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 전문 번역가와 작가들이 9일 오전에 만나 토론을 벌이고 있다. 오른쪽부터 번역가인 한매(중국 산둥대 교수)·브루스 풀턴(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교수)·안우식(일본 오비린대 명예교수)씨와 사회를 맡은 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교수, 소설가 윤흥길·박범신·최윤씨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세계 번역가대회 이틀째
안우식 “한국적 작품이 외국서 반향”…한매 “체계적 소개를”
윤흥길 “양쪽 역사·문화 공부도”…최윤 “합숙·토론 긍정적” 한국 문학 번역자와 작가들이 만나면 어떤 이야기가 오갈까? 9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콘퍼런스 센터에서 번역자 세 사람과 작가 세 사람이 만났다. 한국문학번역원(원장 윤지관)이 주최한 제2회 세계 번역가대회의 이틀째 행사로 마련된 번역가-작가 집담회 자리였다. 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 자리에는 브루스 풀턴(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교수)·안우식(일본 오비린대 명예교수)·한매(중국 산둥대 한국어학과 교수) 등 번역가 세 사람과 윤흥길·박범신·최윤씨 등 소설가 세 사람이 참여했다. “일본어로 번역된 제 책을 보면서도 처음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습니다. 일본어는 저에게 낯선 외국어이기 때문에 흡사 일본 작가의 책을 보는 느낌이었죠. 그런데 책이 나오고 몇 년 뒤 한 일본 여성 독자가 찾아왔습니다. 일본어로 된 제 책을 읽고 한국 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돼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더군요. 한국어로 대화가 가능할 정도였습니다. 그 일을 겪고 나니 비로소 번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되더군요.” 박범신씨가 번역의 중요성과 번역자에 대한 감사의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윤흥길씨도 “전문 번역가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는 딸을 보면서 번역의 어려움과 의미를 새삼 절감하고 있다”며 “번역은 단순히 양쪽 언어에만 능통해서 되는 게 아니라 역사와 전통, 문화 등 작품의 배경을 이루는 사항들에 대한 공부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집담회에 참석한 기성 번역가들보다는 객석을 가득 메운 번역 지망생들을 향한 조언으로 들렸다. 박범신씨가 윤흥길씨의 말을 받았다. “한국 문학 번역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만나 본 적이 있는데 뜻밖에도 한국 문학 작품을 많이 읽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작가가 글쓰기에 미쳐야 좋은 작품을 쓰듯이 번역하는 분들 역시 한국 문학에 대한 사랑으로 미쳐야 우수한 번역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소설가이면서 한국 문학을 프랑스어로 번역한 경험도 있는 최윤씨는 “번역은 번역가들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결과를 낳는다”며 “번역이라는 어려운 일을 하시는 모든 분들께 ‘힘 내시라’는 격려의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북미번역가협회 초청으로 작가-번역가 워크숍에 참가한 경험을 소개하면서 “번역가와 작가가 일정 기간 동안 합숙하면서 번역 대상 작품에 대해 집중적인 토론을 하면 번역의 질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작가 쪽에서도 자신의 문학세계에 긍정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느꼈다”고 밝혔다. 최윤씨와 함께 워크숍에 다녀온 브루스 풀턴 교수 역시 “번역자와 작가가 장기간 파트너십을 이루는 게 질 좋은 번역을 가능하게 한다”며 “나는 번역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여러 해 동안 한두 작가에 집중해서 작업하라고 조언한다”고 소개했다. 안우식 교수는 “한국에서는 아직 신인이었던 장정일의 첫 소설 <아담이 눈뜰 때>를 일본에 번역 소개해서 놀라운 반향을 낳았다”며 “그러나 최근 몇몇 여성 작가들의 소설은 일본 독자들에게 그다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 소설들이 현대 일본 여성들의 삶과 전혀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이유로 든 안 교수는 “한국 소설이 일본에서 읽히기 위해서는 역시 그들과 다른, 한국적인 색깔이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매 교수는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 가요 등을 통해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한류가 형성되었지만 지금은 식어 가는 추세”며 “이런 시점에서 한국의 고급문화가 체계적으로 소개된다면 중국에서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계속 이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윤흥길 “양쪽 역사·문화 공부도”…최윤 “합숙·토론 긍정적” 한국 문학 번역자와 작가들이 만나면 어떤 이야기가 오갈까? 9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콘퍼런스 센터에서 번역자 세 사람과 작가 세 사람이 만났다. 