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창(51·사진)
케냐 빈민가 어린이합창단 ‘지라니’ 지휘 김재창씨
극빈층 아이들 30명 방한
“문제없어요” 전국 공연중 아프리카의 검은 천사 ‘지라니 어린이 합창단’이 한겨울 한국인들에게 희망의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세계 최대 빈민가로 꼽히는 케냐 나이로비의 단도라 고르고초 지역 극빈층 어린이 30명으로 이뤄진 합창단은 지난달 23일부터 전국을 돌며 “하쿠나마타타!”(아무 문제 없어요)를 외치고 있다. 지라니는 스와힐리어로 ‘좋은 이웃’을 뜻한다.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 더미를 뒤지던 고사리 손에 음식과 악기를 쥐여주며 희망의 꽃을 피운 이는 바로 이 합창단의 지휘자 김재창(51·사진)씨. 그는 지라니 어린이 합창단을 “절망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도전의 힘을 주고자 노래하는 검은 천사들”이라고 소개했다. “세계가 경제불황에 빠져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 아이들은 끼니때마다 생존을 걱정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도 밝게 자라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희망을 노래하는 것을 듣고 우리 국민들도 희망을 가졌으면 합니다.” 이탈리아 존타 국제 콩쿠르와 벨리니 국제 콩쿠르 등에서 우승한 뒤 이탈리아와 튀니지, 벨기에, 크로아티아 등 국내외에서 오페라 주역으로 활동했던 그가 이 합창단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6년 8월. ‘음악요리사’라는 이름으로 연주회 시리즈 ‘맛있는 클래식’을 연출하고 진행하던 그에게 임태종 지라니 문화사업단장이 “케냐에서 어린이 합창단을 만들어달라”고 제의했다. 그는 “오십을 넘기면서 인생의 후반을 어떻게 살까 고민하던 차에 보람있는 삶을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흔쾌히 아프리카로 떠났다. 부인 성혜숙(48)씨의 “한번 멋있게 해봐라”는 격려도 큰 힘이 되었다. 2년전 보람있는 일 찾아
“노래로 인생반전 이루길”
“가난한 아프리카 아이들이 좋은 음악당에서 노래를 불러보는 것 자체가 인생의 반전이고 희망이 될 수도 있지 않겠어요. 그 반전의 중심에 내가 서 있다고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떨립니다.” 그는 케냐의 초등학교를 돌아다니며 ‘도, 레, 미’조차도 모르는 아이들을 모아 방과후에 빵을 나눠주며 노래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연습장이 없어서 양철로 지은 교회 교육관을 빌려서 찜통더위 속에서 연습을 했다. 그 정성과 아이들의 호응으로 4개월 만에 초등학교 3학년부터 8학년까지 11~18살 아이들 80명으로 합창단을 꾸려 나이로비에 있는 케냐국립극장에서 창단 연주회를 치렀다. 공연은 대성공해 케냐 정부 수립기념식에 초청받아 대통령궁에서 공연했고, 지난해에는 한국에서 첫 연주회 ‘그 희망의 노래’를 선보였다. 올 6~8월 미국 뉴욕과 시카고 순회연주회를 비롯해 60여회의 국외 연주회로 절망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울림을 퍼뜨리고 있다. 지라니 어린이 합창단의 이야기는 최근 책 <내일은 맑음>(북스코프 펴냄)으로 나왔으며, 배창호 감독의 영화 <잠보>로도 만들어지고 있다. 그는 “아무런 희망도 없던 아이들이 ‘나는 뭐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아이들에게 리더십을 심어줘서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세계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지라니 어린이 합창단은 19일 오후 7시 종로구민회관, 22일 오후 7시 서울 한양대 백남음악관 등 새해 1월2일까지 전국을 돌며 공연한다. (02)3461-7200.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문제없어요” 전국 공연중 아프리카의 검은 천사 ‘지라니 어린이 합창단’이 한겨울 한국인들에게 희망의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세계 최대 빈민가로 꼽히는 케냐 나이로비의 단도라 고르고초 지역 극빈층 어린이 30명으로 이뤄진 합창단은 지난달 23일부터 전국을 돌며 “하쿠나마타타!”(아무 문제 없어요)를 외치고 있다. 지라니는 스와힐리어로 ‘좋은 이웃’을 뜻한다.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 더미를 뒤지던 고사리 손에 음식과 악기를 쥐여주며 희망의 꽃을 피운 이는 바로 이 합창단의 지휘자 김재창(51·사진)씨. 그는 지라니 어린이 합창단을 “절망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도전의 힘을 주고자 노래하는 검은 천사들”이라고 소개했다. “세계가 경제불황에 빠져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 아이들은 끼니때마다 생존을 걱정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도 밝게 자라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희망을 노래하는 것을 듣고 우리 국민들도 희망을 가졌으면 합니다.” 이탈리아 존타 국제 콩쿠르와 벨리니 국제 콩쿠르 등에서 우승한 뒤 이탈리아와 튀니지, 벨기에, 크로아티아 등 국내외에서 오페라 주역으로 활동했던 그가 이 합창단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6년 8월. ‘음악요리사’라는 이름으로 연주회 시리즈 ‘맛있는 클래식’을 연출하고 진행하던 그에게 임태종 지라니 문화사업단장이 “케냐에서 어린이 합창단을 만들어달라”고 제의했다. 그는 “오십을 넘기면서 인생의 후반을 어떻게 살까 고민하던 차에 보람있는 삶을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흔쾌히 아프리카로 떠났다. 부인 성혜숙(48)씨의 “한번 멋있게 해봐라”는 격려도 큰 힘이 되었다. 2년전 보람있는 일 찾아
“노래로 인생반전 이루길”
“가난한 아프리카 아이들이 좋은 음악당에서 노래를 불러보는 것 자체가 인생의 반전이고 희망이 될 수도 있지 않겠어요. 그 반전의 중심에 내가 서 있다고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떨립니다.” 그는 케냐의 초등학교를 돌아다니며 ‘도, 레, 미’조차도 모르는 아이들을 모아 방과후에 빵을 나눠주며 노래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연습장이 없어서 양철로 지은 교회 교육관을 빌려서 찜통더위 속에서 연습을 했다. 그 정성과 아이들의 호응으로 4개월 만에 초등학교 3학년부터 8학년까지 11~18살 아이들 80명으로 합창단을 꾸려 나이로비에 있는 케냐국립극장에서 창단 연주회를 치렀다. 공연은 대성공해 케냐 정부 수립기념식에 초청받아 대통령궁에서 공연했고, 지난해에는 한국에서 첫 연주회 ‘그 희망의 노래’를 선보였다. 올 6~8월 미국 뉴욕과 시카고 순회연주회를 비롯해 60여회의 국외 연주회로 절망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울림을 퍼뜨리고 있다. 지라니 어린이 합창단의 이야기는 최근 책 <내일은 맑음>(북스코프 펴냄)으로 나왔으며, 배창호 감독의 영화 <잠보>로도 만들어지고 있다. 그는 “아무런 희망도 없던 아이들이 ‘나는 뭐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아이들에게 리더십을 심어줘서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세계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지라니 어린이 합창단은 19일 오후 7시 종로구민회관, 22일 오후 7시 서울 한양대 백남음악관 등 새해 1월2일까지 전국을 돌며 공연한다. (02)3461-7200.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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