞서 역사인식 중요” 재일동포 2세인 윤건차(64·한일 근대사·사상사 전공·사진) 일본 가나가와대학 교수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단도직입적으로 “일본은 재미없는 나라”라는 말을 자주 한다. 최근 출판된 윤 교수의 12번째 저서 <사상체험의 교착-일본·한국·재일 1945년 이후>를 살펴보면 그의 이런 일본관이 단지 푸념이나 냉소가 아니라 깊은 성찰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제목이 암시하듯 해방 이후 한일 관계사를 자신의 체험과 사상을 바탕으로 지은 저서다. 패전 63년을 맞는 오늘의 일본 사회는 피해자 의식에 젖어 가해 사실을 잊고 있다는 진단이다. “2000년대 들어 일본 국내에서는 도쿄대지진, 특공대,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투하 등을 소재로 한 텔레비전 드라마가 많이 제작 방영됐다. 거기에는 ‘가엾은 일본인’이 주인공이며, 전쟁이나 식민지배의 직접 피해자인 아시아인들은 무시될 뿐이다. 일본인들도 적지 않게 전쟁의 피해를 당한 것을 부정할 수 없지만, 일본인의 전쟁관은 최근 피해자 심정에 젖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전쟁’ 그 자체에 죄를 뒤집어씌워 그것을 면죄부로 이용하고 그 자신만의 휴머니즘을 말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그는 일본인의 이런 심리는 ‘천황제’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했다. 그는 “일본인이 일본인으로서 자각을 촉진하는 것이 타자멸시의 내셔널리즘적 의식을 증강시키는 것으로 연결되는 것일까”라고 문제를 제기한다. 이에 대해 그는 “그것은 일본의 적지 않은 지식인이 일본인으로서의 자각이 천황주의로의 길로 직결하는 것으로밖에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지적한다. 윤 교수는 “천황제는 일본 사회의 진보를 가로막고 있다”며 “일본 사회가 아무리 큰 모순이 있어도 자민당 정권이 바뀌지 않은 것은 질서와 체제 순응적인 체제를 지탱해주는 천황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아시아여성기금’을 통해 종군 위안부피해자에 대해 민간 지원활동을 펼친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에 대해서도 “천황제에 대한 근본 비판을 하지 못한 사상적 한계가 있다”며 실명비판을 했다. 그는 한-일 화해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과 한국에 가로놓인 간격을 메우는 특효약은 없다”며 “이를 위해서는 희미한 기억을 잊어버리는 일 없이 용서나 화해의 말을 섣불리 입에 올리지 않고 껍질을 하나하나 벗기듯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일 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양국의 정치인과 지식인·시민들의 노력과 연대·공동투쟁의 축적이 중요하며 상대의 잘못을 거론하는 것보다는 남북한,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공동체적인 감각을 키워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우파학자와 세력이 8·15를 광복절이 아니라 건국절행사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이승만 대통령이 분단국가를 만든 것을 정당화하려는 논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의 우파학자들이 제기하는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해서도 “식민지 때 철도와 학교가 생긴 것은 한국의 이익 때문이 아니라 일본의 이익과 지배 목적으로 한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의 명문 교토대학을 졸업하고도 재일동포라는 이유로 취직을 하지 못해, 할 수 없이 도쿄대대학원에 진학한 뒤 민족 문제에 눈을 뜬 그는 그때부터 한국어를 독학으로 공부해 지금은 유창하게 구사한다. 도쿄/글·사진 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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