한국문학번역원(원장 윤지관)이 주최한 제2회 세계 번역가대회의 이틀째 행사로 마련된 번역가-작가 집담회 자리였다. 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 자리에는 브루스 풀턴(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교수)·안우식(일본 오비린대 명예교수)·한매(중국 산둥대 한국어학과 교수) 등 번역가 세 사람과 윤흥길·박범신·최윤씨 등 소설가 세 사람이 참여했다. “일본어로 번역된 제 책을 보면서도 처음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습니다. 일본어는 저에게 낯선 외국어이기 때문에 흡사 일본 작가의 책을 보는 느낌이었죠. 그런데 책이 나오고 몇 년 뒤 한 일본 여성 독자가 찾아왔습니다. 일본어로 된 제 책을 읽고 한국 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돼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더군요. 한국어로 대화가 가능할 정도였습니다. 그 일을 겪고 나니 비로소 번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되더군요.” 박범신씨가 번역의 중요성과 번역자에 대한 감사의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윤흥길씨도 “전문 번역가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는 딸을 보면서 번역의 어려움과 의미를 새삼 절감하고 있다”며 “번역은 단순히 양쪽 언어에만 능통해서 되는 게 아니라 역사와 전통, 문화 등 작품의 배경을 이루는 사항들에 대한 공부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집담회에 참석한 기성 번역가들보다는 객석을 가득 메운 번역 지망생들을 향한 조언으로 들렸다. 박범신씨가 윤흥길씨의 말을 받았다. “한국 문학 번역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만나 본 적이 있는데 뜻밖에도 한국 문학 작품을 많이 읽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작가가 글쓰기에 미쳐야 좋은 작품을 쓰듯이 번역하는 분들 역시 한국 문학에 대한 사랑으로 미쳐야 우수한 번역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소설가이면서 한국 문학을 프랑스어로 번역한 경험도 있는 최윤씨는 “번역은 번역가들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결과를 낳는다”며 “번역이라는 어려운 일을 하시는 모든 분들께 ‘힘 내시라’는 격려의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북미번역가협회 초청으로 작가-번역가 워크숍에 참가한 경험을 소개하면서 “번역가와 작가가 일정 기간 동안 합숙하면서 번역 대상 작품에 대해 집중적인 토론을 하면 번역의 질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작가 쪽에서도 자신의 문학세계에 긍정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느꼈다”고 밝혔다. 최윤씨와 함께 워크숍에 다녀온 브루스 풀턴 교수 역시 “번역자와 작가가 장기간 파트너십을 이루는 게 질 좋은 번역을 가능하게 한다”며 “나는 번역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여러 해 동안 한두 작가에 집중해서 작업하라고 조언한다”고 소개했다. 안우식 교수는 “한국에서는 아직 신인이었던 장정일의 첫 소설 <아담이 눈뜰 때>를 일본에 번역 소개해서 놀라운 반향을 낳았다”며 “그러나 최근 몇몇 여성 작가들의 소설은 일본 독자들에게 그다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 소설들이 현대 일본 여성들의 삶과 전혀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이유로 든 안 교수는 “한국 소설이 일본에서 읽히기 위해서는 역시 그들과 다른, 한국적인 색깔이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매 교수는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 가요 등을 통해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한류가 형성되었지만 지금은 식어 가는 추세”며 “이런 시점에서 한국의 고급문화가 체계적으로 소개된다면 중국에서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계속 이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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