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46억살 별의 멋진 ‘생얼’

등록 2008-08-31 17:37수정 2008-08-31 19:44

블록버스터 환경 다큐 ‘지구’
비비시 제작…4500일간 촬영
‘포트론’으로 잡은 화면 ‘압권’

○○에게.

<동물의 왕국> 좋아해? 난 말야,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던 늦은 오후에, 방안에 혼자 누워 <동물의 왕국>을 보던 때가 제일 행복했던 때가 아니었나 싶어.

갑자기 웬 <동물의 왕국> 타령이냐구? 아, 글쎄 <동물의 왕국>보다 훨씬 어마어마한 다큐멘터리를 극장에서 한대. 제목이 <지구>(원제: 어스)라는데, 영국의 공영방송 비비시가 300억원을 들여 만들었대. 40명의 카메라맨이 4500일에 걸쳐 촬영했다는데, 북극에서 남극까지 지구를 종횡무진하면서 훑어내려오는 거야. 화면이 정말 멋지겠다구? 당연하지. 인간의 발길이 닿을 수 없는 원시의 비경을 구경하는 거니까. 북쪽 삼림한계선의 침엽수림대를 우리가 어떻게 가보겠어. 아마 탐험가 아문센도 가보지 못했을지 몰라.

자연 다큐멘터리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동물들의 ‘생얼’을 볼 수 있다는 거 아니겠어? 북극의 북극곰, 아프리카 코끼리, 혹등고래. 얘네가 주인공이야. 1초에 1000 프레임을 찍는 ‘포트론 카메라’로 잡아낸 사냥 장면에서 환상적인 이두박근과 허벅지 근육을 자랑하는 치타한테도 미안하고, 목숨 걸고 히말라야 산맥을 넘는 상모두루미한테도 안된 얘기지만 어쩔 수 없어. 많이 나오는 게 주인공인 거니까.

먼저 북극곰 가족. 겨울잠에서 막 깨어난 아빠곰이 먹이를 찾으러 바다로 나가지. 엄마곰은 막 태어난 새끼들을 데리고 먹을 것이 있는 곳으로 가려고 애를 쓰고. 아빠곰은 뚱뚱하고 엄마곰은 날씬할 것 같지? 실은 둘 다 날씬해. 겨우내 굶은 탓이지. 아기곰이 귀여운 건 확실해. 잘 걷지도 못하는 새끼들이 가파른 눈밭에서 구르는 모습을 상상해봐. 문제는 빙하가 녹는 시기가 해마다 빨라져서 곰들이 사냥을 할 수 없다는 거야. 쩝, 지구 온난화 때문이지. 먹지를 못하니까 너무 날씬해져서 바다표범보다도 덩치가 작아. 아, 더는 말하지 않을래. 너무 비극적이니까.

슬프긴 아프리카 코끼리도 마찬가지야. 물을 찾아 수백㎞를 이동하는데, 해마다 힘들어진다는 거야. 사막이 점점 넓어지고(이것도 온난화 탓이라네), 인간이 만든 경작지를 피해가느라 이동 경로가 점점 길어지기 때문이지. 엄마코끼리가 아기코끼리에게 힘내라고 부추기는 장면이나, 모래폭풍으로 길을 잃었던 코끼리 모자가 무리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면 그래도 힘이 날거야.

혹등고래는 적도에서 남극까지 4500㎞를 이동해. 물론 먹이를 찾아서지. 어미와 자식(자식은 암수 구별을 못하겠더라구. 아마 촬영팀도 몰랐을 거야. 그러니까 해설하는 장동건이 말 안 해줬겠지?)은 서로의 위치를 알리려고, 그 거대한 지느러미로 바다 표면을 계속 때려대지. 이동하는 동안 백상아리라는 상어류 녀석이 혹등고래 새끼를 노리는데 정말 무시무시하더군. 이 녀석은 먹이를 먹을 때 꼭 바다 위로 튀어올라서 덩치 자랑을 한단 말이야.


어쩌면 주연보다 조연들이 더 화려할 수도 있어. 암컷 앞에서 혼신의 힘을 기울여 프러포즈를 하는 수컷 극락새, 물을 건너는 개코원숭이 가족, 300만 마리의 순록 떼와 아무르 표범, 바다의 치타 돛새치, 사자, 늑대, 원앙, 그리고 펭귄 등등.

그런데 이런 걸 왜 만들었냐구? 감독 앨러스테어 포더길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네. “아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이게 그때의 지구 모습이었어’라고 보여주고 싶었다”고. 영화는 마지막에 거의 애원조로 사정해. 지금 당장 작은 것부터 행동을 시작하자고. 이 아름다운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야. 4일 개봉.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거원시네마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