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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황석영과 함께 떠난 ‘개밥바라기별 여행’

등록 2008-10-07 18:47

 황석영(65·맨 오른쪽)
황석영(65·맨 오른쪽)
독자 60여명과 여의도·대청호 답사
“여기가 많이 변했어요. 지금은 이렇게 인공적이지만, 예전에는 저쪽에 모래사장이 있었고 오목교까지가 둑이었습니다. 어렸을 적 제 영역이었죠. 여의도 안에 미군 비행장이 있었고, 철조망 가에는 땅콩밭이 있었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는 가출해 그 땅콩밭에 말뚝 박아놓고 고기 잡고 땅콩 까먹으며 사흘 동안 집에 안 들어간 적도 있었지요. 중·고등학교 때는 학교 마치고 마포에서 나룻배 타고 여의도를 빙 돌아 타박타박 걸어 집까지 걸어오기도 했어요. 여의도는 제 문학적 고향입니다.”

7일 오전, 반듯하게 깔린 나뭇길을 따라 여의도샛강생태공원을 둘러보던 독자 60여명은 멈춰서서 소설가 황석영(65·맨 오른쪽)씨의 말을 경청했다. 출판사 문학동네와 교보문고 등이 마련한 ‘개밥바라기별을 찾아 떠나는 여행’ 행사 자리였다. 샛강생태공원에서 시작해 대청호와 미호천으로 이어진 이번 여행에서 독자들은 황씨의 분신과도 같은 <개밥바라기별>의 주인공 유준의 유년기와 청년기 자취를 작가와 함께 밟았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연재를 끝낸 뒤 지난 8월 출간된 황씨의 자전적 성장소설 <개밥바라기별>은 지금까지 16만부가 팔렸다.

여의도에서 황씨가 보낸 유년기는 <개밥바라기별>, <모랫말 아이들>, <아우를 위하여>, <잡초> 등의 작품에 오롯이 새겨져 있다. 대청호는 황씨가 “처음으로 바깥 세상과 만났던 곳”이라고 했다. 소설 속에서 ‘유준’은 한일회담 반대 시위를 하다 붙잡혀 들어간 노량진 경찰서 유치장에서 떠돌이 노동자 장씨를 만난다. 유준은 그 길로 그와 함께 속초로 내려가 오징어잡이배를 타고, 다시 신탄진 연초공장 건립공사판 ‘함바’에서 먹고 잔다. “그 시절에 세상을 겪고, 몸을 써서 밥을 벌어먹으며 세상과 만났어요.” 신탄진에서 청주 미호천으로 가는 길은 <삼포 가는 길>의 배경이 됐던 곳이다. “소설에서는 눈이 내렸지만 그때는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고 황씨는 회상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독자들은 20대에서 50·60대까지 다양했다. 중학교 3학년 이준성(15)군은 평일 오전부터 행사에 참가하기에는 한눈에 앳돼 보였다. “<개밥바라기별>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유년시절 이야기에 공감이 갔다. 좀처럼 오는 기회가 아니어서 담임 선생님한테 양해를 구하고 학교 빠지고 왔다”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황씨는 말했다. “학교는 가끔 빠져야 돼.”

글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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