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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위안부’ 희곡 쓴 재미작가 김정미씨

등록 2005-05-02 18:46수정 2005-05-02 18:46



“고치 속 웅크린 할머니들 나비 돼 날아갈 수 있다면…”

“미칩시다. 미쳐야 진실을 밝힐 수 있다면, 미칩시다!”

인생의 복판을 통째로 빼앗긴 ‘위안부’ 할머니들은 연극 <나비>에서 이렇게 외치고 있다. 일제뿐만 아니라 할머니들에게 오랫동안 침묵과 굴욕감을 강요한 이 사회도 ‘유죄’다.

“한국에서 대학을 나올 때까지, 그 뒤 미국에 살면서도 ‘위안부’ 문제를 몰랐어요. 1994년 증언집(<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군위안부들>, 한국정신대연구소)을 보고 이거 내가 안 쓰면 안 되겠구나 했죠.”

재미 극작가 김정미(사진 왼쪽)씨의 <위안부>가 방은미(극단 아리랑 대표)씨 연출로 제26회 서울연극제의 개막작 <나비>가 되어 오는 4일 한국 관객을 만난다. <나비>는 강제종군위안부 시절을 숨긴 채 살아온 뉴욕의 할머니가 한국에서 온 또 다른 ‘위안부’할머니들과 ‘진실을 알려야한다’며 갈등하다 결국 그 시절을 손녀에게 나직이 전해준다는 내용이다.

이미 지난해 11월 뉴욕의 오프 브로드웨이 어번 스테이지에 올라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전신인 단막 <위안부>는 95년 남가주대 단막극축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어린이에서 바로 노인이 돼버렸어요. 대개들 그때 죽어버리는 게 나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죠. 이때까지 살아온 그들의 자존감을 지금 세대들이 감동적으로 이해해야 일본에 진실한 참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제 작품의 몫인 셈이죠.”


뉴욕에서의 한달 공연 땐 외국 관객이 더 많았다. “끝났는데도 앉은 채 눈물 흘리던 할머니, ‘삶을 바꿨다’며 인터뷰를 하자는 뉴욕대의 일본인 학생”이 그들이었다.

김씨는 지난달 28일 처음으로 <나비>의 시연을 감상했다. 지난 1월부터 7차례 번역본이 태평양을 건넜고 방씨와 셀 수도 없이 국제전화를 주고받았다. “입술이 다 탔죠. 밤낮도 다르고 도대체 볼 수가 없잖아요.”

“영어로 쓰인 <위안부>는 대사가 상당히 시적인데 반해 <나비>는 그게 약하다”며 번역의 근본적 한계를 아쉬워 한 김씨는 “할머니들 이야기가 끔찍하지만, 증언엔 더 한 것도 많다”며 한국 버전의 리얼리티를 기대했다.

올해만도 벌써 10명의 ‘위안부’ 할머니들이 한을 가득 품고 세상을 떠났다. 이제 남은 이들은 118명. “누에고치 속 애벌레처럼 산 할머니들을 ‘나비’로 날게 해주고 싶습니다.”

4일~12일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완성본’을 만난다.

글·사진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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