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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현대시박물관 연 김재홍 교수 “40년간 시 공부만”

등록 2008-10-23 17:47

김재홍 경희대 국문과 교수
김재홍 경희대 국문과 교수
‘시 박물관’ 첫 개관…희귀본 시집·시인 육필 원고 전시

“제가 대학 시절 이후 40년 넘게 시 공부만 해 왔습니다. 제가 가진 재산이라곤 그게 전부죠. 공부를 하면서 사회에 진 빚을 갚는다는 심정으로 현대시 박물관을 열게 되었습니다.”

국문학자이자 시 비평가인 김재홍 교수(경희대 국문과)가 국내 최초의 시 전문 박물관을 연다. 서울 종로구 명륜동에 자리잡은 ‘한국 시의 집·현대시 박물관’이 그것으로, 다음달 1일 오후 2시 개관식과 함께 정식으로 문을 연다.

“국내에 단체나 개인 차원에서 운영하는 문학관은 여럿 있지만, 시를 전문으로 하는 박물관은 이곳이 처음입니다. 외국에도 시인이나 작가의 개인 문학관은 많아도, 한 나라의 현대시 전부를 망라한 박물관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수집한 자료들과 제 나름대로 혼신을 다한 공부의 결과를 집대성했다고 보아도 좋겠습니다.”

김 교수가 지난해까지 살던 2층 집을 개조해 만든 박물관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희귀본 시집과 시인들의 육필 원고다. 김억의 <해파리의 노래>(1923)와 변영로의 <조선의 마음>(1924)에서부터 김소월의 <진달래꽃>(1925), 한용운의 <님의 침묵>(1926), <청록집>(1946), 4·19 학생혁명추도시집 <뿌린 피는 영원히>(1960)와 같은 시집들, 그리고 <창조>(1919)와 <백조>(1922)에서부터 <문학예술> <현대문학> <사상계> <시와 경제> 같은 동인지와 문예지 창간호와 초기 판본 등의 귀한 자료들은 올해로 100년을 맞는 한국 현대시의 역사를 한눈에 보게 한다.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정식으로 출판되기 전인 1948년 1월 31편의 시를 묶어 낸 같은 제목의 유고 시집은 관람객들이 직접 만지고 들춰 볼 수 있도록 진열장 바깥에다 내놓았다.

이와 함께 서정주·박두진·김춘수·피천득·이형기·박재삼·조태일 등 작고 문인들과 고은·신경림·김지하·정희성 등 현역 시인들의 육필 시와 산문 원고 및 휘호, 김소월 <산유화>(이만익)·김광섭 <성북동 비둘기>(김환기)·서정주 <자화상>(변시지)·심훈 <그날이 오면>(이반) 등의 시화 등도 시와 시인의 아우라를 시각적으로 전달해 준다. 이밖에도 만해 한용운의 생애와 대표작 <님의 침묵>을 각각 17개와 10개의 도자화(그림 김천정)에 담은 작품, 그리고 시집 <님의 침묵>의 서로 다른 판본 30여 권과 중요 연구서를 한데 전시한 ‘만해 특별관’ 역시 눈길을 끈다.

“시의 역사는 곧 정신사요 사회사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시 박물관이 지난 100년 한국 사회의 거울이 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지금은 비록 공간이 협소하고 초라할지 몰라도, 앞으로 명실상부한 한국 현대시 종합박물관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개관에 맞춰 최남선에서부터 21세기 초까지 현대 시 100년을 대표하는 시인 60명의 초상을 윤문영 화백이 그림으로 그려 전시했으며, 1일 개관식에서는 원로 시인 황금찬씨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다.

“박물관의 홈페이지(www.poem.ac) 역시 사이버 박물관으로 적극 활용할 생각입니다. 가능하면 영문 서비스도 제공해서 저희 박물관이 세계를 향해 열린 한국 시의 고향이자 전진기지로 구실하도록 하겠습니다.”

글·사진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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